2008년 이래 10년간 KBO 방송 중계권 ‘독식’ 왜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화면캡쳐]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화면캡쳐]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야구계가 ‘중계권’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중계권 논란 중심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중계권 대행사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가 놓였다.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가 2008년 이후 약 10년 동안 KBO 중계권을 독식하자 두 기관 사이 유착 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솔솔 피어나는 형국이다.


2004년 설립된 신생 회사, 4년 만 ‘황금알’ KBO 중계권 차지 
‘에이크라’ 벌어들이는 수익, 구단 2배 이상?…밀착 관계 '의심'

 


야구는 국민들이 즐겨보는 구기 종목 중 하나다. 지난 16일부터 올해 KBO 포스트시즌(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시작돼 많은 야구 팬들이 들썩이고 있다.

야구 팬들의 흥겨움과 달리 주최자인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의 속내는 마냥 편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여전히 ‘중계권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

KBO 중계권은 지난 10년간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이하 에이클라)’라는 중계권 대행사가 담당하고 있다. 오랜 기간 한 업체가 중계권을 도맡으면서 두 기관 사이 ‘특별한 뭔가’가 있다는 의혹이 줄기차게 제기됐으나 여전히 속 시원한 답변은 마련되지 않아 의혹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혜성처럼 나타나
KBO 중계권 가져가”

 

지난 7일 일요서울로 한 통의 제보전화가 왔다. 제보자 A씨는 자신이 스포츠 업계에서 종사한 적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KBO와 에이클라 간 유착 관계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먼저 에이클라는 문제의 KBO리그를 비롯해 K리그, NBA, UFC, 챔피언스 리그 등 여러 종목의 중계권을 다수 보유한 중계권 판매 대행사다. 또한 SPO TV의 모회사로 알려졌다.

에이클라는 프로연맹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해 중계권을 획득하고, 이를 가지고 다른 방송사들과 협상을 통해 이윤을 얻는 사업 구조로 운영된다. 

일례로 스포츠 뉴스 등에서 중계 내용을 자료 화면으로 활용할 경우 에이클라에게 일정 금액을 따로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중계권’은 스포츠 업계에서 고수익 보증수표로 여겨진다. 특히 국민적 관심을 받는 KBO는 더더욱 그렇다. 

실제 에이클라가 방송 중계권과 뉴미디어(포털·IPTV) 사업 재판매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은 KBO 구단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일간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에이클라는 케이블·위성 관련 권리로만 2015년부터 2019년까지 117억 원의 수익을 얻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은 이후 에이클라의 추정 수익을 분류한 뒤 항목별 금액을 합산해 2019년까지의 5년간 연평균 액수를 산출했다. 그 결과 평균 267억 원의 매출액이 산정됐고, 이 중 재판매를 통한 수익 창출은 120억 원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많은 스포츠 관련 업체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KBO 중계권 탈환에 혈안이 됐지만 10년째 중계권 협상테이블에서 군림하는 건 에이클라다.

결국 쟁점은 ‘에이클라는 어떻게 KBO 중계권을 손에 넣었는가’ ‘어떻게 KBO 중계권을 10년째 유지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인데, 좀체 풀리지 않는다.

에이클라는 2004년 10월 19일 ‘스포츠 미디어 콘텐츠’ 회사로 문을 열었다. 그 뒤 2006년 KBO 리그 온라인 중계권, 2007년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중계권을 따냈다. 이듬해 2008년 에이클라는 KBO 방송 중계권을 취득했다. 4년 만의 급성장이다. 당시 KBO 중계권 협상 테이블에 IB 스포츠 등 쟁쟁한 회사가 뛰어들었던 것을 고려하면 파격적 결과였다.

이에 관해 제보자는 “(2008년 당시) 에이클라가 KBO 중계권을 가져갔을 때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의문을 표했다”며 “혜성처럼 등장한 회사가 갑자기 KBO 중계권을 가져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로도 에이클라는 UEFA 챔피언스 리그, UEFA 컵, UEFA 슈퍼컵, WWE, RAW, 스맥다운, K-1 등과 줄줄이 라이센스 계약을 맺으며 세를 확장했다.

현재까지 에이클라가 보유한 중계권은 이 밖에도 한국프로농구(KBL), V리그, 세리에 A, 여자 프로 테니스 중계권, UFC, AFC 챔피언스 리그 등이 있다.

2009년 당시 에이클라 이재명 총괄이사는 KBO 특혜와 관련해 “그런 루머를 들어보긴 했지만 대응하고 싶지 않다”며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중계권 대행사가 되려는 경쟁업체들이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의심의 눈초리는 거두어지지 않는다. 기자는 관련 입장을 듣고자 에이클라 측에 수차례 통화 연결을 시도했다. 하지만 신호만 갈 뿐 받는 사람은 없었다.

한편 KBO 정운찬 총재는 ‘클린 베이스볼’을 목표로 내걸며 지난 4월 23일 외부감사 실시를 공표했고, 5월 중순부터 본격 시행했다. 2009년 이후 9년 만에 진행되는 외부감사였다.

이후 지난 8월 20일 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때 정 총재는 TV·뉴미디어·IPTV 등과 중계권 계약을 비롯해 리그 공식 기록 데이터 관련 사업 권리, 라이센싱 관련 사업은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입찰 경쟁을 기본 원칙 삼기로 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양해영 부회장 [뉴시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양해영 부회장 [뉴시스]

 

KBO에도 '적폐'가?
정치권 불똥 튀나

 

KBO와 에이클라 간 유착관계는 정치권으로도 확장될 전망이다. 지난달 10일 국회에서 진행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증인으로 참석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양해영 부회장에게 쓴소리를 건넸다.

손 의원은 “한국 야구의 적폐 단체 2개가 KBSA와 KBO”라면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 보좌관 출신인 양해영 증인은 마치 야구계의 불사조 같다. KBO 사무총장 연임을 꿈꾸자 KBSA의 부회장으로 갔다. 지난 20년 동안 아마 프로 야구를 좌지우지한 분”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양 부회장은 “자꾸 적폐로 모시는데”라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김 전 비서실장의 보좌관을 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1988년 KBO에 공채 입사해 1995년 김 전 비서실장이 KBO 총재로 오면서 알게 됐다”고 분명히 했다.

한편 양 부회장(당시 KBO 사무총장)은 KBO 구본능 총재와 함께 지난해에도 문체부(당시 교육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손 의원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해 10월 23일 열린 교문위 국정감사에서 손 의원은 양 부회장에게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검찰 출석할 당시 보디가드를 붙이지 않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양 부회장은 “붙인 적 없다”고 분명히 했다.

이를 두고 손 의원은 이후 같은 달 30일 양 사무총장이 김 전 비서실장이 검찰 출석할 때 보디가드를 붙인 정황이 담긴 KBO 관계자 녹취록을 공개하며 양 사무총장의 위증을 주장했다.

이 녹취록에는 “여전히 이분(김 전 비서실장)은 우리 어르신이야. 본인(양 사무총장)이 보좌관 출신이기 때문에… 가셔야 되는데 누가 모시고 가냐… 이게 ‘윤’하고 직접 통화한 건지” “다음 날 보니까 윤 그놈이 모시고 들어가더라”라는 KBO 관계자의 음성이 담겼다. 여기서 ‘윤’은 지난해 1월 17일 김 전 비서실장의 특검 출석 당시 옆에서 수행한 전 KBO 직원이다.

이를 두고 양 부회장이 정치권과 KBO 사이 연결책 역할을 맡았을 것이란 의견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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