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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정부가 11일 북측에 귤 200톤을 보낸 것을 두고 국제사회 대북제재에 저촉되는지 관심이 모인다.

대북 물자 반출 사례는 2010년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이후 자제돼 왔다. 때문에 이번 귤 200톤 반출은 정부의 이례적 조처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결의 등 국제사회 제재나 5·24 조치와 충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아침 군 수송기가 제주산 귤을 싣고 제주공항을 출발해 평양 순안공항으로 향했다""9월 평양정상회담 때 북측이 송이버섯 2t을 선물한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남측이 답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북측에 보낸 귤은 모두 200t으로 10상자 2만 개 분량이다. 귤은 이날부터 12일까지 이틀에 걸쳐 우리 군 수송기 4개가 나눠 운반한다.

이는 교역 차원이 아닌, 선물에 대한 답례로 5.24조치나 대북제재 위반과는 무관하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정부가 보낸 귤과 관련 "대북 교역 차원이 아니라 선물에 대한 답례"라며 "5·24 조치나 대북제재 위반과는 무관하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5·24 조치는 개성공단과 일체의 남북 교역을 중단하는 것을 골자로 한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다. 물자와 대가가 오가는 무역 성격이 아니라 답례 물품이기 때문에 5·24 조치와는 관련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가 보낸 귤이 대규모 물자라 보기도 어렵지만, 과거에도 긴급 구호물자 성격으로 지원된 바 있다""2010년 수해를 입은 신의주 주민에게 쌀 500t, 컵라면 300만개 등이 지원된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역시 북한의 핵 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경제 활동을 제한하는 것으로, 우리 정부가 귤을 대북 금수품목으로 보고 제재 면제 신청을 검토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귤을 보낸 진의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미 고위급회담이 돌연 연기와 맞물려 북측은 핵·경제 병진 노선 복귀를 시사하고, 미국 측은 제재 압박을 주문하면서 냉각 기류가 흐르고 있다.

북미가 물밑협상을 통해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두고 접점을 모색하겠지만 당분간 난항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재자로서 우리 정부가 역할을 모색할 시점이 왔다는 관측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연내를 목표로 추진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등이 파행될 수 있다""귤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북측의 의중을 파악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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