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경영에 초점 맞춘 위기 관리형 인사에 무게 둘 전망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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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인사와 조직개편 작업에 분주하다. 삼성과 LG는 각각 이재용 부회장과 구광모 회장이 ‘그룹 총수’로서는 사실상 첫 임원 인사를 한다는 점에서 재계의 이목이 쏠린다.

현대차와 SK는 올해 실적에 따른 희비가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보다 인사 시기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면서 기업 내부에서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세대교체 이룬 삼성·SK 변화보다 안정
현대차·LG 젊은 총수 맞춰 물갈이 전망

삼성은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변화가 점쳐진다.

특히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이후 대규모 투자와 국내외 M&A(기업 인수합병)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나선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로봇, 반도체, 5G, 자율주행, 자동차 전장 등 신성장 동력 사업과 관련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인재를 전면에 배치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또 지난해 실시한 모바일을 비롯해 반도체, 가전 등 주요 사업부문 CEO 인사에 이어 올해에는 여타 사업 관련 CEO 및 부사장급 인사가 있을 것으로 보여 인사 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심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엔지니어링 등의 사장단 인사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이 때문에 올해 삼성 연말인사는 세대교체 성격보다는 인물 중심의 인사가 예상된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또한 삼성은 지난해 60대 이상의 고참급이 물러나는 인사를 하면서 50대 경영진들(김기남(반도체·부품), 김현석(소비자가전), 고동진(IT·모바일) 사장)이 전면에 나선만큼 큰 폭의 인사이동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어 이 부회장이 자신의 색깔을 제대로 드러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래먹거리 창출 위한 과감한 인사 발탁도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부회장이 총괄 수석부회장에 오르면서 새로운 얼굴을 영입하고 일부 측근들을 대거 전면에 내세우는 인사가 단행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대 기아차가 올해 최악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대규모 인사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이미 자동차 상품전략 및 디자인, 미래차 담당 사령탐이 교체되기도 했다.

다만 정몽구 회장이 여전히 견제한 만큼 인사의 폭이 어느 정도일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있다.

통상 현대차그룹은 12월 말에서 이듬해 1월 초에 임원 인사를 한 뒤 1월 중하순에 사장단 인사를 단행해왔다.

SK는 인사 개편보다는 시스템 개편, 최태원 회장식 조직 혁신이 주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태원 SK회장은 지난해 12월 초에 단행한 연말 인사에서 계열사 사장단을 대부분 유임시켰다. 2016년 말 한차례 '칼바람'을 일으켰기 때문에 인사 요인이 크지 않고 실적도 대부분 나쁘지 않았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이날 올해 3분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SK 관계자는 “다른 데에 비해 우리는 연말인사와 관련 그다지 큰 이슈가 없다”며 “하지만 그룹의 신사업 관련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실상필벌의 인사는 언제든지 유효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올해로 취임 20주년을 맞은 최태원 회장이 최근 강조하는 것이 계열사들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공유 인프라’모델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조직에 변화를 주기보다는 안정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올해 연말 인사에서는 LG의 행보가 가장 주목받는다. 구광모 회장이 그룹 대표에 올라 처음 단행하는 인사이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계열사별 사업보고 후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을 비롯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권영수 ㈜LG 부회장 등 6명의 부회장단의 향후 거취도 이번 LG그룹 연말인사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이 중 권 부회장과 하 부회장은 7월 인사를 통해 중용된 만큼 남은 4인을 둘러싼 ‘세대교체형’ 인사도 배제할 수 없다.

구 회장은 최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한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회담 등에 동행하면서 경영행보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정을 거쳐 자신감을 얻은 구 회장은 연말 인사를 기점으로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로봇, 자동차 전장, 배터리 등 신사업에 대한 글로벌 주도권 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안전과 위기극복 등 보수적인 모습 예상  

올해 말 퇴진하는 구본준 부회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예상이 엇갈리고 있다. 계열 분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여유를 두고 시점을 조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내년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보니 인사에서도 안전과 위기극복 등 보수적인 모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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