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팔기 위해서는 “알콜공화국도 만든다”


1840년대 중국이 서구열강에 침략당한 원인은 바로 아편이었다. 아편이 중국 각지에 퍼지면서 기강해이와 부작용을 불러온 것이다. 주목할 것은 중국의 아편 유입이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영국 마약상들은 중국에서 아편을 정착시키기 위해 무역 초기 아편을 무료로 나눠줬다. ‘속 보이는 마케팅’인 셈이다. 직접 비교는 힘들지만 진로의 소주 판촉 이벤트가 비슷한 이유로 세간의 빈축을 사고 있다. 수도권 500여개의 술집을 상대로 소주 ‘J’를 7시 전까지 무료 제공하는 행사를 실시한 것이다. 이에 소주 판매를 위해 ‘도 넘은 마케팅’을 벌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퇴근시간 빠듯한 직장인 보다는 학생과 주부가 이벤트 대상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진로가 판촉 활동으로 구설수에 오른 사연을 들여다봤다.

진로의 판촉 이벤트가 구설수에 올랐다. 술 파는 것도 좋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빈축을 사는 것이다. 이런 구설수는 지난해 9월 출시된 ‘J’ 소주의 마케팅에서 비롯됐다. 진로는 지난 19일부터 오는 2월 13일까지 서울 및 수도권 일대 500개 요식업소에서 테이블당 ‘J’소주 한병씩을 공짜로 제공하는 ‘J, 럭키 7’ 이벤트를 실시했다. 지금까지 소주 업계의 판촉 이벤트는 다양하게 치러져 왔지만 500여개 요식업체에서 일제히 소주를 제공하는 이벤트는 처음이다.

문제는 이벤트의 제한 시간이다. 진로 측은 이벤트를 7시 이전의 방문 손님으로 한정지은 것이다.


학생과 주부들이 목표

호프집을 경영하는 김회준(가명.52세)씨는 “7시라면 솔직히 직장인이 술자리를 갖기는 이른 시간”이라며 “만약 이런 이벤트를 한다고 하면 주로 직장인보다는 대학생들이 방문하는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7시가 사실상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기 힘든 시간이라는 것이다. 실제 불경기가 가속화 되면서 정시 퇴근이 쉽지 않다는 점도 이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직장인 이지수씨(회사원.30세)는 “여기저기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통이라 칼퇴근하는 사람 보기도 쉽지 않다”라며 “정작 직장인들은 참가하기 어려운 이벤트”라고 지적했다.

결국 ‘J, 럭키 7’이벤트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주부나 학생이 되기 십상이라는 평가다. 진로의 판촉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들려오는 것도 이 대목이다.

어린 학생이나 주부를 ‘술판’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심지어 식당 등지에서 판촉이 벌어질 경우 미성년자에게 소주가 제공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술집에 들어가기만 해도 소주 한병을 공짜로 마시게 되는 셈이니 ‘술을 권한다’는 말도 무리가 아니다.

소주 업계 관계자는 “술집도 사실상 7시 이전까지는 테이블이 많아야 한두 테이블정도”라며 “7시 이전 판촉이라는 것은 초저녁부터 술집에 자리 잡으라는 말과 같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또 “정작 7시까지라고 했지만 업소들의 통제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마 유동적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이같은 진로의 판촉 이벤트는 당분간 계속해서 논란을 불러올 예정이다. 진로는 지난 연말에도 이벤트에 당첨된 400개팀에 송년 회식비 15만원씩을 지원하는 이벤트를 열어 빈축을 산 바 있다.


공짜 술에 담겨진 비밀

진로 측 관계자는 “학생과 주부를 대상으로 한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저녁 6시면 퇴근하는 사람이 결코 적지 않다”고 밝혔다. 직장인이라고 이벤트 수혜를 누리기 힘들다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또 이 관계자는 “술 안 먹을 사람이 이벤트 때문에 술 마시러 가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진로측이 설명하는 “경기가 어려워져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소비자를 위해”라는 말을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드릴 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판촉 이벤트가 주류업계의 딜레마인 탓이다.

지나친 홍보는 마시지 않아도 될 사람까지 ‘음주의 세계’로 끌어들인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때문에 연초 잦은 술자리가 사회적 문제가 되는 만큼 진로의 ‘열정적’인 판촉은 태생부터 논란의 소지가 충분했다는 평가다. 과연 진로의 ‘J’ 판촉이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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