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수-이용호 인감증명서 첨부된 80억원 합의서의 정체

이용호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들을 상대로 임모씨와 송모씨가 낸 고소장과 이씨와 A씨의 합의서(위) · 합의서 안에 첨부된 이용호씨의 인감 증명서(아래 맨 좌측) · 고소장 안에 증거물로 첨부된 위변조 처리 어음(아래 가운데) · 합의서에 첨부된 약정서의 위변조 처리된 약속어음 사본

“이용호는 숨 쉬는 것 빼고는 모든 게 다 거짓말이고 사기다. 지금까지 바지사장을 내세워 주식시장에서 M&A와 주가조작을 통해 장난친 게 하나 둘이 아니다. 이용호가 2007년 형집행정지로 나온 이후 지금까지 저지른 일은 실로 엄청나다. 하지만 금감원과 검찰은 내사만 하고 있을 뿐 본격적인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씨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한 인사는 이렇게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인사는 “이씨는 사업관계에 있어 절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모든 문서상으로 이씨는 그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바지사장을 세워놓고 자신은 철저하게 배후에서 움직인다”고 폭로했다.

이처럼 이씨는 서류상으로 어떤 회사와도 관련이 없기 때문에 회사로 들어온 투자금과 자신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고 이 인사는 전했다.


이용호는 먹튀 전문가

이렇게 되면 바지사장들이 모든 회사의 책임을 떠안아야 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대해 이 인사는 “바지사장들도 대부분 피해자다. 이씨는 회사를 인수하면 주변 인물을 끌어들여 인수한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고 사장직함을 안겨준다. 그리고 자신의 지시를 따라 회사를 운영하면 큰 이익을 얻게 해 주겠다고 사탕발림한다. 하지만 결국엔 모든 투자금은 이씨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바지사장이 뒤집어쓰게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증언을 뒷받침해주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오태희 변호사다. 오 변호사는 이씨가 수감생활을 할 때 매일같이 접견을 갔고 형집행정지 이후에도 이씨의 모든 법적 업무를 처리하고 제기를 도운 최측근인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오 변호사는 2007년 6월께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오빌홀딩스의 대표이사였다.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이씨는 오빌홀딩스의 사무실로 출퇴근했었다. 이에 세간에선 오빌홀딩스의 실질적인 운영자가 이씨라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이씨와 오 변호사는 이런 소문을 일축했다. 이씨는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빌홀딩스는 나와는 전혀 무관한 회사”라며 “특별히 하는 일도 없고 갈 곳이 없어 지인의 회사에 나와 사업자문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오 변호사는 이때 “이용호씨는 오빌홀딩스와는 아무 관계 없다. 이 회사는 내가 운영하고 있고 이용호씨는 자문역할을 해 주고 있다. 이씨가 재기에 나선다면 오빌홀딩스가 도울 수는 있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지난 10일 오 변호사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당시의 말을 뒤집었다. 오 변호사는 “오빌홀딩스는 이용호씨가 실질적인 오너였다. 모든 중요 업무는 반드시 이용호씨를 거쳤다. 모두 그의 지시를 받고 그의 결재를 받았다. 직원들이 업무관계 보고는 내가 아니라 이용호씨에게 했다”고 폭로했다. 그렇다면 오 변호사는 왜 과거 자신이 대표이사라고 주장했던 것일까. 여기에 대한 오 변호사의 설명은 간단하다. 이씨가 그렇게 해달라고 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씨는 “오 변호사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소리다. 왜 그렇게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오 변호사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와 함께 지난 12일에는 이씨와 오 변호사 사이에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이씨가 오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다. 내용증명에는 오빌홀딩스의 실질적인 오너가 누구인가, 또 오빌홀딩스 운영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서로 그 실질적인 직위와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발행 어음 위변조 처리

또 이씨의 측근이었던 모 인사는 각기 다른 두건의 고소장을 꺼내 보였다. 이 고소장 중 하나는 2007년 8월 L씨가 마이크로닉스주식회사(전 주식회사 대유)의 대표이사 김모씨를 고소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S씨가 김씨와 함께 이모씨를 고소한 소장이다.

이 인사는 “김모씨와 이모씨는 이용호씨와 관계가 깊은 사람이다. 이용호씨는 바지사장이 운영하는 회사 명의로 어음을 발행한 뒤 나중에 이를 위변조 부도 처리하는 수법으로 어음대금 지급을 회피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수법에 당한 피해자가 하나 둘이 아니고 피해액도 수백억 원대다. 하지만 이용호씨는 자신이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아는데도 바지사장을 내세워 ‘나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고 이 인사는 주장했다.

또 [일요서울]은 이씨가 A씨와 체결한 합의서 하나를 입수했다. 이 합의서는 과거 이용호 게이트 당시 불거졌던 조흥캐피탈, 제은금고 등에 대한 것으로 A씨가 이씨에게 80억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합의서에 첨부된 약정서에는 네스테크와 주식회사 대유에 대한 이씨와 A씨의 주식 양수계약 중 A씨의 계약은 약속어음이 위변조 처리됐으므로 무효라고 돼 있다.

이에 대해 오 변호사도 이씨가 어음을 위변조 처리하는 수법으로 결재를 회피해 수많은 피해자를 냈다고 증언했다. 오 변호사는 “어음 위변조 처리는 이씨의 대표적인 수법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하면서 “예전부터 이와 관계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씨는 바지사장을 앞세워 회사 명의로 어음을 발행한 뒤 이를 갚지 않기 위해 위변조 처리한 게 여러 건이다. 이 부분은 검찰조사가 진행되면 명백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요서울]이 만난 이씨의 측근인사는 아직도 이씨에 대한 피해사례와 증거는 무수히 많다고 강조했다. 이 인사는 “지금 피해자들이 모여 이씨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 중이다. 일부 피해자들은 각종 증거자료를 모아 조만간 단체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인사는 “인기가수 S씨도 이씨에게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안다. 27억 원 정도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S씨도 이씨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에선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검찰에 고소고발장이 접수돼 본격적으로 수사가 진행될 경우 이씨가 잠적하거나 해외로 도피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씨는 형집행정지중인 상태로 해외도피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씨라면 충분히 밀항도 가능하다는 극단적인 말도 들린다.

이 인사는 “금감원에서 이씨에 대해 매우 세밀하게 조사했다. 그래서 이씨의 주가조작, 횡령, 사기 혐의에 대한 구체적인 증언과 물증도 확보한 것으로 안다. 금감원과 검찰은 현재 이씨와 연관된 회사인 네스테크, 파라웰빙스, 파인디지탈, 오빌홀딩스, 보행상호저축, 마이크로닉스, LK&C 등 여러 회사 내의 ‘이용호 자금흐름도’까지 파악한 상태다. 이 땅의 정의가 살아 있다면 이씨 같은 인물은 사법처리를 받아야 한다”며 사법 당국의 수사를 촉구했다.


#이용호씨 전화 인터뷰

“허위사실 유포자들 엄단할 것”

이용호씨는 1월 29일과 2월 13일 [일요서울]과 가진 두 차례 전화통화에서 “내가 주가조작을 했다거나 사채업자들과 연결돼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일부에서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라는 게 이씨의 입장이다.

다음은 이씨와의 전화통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네스테크, 오빌홀딩스와는 어떤 관계인가.
▲ 전혀 나와 관계없는 회사다. 2007년에 오 변호사가 그곳(오빌홀딩스) 대표이사로 있을 때 자문을 요청해서 사업상 자문해 준 것 외에 아무것도 없다. 두 회사의 주식도 한 주 없다.

- 이씨가 오빌홀딩스의 실질적인 운영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는 진 모르겠지만 사실무근이다. 엄연히 대표이사가 따로 있는 회사였는데 어떻게 내가 운영을 할 수 있나.

- 오빌홀딩스의 대표이사였던 오 변호사와 그 회사의 이사인 박모씨 얘기는 다르다. 두 사람은 회사의 모든 업무 보고를 이용호씨가 받았고 경영에 대한 모든 결정을 이씨가 했다고 한다.
▲ 그렇게 그 사람들이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절대 가만있지 않겠다. 회사 업무에 관해 내가 관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업무보고를 받은 적 역시 단 한 번도 없다. 대표이사가 모두 처리했다. 이 부분은 증인도 있고 서류상으로도 명백하다. 내가 결재한 서류는 단 한 건도 없다.

- 오태희 변호사와 내용증명이 오갔다고 들었다. 어떤 내용인가.
▲ 그냥 사업상 서로 확실히 해 둬야 할 부분들이 있어서 주고 받은 일종의 확인서류에 불과하다. 별다른 내용은 없고 서로 사업관계 협의사항을 담고 있다. 그 뿐이다.

- 현재 강남의 인도건설과는 어떤 관계인가. 그 사무실로 출근한다는 소문이 있다.
▲ 아는 동생의 회사다. 그 동생에게 받을 돈이 있어 가끔 들리는 것뿐이다.

- 최근 이씨에게 피해를 당했다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누구인가.
▲ 도대체 나에게 무슨 피해를 입었단 말인가. 내가 돈을 빌려준 적은 있어도 남의 돈을 투자 용도건 다른 용도건 받은 일이 없다. 그 사람들이 그렇게 피해를 입었다면 내 연락처도 알고 내가 자주 가는 곳도 알고 내 거주지도 알면서 왜 나를 찾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나. 왜 밖으로만 돌면서 피해를 입었다고 여기저기 헛소문 흘리고 다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피해를 입었다면 피해를 준 나를 한 번이라도 찾아오거나 전화라도 한 통화해서 따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 그렇다면 많은 이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아마도 일부 세력이 불순한 의도를 갖고 나를 끌어들여 음해하려는 것 같다.

- 금감원에서 어떤 조사를 받았나. 검찰에서도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안다.
▲ 네스테크 주식문제로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나와는 전혀 무관한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고 별 탈 없이 조사가 끝났다. 검찰에서는 작년에 횡령혐의로 조사를 받은 적 있지만 무혐의로 풀려났다.

- 어음을 위변조 처리해 결재를 피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렸다고 들었다.
▲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나는 어음을 발행한 적도 없다. 내가 아는 다른 사람을 내세워서도 발행한 적 없다. 그런 짓을 한다는 것은 꿈에서도 생각지 못할 일이다.

- 바지사장을 내세워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본인과 관계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닌가.
▲ 나는 내가 바지사장이라고 내세웠다는 사람들과 정작 잘 모른다. 대체 내가 누구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웠단 말인가. 그런 말들은 나를 끌어들이려는 수작에 불과하다.

-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나.
▲ 특별히 하는 일 없다. 굳이 하는 일이라고 하면 투자 사업을 조금씩 하고 있다. 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조금씩 받아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것 외엔 일체 없다.

- 지금 소유하고 있는 승용차가 독일제 최고급이라고 들었다.
▲ 그건 내가 리스로 빌려 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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