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력 지닌 ‘부드러운 카리스마’

거대기업 포스코의 새 사령탑에 공장 사정에 훤한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이 내정됐다. 포스코 직원들은 ‘정준양’ 하면 ‘선 굵은 현장 엔지니어’를 떠올린다. 30년 넘게 쇳물현장에 날고 뛴 포스코의 ‘산증인’인 까닭이다. 정 내정자의 경영스타일에 재계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포스트 이구택’ 정준양 내정자의 경영스타일에 대해 알아봤다.


#사례 1

2007년 초 포스코 본사. 당시 정준양 포스코 사장(생산기술 부문장)은 이구택 회장에게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윤활유 부패 방지 기술 도입’에 관한 제안이었다. 이 회장은 고개를 갸우뚱한 뒤 한 마디 던졌다. “돈 되는 거냐? 돈 되는 것 위주로 해야 돼.” 정 사장은 단호했다. “신기술이란 돈이 될지 안 될지 따져서는 안됩니다. 고유의 기술이 있어야 중국을 따돌리고 일본을 따라 잡을 수 있습니다.” 결국 이 기술은 포항과 광양제철소에 적용돼 원가 절감 및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사례 2

정 내정자가 광양제철소 제강부장을 지내던 1994년 때 일이다. 당시 광양제철소가 ‘성과증진경쟁력 강화’ 대상을 받게 됐다. 포상금도 무려 1억원이나 됐다. 이때 정 내정자가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냈다. “직원의 자녀들은 대학졸업 때까지 장학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데 재직 중 사망한 직원들 자녀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 같은 한 가족인데 우리가 돕지 않으면 누가 돕겠습니까. 포상금 1억원의 20%를 기증해 가칭 강우회를 만들고 제강부 직원으로 재직 중 사망한 유자녀에게 대학까지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도록 하면 어떻겠습니까?” 각 대표들은 기립 박수를 치며 정 내정자의 뜻을 따랐다.


#사례 3

광양제철소를 첫 가동한 84년 4월. 당시 전로의 노체수명은 700~800회였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1200회를 달성할 수 없었다. 노체수명은 제강공장의 원가ㆍ생산ㆍ품질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 요소였다. 이에 정 내정자는 전로종점온도 및 종점산소를 하향화하는 타스크 포스를 구성, 정기적으로 검토회의를 실시하시면서 문제점에 따른 대응방안을 마련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1998년 연간 30억원이 넘는 원가절감 방안책을 마련할 수 있었다. 노체수명도 6500회를 훌쩍 넘었다. 정 내정자의 집요하고 끈질긴 추진력이 빛을 바라는 순간이었다.

포스코 호(號)의 새 선장이 될 정 내정자의 향후 경영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일화들이다.

재계의 관심이 집중된 ‘정준양식 경영’은 ▲신기술 발굴 ▲내실 경영 ▲윤리 경영 ▲글로벌화 등이 핵심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포스코 내부에서는 정 사장이 회장에 취임하면 최우선적으로 기술혁신을 통한 내실 경영의 고삐를 죌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사장은 34년간 철강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철강 엔지니어로 신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2004년 광양제철소장 시절부터 6시그마 등 혁신 조업기술 개발과 고부가가치 전략 제품 기술을 생산현장에 확대 적용해 왔다.

포스코의 글로벌 경영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1999년 유럽지역 EU사무소장으로 근무한 바 있는 정 사장은 직원들에게 ‘글로벌 기술 교류’를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최근 착공을 앞두고 예정지를 바꿔야 하는 상황에 처한 베트남 제철소 및 인도 제철소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업 모토인 ‘윤리경영’과 ‘사회공헌’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정평이 나 있는 정 내정자는 최근 3개월간 포스코 건설 사장으로 있으면서 “경영 정책 수립과 프로젝트 추진을 포함한 모든 의사 결정은 엄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하며 그 성과는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면서 “어려운 때일수록 소외된 이웃을 보살펴야 한다”고 역설해 왔다.


# 정준양 포스코 차기회장의 ‘식탁 리더십’

최근 선임된 정준양 포스코 차기 회장에게 ‘소탈한 미식가’라는 별명이 있어 시선을 끈다. 이같은 별명이 붙게 된 것은 정 차기 회장이 워낙 일반직원들과 식사하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정 차기 회장은 경영현황을 설명할 때도 엄숙한 회의실 보다는 종종 일반직원들과 같이 식사를 하면서 진행한다”며 “식사하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정 차기 회장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흔히들 높은 사람과 식사는 소화가 안 된다고 하는데 오히려 일반직원이 친숙해 한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증언이다.

그 비결은 정 차기 회장의 입맛에 있다. 그는 평소에도 대중음식점을 즐겨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보니 그가 고르는 식단은 늘 탕이나 빈대떡 등 친숙한 음식이다. 특히 정 차기 회장은 계절과 맛에 따라 식당을 잘 고르기로 유명한데 이는 그가 평소에 대중음식점을 찾으면서 쌓아온 내공(?)인 셈이다. 그의 별명이 그냥 미식가도 아니고 소탈한 미식가가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포스코 한 관계자는 “정 차기 회장은 식사시 개인별로 애로와 의견을 듣는데 인색하지 않아 무척 편안한 자리”라며 “함께 식사를 할 때는 직접 메뉴와 식당을 고르는데 가는 곳마다 맛이 일품이다”라고 밝혔다.

직원들을 사로잡는 정 차기 회장의 소탈한 ‘식탁 리더십’이 포스코에서 어떤 효과를 빚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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