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식 직전 신한은행 수뇌부가 이상득 전 의원에 비자금 전달 의혹

이명박 전 대통령 친형 이상득 전 의원 [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 친형 이상득 전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는 14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신한은행 남산 3억원 의혹' 관련 뇌물 사건의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 촉구를 권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조사결과 남산 3억원 사건의 실체가 명백히 인정된다고 봤다. 

과거사위는 신한은행 측이 2009년도 대검 중앙수사부의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비자금 수사 대응과정에서 남산 3억원 사건을 숨기기 위해 이른바 알리바이 자금을 마련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식 직전 신한은행 수뇌부에 의해 주도면밀하고 은밀하게 돈이 건네진 점 등을 종합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또 당시 검찰 수사가 미진했다고 판단했다. 비자금 3억원이 남산에서 건네졌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하고 전달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답사까지 했음에도 누가 이 돈을 받았는지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2010년 9월 17일께 남산 3억원 사건에 대한 최초 진술을 확보하고도 45일이 지난 같은해 11월 2일에야 신한금융그룹 수뇌부 사무실 등에 대한 늑장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조사단은 그로 인해 객관적 증거를 확보할 적기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서 라 전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등 핵심 관련자 3명이 사용한 휴대폰을 압수 대상으로 적시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특히 이 전 은행장은 남산 현장에서 3억원 수수자와 직접 통화한 사실이 있음에도 압수 대상에서 누락됐고, 그 신병 확보 등을 위한 강제수사도 진행되지 않았다.

당시 수사팀은 신한은행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한 결과 이 전 은행장의 자필 메모를 확보했다. 검찰 수사에 대비해 변호사 조언을 쓴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에는 '정치인에 대해 진술하지 않는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을 적용할 수 없다'고 적혀 있었다.

이 밖에도 2010년 검찰 수사 당시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이었던 위성호 현 신한은행장이 남산 3억원 관련 진술자를 회유한 사실과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를 새롭게 확보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위 은행장이 진술자에게 "3억원이 정치권에 넘어가 문제될 가능성이 있고 게이트화 될 경우 다칠 수 있다"며 진술 번복을 회유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을 수령자로 속단할 수 없지만 최소한 이명박 정권 실세에게 건네졌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언론의 미보도 취재자료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과거사위는 2010년 검찰 수사 이래 무성한 의혹만 양산돼 있는 상황에서 그 실체를 밝히고 관련자 처벌 등을 위해 수사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신 전 사장이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검에 라 전 사장과 이 전 의원을 고소했지만 1년이 다 되도록 고소인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범행 일시가 10년 전으로 증거 확보 등에 다소 어려움은 예상되나 대가성이 규명될 경우 뇌물죄 공소시효가 남아있다"며 "이 전 대통령 측의 뇌물수수 등과 관련된 수사 과정에서 남산 3억원의 실체를 밝힐 단서가 확보됐을 가능성이 크고 이를 수사에 참고할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남산 3억원 사건은 이 전 대통령 취임식 직전인 2008년 2월 라 전 회장이 이 전 은행장을 시켜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후 서울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이상득 전 의원 측에 현금 3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건은 2010년 9월 라 전 회장 등이 신 전 사장 등을 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그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시 검찰은 라 전 회장을 무혐의 처분했고, 이후 시민단체는 수령자로 이 전 의원을 지목하며 고발했지만 검찰은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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