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노무현 정부 관여 안 해” 김병준 겨냥… “예고편만 재미” 부정 평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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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박아름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서 ‘문자 해촉’ 당한 전원책 변호사의 14일 기자회견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당초 당 내부 관련 수위 높은 폭탄 발언을 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있었지만 ‘실속 없는’ 푸념만 있었다는 평가다. 이를 두고 전 변호사가 기자회견을 한 차례 연기한 점을 들어 전 변호사와 친분 깊은 한국당 내부 인사들과 극적(?) 접촉이 있었을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하지만 ‘김병준 날 세우기’만큼은 확실했다. 전 변호사는 “난 노무현 정부에 관여한 적 없다”며 진영 논리로 김 위원장을 비꼬았다. ‘기승전 김병준 저격’이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강력한 ‘한 방’ 없고 ‘조언’ 수준 “예고편만 못 해” 부정 평가
- “문자 해촉 당시 모욕감” 홧김 폭로 선언(?) “일부 인사들과 접촉‧타협했을 것”

전원책 변호사는 국회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자 해촉’ 이후 약 5일 만에 입을 열었다. 앞서 한국당 비대위는 지난 전 변호사를 조직강화특별위원으로 선임한 지 30일 만에 해촉 결정을 ‘문자’ 통보했다. 전 변호사는 이날 자신을 내친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전 변호사는 “그분(김병준)이 대통령이고 제가 비서실장이라면 팔 자르는 기분을 이해하겠지만 내가 그분의 수족이 아니지 않느냐”고 작심 비판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9일 자신을 해촉하며 ‘팔 하나 잘라내는 기분’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불쾌한 심정을 표한 것. 

전 변호사는 “김 위원장이 현대 정당 민주주의를 오해한 게 아니냐”며 “저를 수족으로 안 것이라면 모르겠는데 보통 사람들은 그런 표현을 자주 쓰지만 이 자리에 있는 분들 중에 그런 기분을 아는 분은 단 한 분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당 기강을 바로잡겠다’고 말하는 것도 군사정권에서 획일적으로 움직이는 군사정당이면 모르겠는데 오늘날 어떻게 기강을 이야기하느냐”며 “그분이 실수한 워딩이라고 생각한다. 저에게 복종을 요구할 것이라면 진작 말을 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비꼬았다. 

뒷말이 무성했던 만찬 불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앞서 김병준 위원장이 조강특위 외부위원과의 만찬회동을 제안했지만 이 자리에 전 변호사는 불참했다. 전 변호사는 김 위원장이 예약한 식당이 ‘여의도 최고급 식당이었기 때문’을 주요 이유로 들며 국민 세금으로 갈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강특위 위원과의 만찬을 하루 전 날 공지한 것에 대한 불쾌감이 상당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전 변호사는 “비대위 말씀인지 아니면 당직자 얘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불쾌했다. 군대도 하루전날 참모들에게 몇 시 집합해 밥 먹자고 안 하는데 제가 만찬 참석 공지 문자를 하루 전에 받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 식당은 여의도 최고급 식당이었다. 정말 서민들이 그런 데서 밥 먹고 있는 것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당비면 세금으로 먹는 것”이라며 “조강위원들이 가지 않겠다는 것을 비대위원장 체면이 있으니 세 분은 가십쇼라고 했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전 변호사는 김 위원장의 ‘진보 진영 이력’을 두고서도 언급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 위원장을 직격, “저는 당원이 아니지만 노무현 정부에 관여했던 사람도 아니고 특별히 진영논리에 빠져 있었던 사람도 아니다”라고 꼬집은 것.  

그러면서 전 변호사는 “전 보수논객으로 변하지 않고 살아왔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당을 얼마든지 비판하고 애정 어린 질타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며 “한국당에 저보다 더 이런 자격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 보라. 국민이자 보수논객 그리고 보수의 대변자로서 꾸짖을 수 있는 작은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 반대 진영에 단 하루도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전 변호사는 “(김병준 위원장이) 전권이 아니라 전례없는 권한을 줬다고 한 말을 들었다. 이건 모욕”이라면서 “과거 조강특위와 달리 이번 조강특위는 253개 전 당협의 사표를 받아놓고 당의 기초부터 새로 건설하는 조강특위였다. 전권을 줬다면 더 이상 말이 없어야 하는데, 전례 없는 권한을 준 거라고 하면 자칫 말장난으로 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방’ 없었다… “빈 수레 요란”

하지만 당 또는 보수 내부 문제에 대해서는 맹탕 공격만 펼쳤다는 지적이 크다. 전 변호사의 해촉은 전당대회 시기를 둘러싼 비대위와 이견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전 변호사는 “저는 처음부터 2월 전당대회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해 왔다”고 운을 뗀 뒤 “원래 조강특위 회의 때 253개 당협을 대상으로 당무감사를 49일에 걸쳐 진행할 것이라 논의했고 세부계획을 사무총장에게 위임했다. 그런데 당무위를 마치고 당무감사위원장이 전화로 20일 만에 (당무감사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깜짝 놀랐다. 253개 당협을 서울에 있는 사무직 80명이 20일 만에 감사하는 게 가능하겠나”라고 피력했다.

이어 “당무감사가 끝나고 불과 20여일밖에 남지 않은 12월 15일까지 인적 청산을 하라는 것은 어떠한 청산도 하지 말라는 말”이라며 “그래서 한 두 달이라도 전당대회를 늦춰야 한다고 한 것인데 이런 제 의견을 월권이라고 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전 변호사는 한국당 내부 문제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갔다. 그는 한국당 대권주자 등 중진의원들을 향해 “왜 야당 지역구에 도전 안 하고 편한 지역구에서 편하게 일하려하고 비례대표 얘기가 나오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희생과 반성을 보여주지 않으면 미래도 없다. 그분들이 자기 희생을 안 보여주면 나머지 의원들에게 어떻게 희생을 요구하겠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면서 전 변호사는 “한국당은 정파가 있는 정당이 아니라 계파가 있는 정당”이라며 “정파는 얼마든지 있어도 되고 정파 간 갈등을 통해 당내 정책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계파는 들어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마지막으로 “자유한국당이 국민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인사를 바꿔야 한다. 지금 안 바꾸면 안 된다. 지금이 미래가 걸린 마지막 기회”라 말했다.

초지일관 ‘김병준 비난’ “난 김병준 수족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 변호사의 발언이 시시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당초 당 내부 사안 관련 강한 폭로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강력한 ‘한 방’보다는 조언 성격의 쓴소리만 있었다는 평이다. 일각에서는 애초 폭로라 할 것이 없었는데, ‘문자 해촉’에 뿔난 전 변호사가 호기를 부린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전 변호사 본인의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의 심정으로 기자회견을 열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다. 예고편만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정치권의 관계자도 “문자 해촉당한 것이 모욕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폭로성 분위기를 조성하며 으름장을 놓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얼토당토 않는 이유로 기자회견을 한 차례 미룬 걸로 봐서는 중간에 당내 절친한 인사들과 얘기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알력다툼 등 내부 사정을 소상히 밝히게 되면 ‘보수 전체’에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에 전 변호사가 공감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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