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한시 겸직 "지주사 체제 구축하는 데 힘쓰겠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내년 1월 출범한다. 4년 만에 다시 부활하게 됐다. 회장에는 손태승 현 우리은행장이 내정됐다. 손 은행장은 내달 28일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공식 선임된다. 우리금융 노조도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외부 낙하산 인사를 우려하고 있었다"며 "노조 안팎에서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손 행장이 그룹을 이끄는 것에 대해 수긍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자본확충·자회사 전환 등 과제 산적…지주 전환 TF 가동
우리금융지주 비상(飛上)...'실탄·조직력'에 판가름

 

전임자인 이광구 전 은행장이 채용비리 사태로 예기치 않게 낙마하면서 우리은행을 이끌게 된 손 행장은 취임 1년여 만에 우리금융지주의 첫 회장이라는 중책까지 지게 됐다.

우리은행 이사회는 별도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리지 않고 손태승 은행장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했다. 지주 설립 초기에 현 우리은행장이 지주 회장을 겸직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지주가 출범하더라도 우리은행의 비중이 99%로 절대적이어서 당분간 우리은행 중심의 그룹 경영이 불가피하고,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의 자회사 이전과 내부등급법 승인 등 현안이 마무리될 때까지 지주-은행 간 협조가 중요하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새 회장을 뽑기에는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둘러싼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된 점이 당국 입장에서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조직안정 방점둘 듯

손 행장은 "회장 취임 이후 안정적으로 지주사 체제를 구축하는 데 힘쓰겠다"고 내정 소감을 밝혔다. 다음달 28일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공식 선임된다.

손 행장은 지주의 90%를 차지하는 은행의 내부사정을 잘 알아 조직을 조기 안정시킬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특히 민영화 이후 조직의 숙원이었던 지주사 전환을 다시 추진한 공적을 세우고, 올 상반기 11년 만의 최대실적을 거두는 성과를 보여줬다. 우리은행의 올해 반기 순이익 규모는 1조309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500억 여원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지주 회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 손 행장은 우리금융지주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될 현안이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안정화, 비은행 강화를 꼽을 수 있다.
 
우선 금융지주사로 안정적인 궤도 안착이 급선무다. 이 점에서 손 행장의 리더십이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손 행장은 취임 후 소통과 단합을 끌어내기 위해 올 3월부터 전국 4500킬로미터(km)를 이동하며 1000여 명의 직원들을 만나 직접 소통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도 은행내부, 사외이사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지지까지 얻어냈다.
 
따라서 이사회는 이러한 손 행장의 리더십이 우리금융의 안정적인 정착을 조기에 이뤄낼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다음 과제는 ‘비은행 계열’ 강화다. ‘금융지주사’로 번듯하게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 계열사를 구축해야 한다. 지주사 출범 이후에는 본격적인 인수합병(M&A)에 뛰어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우리은행의 은행 비중이 97%에 육박한다. 지주사 전환하게 되면 자회사 출자 제한이 풀리면서 자금 총탄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자기자본비율 산출 방법이 달라지면서 1년 동안은 자본비율이 줄어들어 당장 인수 합병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인수 금액이 적은 소형 금융사 인수부터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부동산신탁, 자산운용사, 캐피탈 등 소형 금융사들을 눈여겨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신탁, 자산운용사 등 소형 금융사 인수는 가격이 크지 않지만 실질적 업권 확장에는 큰 도움이 된다. 증권 같은 경우는 현재 한투증권, 삼성증권 등과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있어 급하지 않다. 보험의 경우 재무건전성 확충 이슈로 가장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지주 본격화 '채비'

한편,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 등 6개 자회사와 우리카드 등 16개 손자 회사, 1개 증손회사(우리카드 해외 자회사)를 지배할 예정이다.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의 자회사 편입 여부는 설립되는 지주사가 결정한다.

기존 은행 발행주식은 모두 신설되는 금융지주회사로 이전되고, 기존 은행 주주들은 신설 금융지주회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배정받게 된다.

앞서 우리은행은 본격적인 지주전환 작업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 행장이 이끄는 우리은행은 지주 전환 TF를 운영하기로 하고 은행과 카드‧종금 등 자회사 소속 80명을 TF로 발령냈다.

지주전환 TF는 크게 전략과 재무, 인사, 리스크관리, 정보기술(IT) 로 구성됐다. TF는 앞으로 주주총회 소집, 통지‧공고‧개최, 지주 설립‧등기 등 지주사 전환 관련 업무 전반을 처리하게 된다.

내년도 경영계획과 자금조달 계획‧수립, 규정‧제정, IT개발, 인사제도 마련과 같은 지주사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작업도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이 우리금융지주로 전환되면 국내 자산순위 5대 시중은행인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농협은행, 우리은행 모두 금융지주회사 체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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