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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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15일은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 치러진 날이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는 대학입시를 거부한 13명이 함께 했다.

시민단체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이하 투명가방끈)은 이날 '2018 대학입시거부선언 및 멈춘자들의 행진'을 열었다. 

참여자들은 "우리는 경쟁사회에서 부품으로 사용되고 소모되느라 멈출 자유를 빼앗겼다"며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가치있는 삶의 요소는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되찾는 것이 오늘 우리가 멈추는 이유"라고 말했다.

투명가방끈의 대학입시거부 선언과 행진은 2011년부터 진행됐다.

올해 참여한 고등학교 3학년 이알양은 "앞으로 뭘 할 거냐는 담임선생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며 "대학 가지 않는 삶을 상상할 수 없고 어떻게 살면 될지 몰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생 대부분이 대학을 가고 교사들은 대학 안 가는 삶을 모른다"며 "기술을 배우라고 하거나 고졸 성공신화를 보여주며 응원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탈학교청소년인 김나연양은 "학교에 있으면 내 존재가 지워질 것 같아 자퇴했다"며 "학교에서는 제 존재를 성적으로만 평가했고 1등급 한우나 3등급 돼지고기처럼 사람 앞에 등급을 붙이는 게 일상이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계속해서 "대학을 가지 않으면 사회에서 도태되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아직 불안하다"면서도 "사회가 정한 목표를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표명했다.

지난해 수능을 치르고 대학에 떨어진 뒤 올해 수능을 치르지 않은 성윤서양은 "재수를 권유받았을 때 과연 대학이 필요한지 생각했다"며 "1년 뒤쳐질까 불안한 우리에게 필요한 게 정말 대학인가"라고 반문했다.

성 양은 "입시 경쟁을 멈추자는 건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고, 10대만의 일이 아니고 모두의 존엄성과 가치를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이윤경 공동집행위원장은 "수능으로 비행기 이착륙 시간이 지연되고 출근시간이 늦춰지는 수능 독재국가이자 국가시스템보다 입시가 우선인 이상한 나라"라며 "입시를 실패하면 인생 실패자로 낙인찍어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학생을 입시노예로 만든 시스템을 방관하며 공범이 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기자회견 이후 광화문 광장과 세종문화회관으로 행진하며 "우리는 멈춘다. 교육을 망치는 경쟁을 거부한다" "세상을 망치는 차별 거부한다. 경쟁을 멈추고 우리는 전진한다"는 구호를 제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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