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피해 발생 시 ‘구속수사’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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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정부가 최근 3년간 2000건이 넘어선 응급실 내 의료진을 향한 폭행폭언 등 의료 방해행위에 대해 처벌 수준을 강화하고 형량하한제를 도입해 규범의 실효성을 높일 전망이다. 흉기 사용 등 중대 피해가 발생할 시 경찰은 공무집행방해 사건에 준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한다. 끊이지 않는 응급실 폭행이 이번 대책으로 인해 근절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응급의료 방해 증가 추세···폭행 40.4%, 폭언욕설위협 뒤이어

최근 3년간 신고된 응급실 내 의사, 간호사 등에 대한 폭행이나 폭언이 2000건을 넘어서 다른 환자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지만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 10명 중 7명가량이 술에 취한 상태였다. 주먹을 휘두르는 원인으로는 의료진 설명 부족과 긴 대기시간 등 이용 불편을 꼽았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최근 3년여간 응급의료 방해로 총 2053건이 신고고소됐다. 2016578건에서 지난해 893, 올해엔 6개월간 582건 등으로 증가추세다.

폭행이 830(40.4%)으로 가장 많았고 폭언욕설위협 338(16.5%), 위계위력 221(10.8%) 순이었으며 난동과 성추행 등 기타로 분류된 경우는 587건이었다.

올해도 지난 7월 전북 이산과 경북 구미, 8월 전남 순천, 9월 해남 등에서 폭행 사건이 잇따랐다.

지난해 893건으로 좁혀 방해 행위 주체를 살펴보면 10명 중 8명 이상(82.5%)이 환자였고 보호자는 15.6%였다. 술에 취한 주취자 비중이 67.6%에 달했다.

특히 응급의료 방해 빈도가 환자 상태에 위급한 중증응급환자를 진료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잦았다. 내원 환자 수를 고려했을 때 권역응급센터에서는 내원 환자 6900명당 1건이 발생했는데 12900명당 1건인 지역응급센터, 11400명당 1건인 지역응급기관보다 발생 빈도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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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방망이 처벌 원인은?

응급실 내 폭행은 응급의료종사자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다른 환자의 생명과 건강까지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지난 7월 대한응급의학회 설문조사 결과 응급의료종사자 62.6%가 직접 폭행을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39.7%는 일하는 응급실에서 월 1회 이상 폭행이 발생한다고 했다.

응급의료법은 폭행에 의한 진료방해 행위에 대하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을 묻도록 하고 있다.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 형법상 폭행보다 강화된 규정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법 집행은 벌금형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5년간 대한의사협회에 보고된 응급실 난동사건 10건에 대한 법원 판결은 평균 300만 원 벌금 4, 집행유예 2명 등이었으며 실형은 2명에 불과했다.

복지부는 피해 의료진은 가해자 보복 및 근무시간 외 수사기관 출석에 따른 번거로움으로, 의료기관은 지역 내 이미지를 고려해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결국 응급의료법 규범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형량하한제를 추진한다. 형량하한제는 ‘~년 이하라는 상한 대신 ‘~년 이상이라는 형량에 하한을 둬 법 위반 시 일정 기간 이상 실형을 살거나 어느 정도 액수 이상 벌금을 내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처벌 수준을 강화하고 형량하한제를 통해 규범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버스 기사에 대한 무분별한 폭행을 막기 위해 특정범죄가중법은 운행 중인 운전자 폭행 시 상해를 가하면 3년 이하 징역, 사망에 이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하한제를 시행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응급실은 보안인력이 없어 경찰 도착 전 적극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복지부는 응급실 전담 보안인력이 부족하고 폭행 사건 발생 시 가해자 제압·격리 등 적극적 행위가 부재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기준 응급실 전담 보안인력을 배치한 기관은 46%에 불과했다. 응급실 전담 보안인력을 배치한 의료기관 비율이 권역응급의료센터 97.2%, 지역응급의료센터 79.3%, 지역응급의료기관 23.2% 등 규모가 작은 응급의료기관일수록 보안인력이 부족했다.

경찰의 도움은 체감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응급의학회 설문조사에서 응급의료종사자 가운데 폭력 상황의 해결에 경찰이 도움됐다고 답한 사람은 17%에 불과했다.

결국 복지부는 응급의료법 시행규칙상 응급의료기관 지정기준에 보안인력 최소 배치기준을 명시하고 보안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수가를 개선한다. 응급의료기관 평가 때는 응급실 폭행 대비 시설장비인력 확보 등 진료 환경 안전성 부문을 평가하기로 했다.

경찰청, 지자체, 의료기관 협력으로 경찰이 24시간 상주하는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도 현재 11곳에서 수를 늘려가기로 했다.

경찰 대응 강화

응급실 내 폭행에 대한 경찰 대응도 한층 강화된다. 엄정집행 지침과 응급의료종사자 대응지침을 마련하고 보안장비를 확충할 계획이다.

응급실 폭행 사건 발생 시 경찰이 신속하게 출동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토록 한다. 흉기를 휘두르는 등 중대 피해가 발생한 주요 사건은 형사(수사)과장이 수사지휘를 맡고 공무집행방해사건에 준해 구속수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폭언과 막말 등 피해가 가벼운 사안도 전과나 여죄 등 상습성과 재범위험성을 철저하게 수사하기로 했다.

응급의료종사자 대응지침도 마련해 폭행 예방을 위한 응급실 환자 응대 요령을 안내할 방침이다. 폭행사건 발생 시 안전한 장소로 대피, 경찰 신고, 증거 확보, 경찰 수사 협조 등 후속조치 사항을 제시한다. 의료기관은 폭행이 발생했을 때는 폭행 가해자는 반드시 고소고발해야한다.

윤태호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응급실 내 폭행은 응급의료종사자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 외에도 다른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공공의 문제라며 경찰청과 함께 본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응급의료종사자가 안심하고 응급실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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