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식투자로 반토막 ‘책임론’ 대두


전 우리은행장 출신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잇단 대형 악재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국민의 노후가 걸린 연금을 판돈으로 주식투자에 나섰다가 반토막낸 건 시작에 불과하다. 작년 9월엔 이명박 대통령을 사석에서 만난 사실을 자랑인냥 떠들다가 송희영 <조선일보> 칼럼리스트에게 호되게 면박을 당했다. 또 최근에는 우리은행의 부실화가 전 은행장이었던 박해춘 이사장 탓이란 말이 금융계를 중심으로 떠돌면서 책임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특히 마지막 희망이었던 박병원 전 경제수석이 경질되자 그의 입지는 더욱 더 좁아졌다. 내우외환에 빠진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현 주소를 살펴봤다.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오는 대형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

박해춘 이사장에게 첫 시련이 닥친 건 작년 8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파동이 세계금융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을 때 즈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암흑으로 뒤덮힌 이때 어처구니없는 얘기가 국민들 귓전을 때렸다. 국민연금이 ‘묻지마 주식투자’에 나서 큰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곳은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를 야기시킨 △리만 브러더스를 비롯 △메릴린치 △AIG △패니메이 △프레디맥 등이다. 특히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주식은 현재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박해춘 이사장은 국내외 주식투자로 자그마치 19조3000억원가량의 손해를 봤다. 아무리 제돈 아니라지만 국민 입장에선 기가 찰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사면초가에 빠진 불도저

박해춘 이사장에게 불어 닥친 어둠의 그림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국민연금 취임 직후에는 말실수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만 했다.

작년 9월 송희영 <조선일보> 논설실장은 박해춘 이사장이 청와대 최고위층(이명박 대통령)과 교감한다는 사실을 자랑하고 다니자 그에게 융단 폭격을 가했다.

송 논설실장은 작년 9월 12일자 조선일보 사설지면을 통해 “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 경제계에서 부각되지 않은 화제 중 하나는 국민연금의 변신”이라며 “돌연 목소리가 커지고 위세마저 당당해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송 실장은 “역대 정권은 국민연금의 엄청난 위세를 걱정한 나머지 그동안 연금을 징수하고 지급하는 행정부문과 자금운용 부문을 분리하려 애썼다. 하지만 새(박해춘) 이사장이 등장한 후 돌연 기류가 바뀌었다”며 박해춘 이사장을 정조준 했다. 박 이사장의 입지가 좁아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다.

특히 같은 우리은행 출신인 박병원 전 경제수석의 경질은 박해춘 이사장에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박해춘 이사장에게 박병원 전 경제수석은 ‘마지막 잎새’와도 같은 존재였던 탓이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존재도 박해춘 이사장에겐 눈엣가시다. 전 장관이 취임한 직후 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장관은 연금 통합징수권을 국민연금공단 보다 정형근 전 의원이 있는 건강보험공단으로 일원화하는 데 힘을 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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