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자유한국당이 태극기 세력에 대한 고민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일단 친박계에서는 태극기 세력을 포용하고 총선이든 대선이든 나서야 승리 가능성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보수대통합’을 외치는 김병준 비대위와 비박계에서는 ‘태극기 세력은 통합의 장애물’로 보고 있다. 오히려 보수극우층을 끌어안는 대신 중도층이 빠져나간다는 입장이다. 일단 ‘태극기 포용론’을 주장했던 전원책 변호사가 해촉당하면서 김병준 비대위와 비박계가 ‘우위’를 점한 모습이다. 하지만 내년 2월 전당대회가 가까워지고 책임당원에 1만명에 육박하는 태극기 세력이 가입하면서 비박계내에서도 태극기 세력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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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애국당 조원진 태극기 세력 당원 가입 1만명 ‘육박’
- 대의원.당원 범박근혜 추종세력 30만명으로 ‘추정’

자유한국당이 태극기 세력을 수용할지 말지를 두고 딜레마에 처했다. 올해초만 하더라도 ‘태극기 세력’에 대한 언급은 금기어로 통할 정도로 당내에서 언급을 회피했다. 하지만 최근 이런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 단초는 전원책 변호사가 제공했다.

전 변호사는 지난 11월9일 조직강화특위원에서 해촉당하기전 한 인터뷰에서 “태극기 세력을 극우라고 표현하는 것은 지나친 왜곡”이라며 “나라를 걱정하는 분들이고 직전 대통령이 구속돼 추락한 국격을 걱정하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또 “그분들 빼고, 뭐 빼고 하면 보수통합을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11월9일 전원책 변호사가 태극기 부대 포용 논란이 채 가시기도전 ‘전대 연기론’을 주장하면서 쫓겨나 태극기 세력에 대한 전 변호사의 입장은 수면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다. 대신 ‘조기 전대론’이 불거지면서 태극기 부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전당대회에서 책임당원의 영향력이 막강한 상황에서 태극기 세력의 책임당원 가입수가 1만명을 훌쩍 넘어가면서 차기 당권에 도전하려는 인사들 입장에서는 최대 우군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2월 전당대회에 당권 도전이 유력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앞장섰다.

태극기 부대소속 1~2만명...책임당원 30여만명

김 전 지사는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태극기는 대한민국 주류고 뼈대”라며 “바른미래당이 들어오는 건 좋은데 태극기를 빼라는 건 망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여론조사로는 어려울지 모르지만 책임당원 성격을 놓고 보면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한국당 책임 당원은 33만명이다. 최근 2~3만 태극기가 입당했다고 들었는데 결정적 변수는 아니라고 보지만 기존 오래된 책임당원들 역시 태극기 세력만큼 친박성향이 강한 분들이다”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친박 홍문종 의원도 거들고 나섰다. 원내대표와 당권 출마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는 홍 의원은 11월 1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이 태극기 세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홍 의원은 “우리 우익의 굉장히 중요한 분들이 하는 단체”라며 “당 지도부가 대통합을 한다고 하는데 그분들을 빼놓고 대통합을 한다는 것은 당으로서 직무유기”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특히 얼마 안남은 총선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태극기 세력이 저의 당과 함께 공조해야만 그런 일들이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에는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나경원 의원도 태극기 세력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역시 원내대표 선거와 차기 당권 도전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나 의원은 지난 11월2일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태극기 세력 포용 문제와 관련해 “저는 모두 통합하자는 사람”이라며 “태극기 세력도 여러 종류”라고 말했다.

이어 나 의원은 “우리 당이 지금 분란할 때가 아니라 우리 당은 모두 함께 가야 된다”며 “우파가 모두 통합해서 사실 문재인 정부가 지금 잘못하는 부분에 대해 우리가 큰 목소리를 한번 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반문 연대 결성을 통한 보수 대통합을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태극기 세력에 대한 한국당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배경에는 낮은 당 지지율과 내년 전당대회가 한몫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7주 연속 하락세를 면치못하고 있지만 한국당은 전혀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태극기 세력을 흡수해서라도 지지율 제고에 나서자는 주장이다.

또한 한국당이 바른미래당과 분당하고 지방선거에서 TK에서 승리하고 참패했음에도 ‘책임당원’으로 남아있는 30여만명의 당원들의 성향이 태극기 세력 못지 않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다는 예비 당권 주자들의 판단도 한몫하고 있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나서는 비박계 한 의원 역시 본지와 만난자리에서 같은 심경을 토로했다. 이 인사는 “현재 태극기 세력이 당원으로 대거 들어와 현재 30만명이 이른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차기 당 대표 선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 인사는 “만약 한국당이 내년 전당대회 전후로 친박 비박으로 당이 혼란스럽고 지지부진하면 현 정권이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을 분열시키기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석방시켜줘 태극기 세력이 박 전 대통령을 휠체어에 태워 대구 서문시장 한 바퀴만 돌아도 분위기는 확 바뀔 수 있다”고 2차분열에 대한 우려감을 표출했다. 일단 태극기 세력에 대한 당 지도부의 강경입장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김병준 당 비대위를 비롯해 비박계에서는 태극기 세력 수용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태극기 부대 영입이 일시적 효과는 있을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중도층 확장에 도움이 되기 어려운 데다 간신히 봉합된 친박-비박 간 내전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 “자발적 태극기 부대 당원 가입이야...”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부산강연에서 “태국기 세력, 바른미래당, 한국당은 생각이 달라 한 그릇에 넣으면 싸우고 쪼개지고 또 싸운다”고 주장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태극기 세력 수용에 대해 “그런 극단적인 사고와 주장은 배척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태극기 세력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어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에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 한 의원은 “태극기 세력과 손을 잡는다면 우리가 어떻게 돌아가겠느냐”며 “지금도 친박계가 탄핵에 대해 반성을 요구하는데, 몇 만명이나 되는 태극기 세력이 한국당 안에서 목소리를 높인다면 지난 1.2차 탈당 때 돌아가는 것보다 나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단 태극기 세력에 대한 친박.비박간 이해관계에 따른 입장차가 뚜렷한 셈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계파와 상관없이 태극기 세력이 자발적으로 당원 가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결국 전당대회가 다가오고 더 불어난 태극기 세력의 책임당원화에 대한 비박.친박 당권 주자별 신경전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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