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했어도 좌절은 없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승부수를 띄었다. 제2의 IMF라고 불리는 금융위기로 세계 유수 기업들이 쓰러지고 기업 구조조정에 나서는 판국에 계열사 대표로 취임해 책임 경영에 나선 것. 현재 한화그룹 내에서 (주)한화 등 6개 계열사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 회장은 지난 20일 열린 한화석유화학 주총과 이사회에서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김 회장이 한화석유화학 대표가 되는 것 2002년 이후 만 7년만이다. 계열사 책임경영에 나선 김 회장의 승부사를 살펴봤다.

한화석유화학은 20일 이사회를 열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 회장은 1997년부터 2002년 말까지 이 회사 대표를 맡았다. 2002년 대한생명을 인수한 뒤 대한생명 대표이사 회장을 맡으면서, 금융업법상 금융사 대표는 다른 업종의 대표를 겸직할 수 없어서 사임했다가 7년 만에 복귀하게 됐다.

한화 등 6개 계열사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 회장이 한화석유화학의 공동대표를 맡게 된 배경은 책임경영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인수 실패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경제 위기를 극복,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에 따른 것.

실제 김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실패한 뒤 일본에 머물면서 사업구상을 했다.

외유를 끝내고 지난달 한국에 돌아 온 뒤 각 계열사 사장들에게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 건은 빨리 잊고, 향후 그룹의 미래를 이끌 신성장동력 사업을 찾아내라”고 지시했다.

이어 사장단 회의에서 “뼈를 깎는 심정으로, 새로운 각오로, 백지 위에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으로 대우조선해양을 대체할 수 있는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라"라고 지시했다.

이후 서울 한화그룹 본사 26층에는 전담 태스크포스팀이 꾸려졌다.

팀장엔 그룹 경영기획실장인 금춘수 사장이 임명됐다. 김 회장은 요즘 이 팀에서 취합·제시한 신사업 현황에 대해 수시로 보고를 받고 있다.

이번 한화석유화학 공동대표 취임과 관련 한화 관계자는 “김 회장은 최근 각 계열사에 신성장 동력 발굴을 주문했다. 한화석유화학에 공동을 맡게 된 것은 김 회장 자신도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앞장 서 뛰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화석유화학은 태양광 발전 등 대체 에너지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김 회장이 차세대 핵심 분야로 꼽는 사업이다.


계열사 곳간 채워 M&A 준비

김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무산으로 실패를 딛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 버금가는 대형 M&A를 통해 글로벌 한화의 초석을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조직을 개선하는 내부혁신프로그램<그레이트 챌린지(Great Challenge) 2011>을 시작했다. 2011년까지 중복 조직 통폐합과 기업 문화 혁신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업무 체질도 개선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2011년 이후 더 큰 인수·합병(M&A)에 도전한다는 구상이다.

김 회장은 최근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이제 더 큰 M&A를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며, 2011년을 전후로 대우조선해양 규모 이상의 M&A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회장의 경영 비전은 신사업 발굴과 체력비축을 통해 2011년 세계적인 M&A를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화는 현재 43개 계열사에서 연간 30조원의 매출을 올려 재계 10위(공정위 기준, 포스코·KT는 제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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