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안방마님 10년간 숨은 선행

장수지역아동센터(좌) · 독립문교회공부방

재계는 지금 한겨울이다. ‘경기침체’ ‘주식폭락’ 등 칼바람이 매섭다. 이런 와중에 언 몸을 녹일 수 있는 훈훈한 사연이 소개돼 눈길을 끈다. 재벌총수 부인들의 사교모임에선 따뜻한 봄기운이 물씬 풍겨난다. 현재 재벌총수 부인들을 주축으로 움직이고 있는 사교모임은 대략 5개. 이 중에서도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이 바로 ‘미래회’다.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 부인과 며느리들로 구성된 봉사단체인 미래회는 지난 10년간 소외된 어린이들을 남몰래 도와왔다.

‘그들만의 영역’, 재벌의 ‘이너 서클(inner circle)’은 늘 관심의 대상이다. 그들의 옷차림부터, 그들의 차나 자주 가는 음식점까지 일거수일투족이 세인의 관심사다.

재벌 ‘안방마님’들의 내밀한 커뮤니티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재벌 안주인들은 문화나 사회공헌 활동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해 상대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물론 언론 등에 노출되는 것은 극도로 꺼린다.

하지만 요즘 들어 재벌가 여성들도 점차 ‘베일’이 벗어지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걸맞게, 모임의 목적도 단순친목을 넘어 실질적 사회봉사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재벌가 여성들 모임 ‘미래회’

그중에서도 대기업 부인과 며느리들로 구성된 봉사단체인 미래회는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젊은 재벌총수 부인들이 주축이 된 미래회는 10년 동안 은밀하게 소외된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이들은 또 다음달 14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바자를 열어 수익금을 사단법인 ‘사랑의 친구들’이 운영하는 ‘미래를 여는 영어교실’에 지원한다.

미래회는 1999년 미술을 배우던 10여명의 기업인 아내들이 성경공부를 하면서 시작됐다. 초기엔 종교적 성향을 띤 모임으로 출발해 지금의 미래회가 만들어졌다. 연령대는 30∼50대로 다양하다.

비공식적인 기도회가 ‘미래회’라는 정식 명칭을 얻게 된 것은 지난 99년 여름. 기도회에서 우연히 ‘유진벨’ 재단이 북한 결핵환자를 돕는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보고 외국인도 북한인을 돕는데 자신들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북한 어린이를 돕는 자선모임을 결성하게 된 것이 현재의 미래회다.

이들은 그 자리에서 ‘좋은 일을 해보자’며 모금을 시작했고, 이때부터 대북의료지원단체인 유진벨재단에 매년 5000만원을 후원했다.

미래회는 지난해부터 다문화 가정 지원도 시작했다. 강원도 교육청을 통해 10명의 아이들을 추천받아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영ㆍ혼ㆍ육이 건강한 리더로 자랄 수 있도록 학업을 마칠 때까지 지원해 주는 장기 프로젝트다.

미래회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모든 활동을 ‘대외비’로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래회는 사무실도 없다. 카페 등을 통해 활동 계획을 그때그때 세운다. 기부도 직접 하는 것보다는 ‘유진벨 재단’이나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남모르게 실천하는 것을 미래회의 밑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회의 주도 세력 중 대통령의 딸이 두 명이나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미래회의 핵심 인물로는 △SK그룹 최태원 회장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노태우 전 대통령 딸)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의 며느리인 이수연씨(이명박 대통령 딸) △한솔제지 이인희 고문의 장녀 조옥형씨 △한솔그룹 조동길 회장 부인 안영주씨 △고 이창희 새한그룹 회장의 딸이자 조내벽 라이프그룹 전 회장의 며느리인 이혜진씨 △신라교역 박준형 회장 딸 박민정씨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 며느리 박선정씨 등이 꼽힌다.


10년째 따뜻한 봉사

미래회 회원들은 출석하는 교회가 모두 다르다. 회원 대부분은 새벽기도회에 참석하는 독실한 신앙인이다. 새벽기도를 통해 감사의 신앙을 갖게 됐다. 온누리교회에 출석하는 조옥형씨는 기독교 문화사역에 관심이 많다. 그는 CCM 사역자를 발굴하고 음반을 기획ㆍ제작하는 비전을 갖고 있다.

2003년 남편 최태원 회장의 수감생활을 계기로 믿음을 한 단계 성장시킨 노소영 관장은 미래회 3대 회장을 맡아 남다른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기쁜소식교회에 출석해온 노 관장은 남편과 함께 장애아동을 돕는 데도 적극적이다. 또 자선 바자 장소후원과 팸플릿 제작 등을 도맡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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