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고리사채 식민지로 전락하나

국내 대부업 시장이 갈수록 팽창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최대 규모의 대부업체들이 한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일본 야쿠자 자금유입설도 나오면서, 업계가 초긴장상태에 돌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일본계 대부업체들의 진출 및 야쿠자 자금 한국의 유입 등으로 국내 대부업계는 일본의 식민지로 전략하게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일본 1위 대부업체인 아이후루 등 일본 ‘빅3’업체의 한국시장 진출이 확정될 경우, 대부업계의 ‘빅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이 대부업체에 대한 칼날을 곧추 세웠다. 일본 야쿠자의 자금유입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경찰은 최근 높은 이자를 보장하겠다며 일본인들로부터 투자금 480억원을 불법으로 끌어 모은 혐의로 대부업자 박모씨 등 5명을 붙잡아 조사중이다.

현행법상으로 대부업체는 일반인으로부터 투자금을 모을 수 없지만, 박씨 등은 일본 현지에서 광고 등을 통해 자금을 끌어 모은 뒤 한국으로 불법 반입해 ‘고리대금업’을 했던 것이다. 이들은 연리가 0.4% 불과한 일본 시중은행에 비해 많게는 20배가 넘는 수익을 보장한다고 광고해, 일본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일본 야쿠자 자금이 국내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인터폴을 통해 일본 경시청에 공조수사를 의뢰했다. 이는 한국 대부업계에 일본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고, 이중 불법 야쿠자 자금도 한국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장규모 40조원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대부업 시장규모는 연간 40조원이고, 4만여개의 합법·불법 대부업체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사실상 한국 대부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민노당 심상정 의원 등은 “우리나라의 대부시장은 일본계인 아프로FC그룹과 산와머니 등이 양분하고 있고, 모두 20여곳의 일본계 대부업체가 우리나라 대부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며 “일본 대부업체들이 야쿠자 자금과 긴밀하게 연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시장에 진출한 산와머니 등 일본계 대부업체들은 최근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산와머니는 지난 2004년 1543억원이던 대출자산이 최근에는 5000억원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재일교포계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도 대출자산 67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일본계 대부업체들의 자산규모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급성장하면서, 대형 일본 대부업체들이 한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 정부의 금리상한 대폭인하(연 15~20%) 조치가 취해지면서, 일본 대부업계가 한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현재 연 66%의 고리대를 보장하고 있는데다, 9월부터 연 49%로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일본에 비해 현저히 높은 고금리이다. 따라서 일본계 대부업체들의 한국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일본 1위의 대부업체인 아이후루를 비롯해 다케후지, 프로미스 등 일본 대부업계의 ‘빅3’가 한국시장 진출 방침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진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아이후루’의 경우 일본증시 상장업체로 증자 등을 통해 무이자로 자본을 확보할 수 있어 국내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엄청난 파장이 일 것으로 대부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일본계가 사실상 장악

아이후루는 자산 21조1075억원, 직원 1만여명, 지점 1805개에 달하는 일본 최대의 대부업체다. 다케후지나 프로미스 등도 지난 50~60년대 설립돼 대출금 잔액이 10조원을 넘고, 지점만 2000여개를 운영하는 일본 ‘빅3’ 대부업체다.

이들 대형 일본계 대부업체의 한국 진출은 대부업체의 줄도산은 물론 저축은행이나 할부금융사도 영업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서민피해가 늘어나고 외국의 고리사채영업만 배불리는 꼴이 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민노당은 “우리나라 일본계 고리대 자본이 국민을 대상으로 고금리를 뜯어 자국으로 송금하는 사냥터로 전락할 것”이라며 “여기에 정부가 옛 이자제한법(25% 이하)수준으로 금리를 확 낮추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이 일본계 등 외국계 대부업체의 고리사채 식민지로 전락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 관계자도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한국에 진출할 경우 한국 대부업체들의 영업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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