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가이자 도시 전문가인 허정도 씨의 역작
- 백석, 천상병, 나도향, 김해랑, 순종, 김수환, 김춘수 등
- 작은 항구 도시에 남은 16인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도시 이야기
- 12월 20일 북콘서트 개최…내년엔 도시 인문학 기행도

[일요서울ㅣ진주 이도균 기자] 국립 경상대학교(GNUㆍ총장 이상경) 출판부(부장 박현곤 미술교육과 교수)는 건축가이자 도시 전문가인 허정도 씨가 추적하고 재현하고 상상해낸 역작 '도시의 얼굴들-한 도시에 남긴 16인의 흔적'(국판변형, 370쪽, 1만 7000원)을 발간했다.

도시의 얼굴들 @ 경상대학교 제공
도시의 얼굴들 @ 경상대학교 제공

이 책은 20세기 전반 60여 년 동안 한반도 남녘 작은 항구 도시에 남은 16인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도시 이야기이다. 16인은 대부분 다 아는 인물이지만 작은 항구 도시 마산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모두 아는 사람은 드물다.

허정도 씨가 선택한 16인은, 백석, 천상병, 나도향, 김해랑, 순종, 김수환, 김춘수, 이극로, 이원수, 김명시, 임화, 지하련, 옥기환, 김주열, 명도석, 산장의 여인이다.

이 책에는 모두 16인의 인물들이 등장하여 도시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부부였던 임화와 지하련은 함께 묶어서 전체 열다섯 꼭지로 구성됐다. 널리 알려진 인물들이 대부분이고, 낯선 인물도 있다. 그럼에도 그들의 삶과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시인 백석처럼 잠시 이 도시를 스쳐간 이도 있고, 옥기환, 명도석, 김해랑처럼 평생 마산이라는 도시에서 산 이도 있고, 마산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대륙에서 독립운동을 한 김명시도 있고, 계획된 일로 이 도시를 방문한 순종, 이극로, 김수환 추기경도 있고, 마산에서 문학의 터를 닦은 이원수, 김춘수, 천상병도 있고, 병으로 이 도시와 인연을 맺은 나도향, 임화, 지하련, 산장의 여인도 있고, 열일곱 살 마지막 엿새를 마산에서 보낸 김주열도 있다.

16인이 머물렀던 시간과 장소, 이유와 행적은 모두 달랐다. 허정도 씨는 그 다름을 하나둘 찾아내며 그들이 남긴 행적을 좇고, 머물렀던 장소를 연결하고, 사라졌거나 흐릿한 것을 재현하고, 짧은 말과 글로만 남은 것을 복원하고, 사이사이의 빈틈을 상상해 냈다. 훼손되고 사라져서 장소만 남은 것은 화두처럼 부여잡고 숙성시켜 세상에 드러냈다.

주목할 건 한 도시 공간에서의 행적뿐만 아니라 각 인물의 세부까지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이다. 브람스 교향곡 4번을 유독 좋아했던 책벌레 천상병, 자신이 좋아했던 단가의 거장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석(石) 자를 따와 필명으로 썼던 백석, 한 자리에서 70사발의 주량을 자랑했던 나도향, 독립지사 명도석 선생의 넷째 딸 숙경을 아내로 맞은 김춘수의 마산 생활, 시골 성당에서 신자들에게 화투 놀이 ‘나이롱 뽕’을 즉석에서 배워 밤늦도록 함께 놀았던 김수환 추기경의 뒷이야기까지 들려준다.

허정도 씨는 건축가이다. 또한, 지역 신문사 대표를 지낸 언론인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은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다. 저자가 건축가여서 이 책이 도시의 건축에 대한 글일 거라는 추측은 위험하다. 허정도 씨는 일반의 생각에 허를 찌른다. 건축이 아닌 사람의 이야기를 넉살 좋게 풀어낸다. 감수성과 문장력으로 무장한 시인이나 소설가처럼 스토리를 흥미롭게 엮어간다.

경상대학교 출판부 김종길 편집장은 “책에 16인의 인물을 등장시켜 그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지게 하는가 하면 어느 새 읽는 이로 하여금 건축과 공간의 한가운데에 서 있게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건축가 허정도의 장점이 유감없이 발휘된다.”면서 “그는 마산이라는 한 도시의 옛 거리와 장소, 건축물 들을 각종 지도와 자료, 문헌 등을 통해 재구성하고 하나하나 복원해내는 치밀함을 보여준다. 그런데 정작 글을 읽는 사람에겐 전문적인 연구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이미 알고 있는 익숙한 이야기처럼 친숙하게 다가올 뿐이다.”라고 말한다.

'도시의 얼굴들-한 도시에 남긴 16인의 흔적'은 경상대학교출판부가 기획한 ‘지앤유 로컬북스’의 네 번째 책이다.

경상대학교출판부는 이 책 출간을 기념해 경상대학교 복합문화공간 ‘북카페 지앤유’에서 12월 20일에 북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북콘서트에는 창원, 진주, 통영에서 온 패널들이 허정도 씨와 도시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

참가 신청은 경상대학교출판부로 하면 된다. 또한, 2019년에는 책에 나오는 주요 공간인 마산을 저자와 함께 탐방하는 ‘도시 인문학 기행’을 계획하고 있다.

저자 허정도는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으며 서진종합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도시 공간 변천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창원대학교와 경남대학교에서 건축학과 도시학을 강의했다.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장과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경남도민일보 대표이사를 지냈다. 지금은 한국토지주택공사 상임감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도시불량주거지 재개발사업에 대한 조사연구', '전통도시의 식민지적 근대화', '책 읽어주는 남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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