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타계 전략 “새 먹거리를 찾아라”

LG · 현대자동차 · SK

최근 재계에서는 신규사업 등록이 한창이다. 정관에 새로운 신규사업을 추가하거나 아예 사업목적을 변경해 새기업이 먹거리 사업 진출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세계 경제침체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기업이 신사업을 통한 수익창출에 나섰다는 평가다.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적잖은 기업이 ‘쌩뚱맞은’ 사업에 발을 담근 탓에 성공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돈벌이를 찾아라.” 최근 재계의 화두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새 먹거리 사업을 찾는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본업의 수익이 신통치 않자, 새로운 사업으로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전략이다. 때문에 국내 일부 기업들은 최근 주주총회를 계기로 정관에 신규사업을 추가하거나 사업목적을 변경하고 나섰다.


생뚱맞은 사업 대거 출연

현재 주력 업종이 아닌 타 분야 진출은 재계에 유행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일정 기류가 보인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번 신규사업진출에서 ‘녹색 테마’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3월 13일 주주총회를 개최한 LG디스플레이는 박막 방식 태양전지 제조 등 태양에너지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또 3월 10일에도 두산중공업이 이사회를 열어 태양, 풍력, 지열에너지 등, 기타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목적사업에 추가한다고 공시했다. 그밖에 SK네트웍스는 국외 조림과 고무수액 체취를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신세계가 정관을 변경해 사업목적에 발전업을 추가해 태양열발전기 사업 진출 가능성을 남겼다. 그밖에 동국제강은 후판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장 및 기타피막 처리업을 신사업에 넣었고 대림산업은 토양 지하수 정화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이같은 신사업 진출은 정부의 ‘녹색성장’ 방침에 발맞춰 친환경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의도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의 신사업진출은 다소 생뚱맞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3월 15일 관광사업 및 부대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영빈관 용도로 사용되는 롤링힐스를 통해 직접적으로 호텔사업에 진출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주 업종과 상관없는 뜬금없는 사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LG데이콤은 사진촬영 및 처리, 전시 행사 대행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 웨딩사업을 위한 사업진출이라는 것이 LG데이콤의 설명이다. 코오롱건설도 국내외 자원탐사와 개발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하지만 가장 압도적인 신규사업진출 의지를 밝힌 것은 바로 KT&G다. KT&G는 주총에서 다양한 사업목적을 추가하면서 업계의 시선을 모았다. 주점업을 비롯해 금융업, 스파, 서비스업 등 다양한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추가한 신사업 개수만 무려 36개에 달한다.

재계의 이같은 막대한 신규사업 진출에 대해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문제는 이들 테마가 인기를 끌면서 기존에 이들 분야와 전혀 다른 사업을 영위하던 기업들조차 우후죽순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IT사업이 유행을 탔을 때, 일부 기업들은 다짜고짜 인터넷 비즈니스를 추가한 바 있고, 황우석 붐이 일었던 당시에는 바이오 관련 사업을 정관에 추가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해당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는커녕 흐지부지 잊혀졌다. 신규사업 진출에 대한 전망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재계의 평가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


신규사업 잘 풀릴까

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목적 변경은 주가 부양을 위한 일종의 쇼맨십일 가능성도 있다”면서 “신규사업이 불황돌파에 효자노릇을 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무분별한 신규사업 투자가 실패할 경우 자칫 경영부담이 더 심해지리라는 관측이다. 이미 KT&G는 주총 사업목적 추가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반대를 산 바 있다. “무분별한 사업다각화가 오히려 기업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연 이들의 새먹거리는 불황타개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올해 정관을 변경한 기업의 한 관계자는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안건을 주총에 올리고 주주 동의를 받은 것”이라며 “시장 판도를 뒤집기는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 그룹 실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목적, 사명까지 바꾼 코스닥 기업 요주의

재계에서 사업목적 변경 등 기업 옷갈아입기가 한창이다. 하지만 이런 기류에 편승하는 일부 코스닥 기업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 3월 23일 네오쏠라는 상호명을 지디코프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12월 23일 사명을 교체한 후 약 3개월만의 교체다. 글로넥스는 태양광 사업에 진출하면서 사명을 대우솔라로 변경했다. 다와이에서 이름을 바꾼지 불과 6개월만이다.

또 한국하이네트와 이지에스도 이미지 제고를 위해 각각 트루아워, 유일엔시스 등으로 회사명을 바꾸었다고 같은 날 장 마감 후 공시했다. 그밖에 코닉시스템도 지난 3월 20일 공시에서 사명을 에이피시스템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루보도 같은 날 제다로 회사명을 교체한다고 공시했다. 이른바 ‘이미지 제고’용 간판 바꿔달기다.

이에 대해 증권 전문가들은 각별한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한 증권 전문가는 “사명변경이 부진한 실적을 감추기 위한 것일 수 있다”면서 “상호를 자주 바꾼 회사들은 그만큼 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