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허창수 GS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감성경영이 화제다. GS그룹은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유연함과 원칙주의자인 허 회장의 경영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또 오페라<아이다>를 7번이나 감상한 문화애호가이며 새로 나온 전자제품은 직접 만지고 조작해야 직정이 풀리는 ‘얼리 어덥터(early adopter)’이다. 허 회장의 경영리더십을 알아본다.

GS그룹은 새로운 도전 앞에 서 있다. 경제 위기를 도전과 기회로 보고 ‘재계 5위’ 목표를 위한 힘찬 시동을 걸었다.

GS그룹은 2004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해 올해로 출범 5년째이다. 계열분리 이후 자산이 18조7000억원에서 39조원(작년 말 기준)으로 209% 증가했다. 매출 규모도 23조1000억원에서 49조8000억원으로 216% 불어났다. 자산규모는 재계 8위다.

그룹의 모든 사업은 본궤도에 올라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M&A실패와 주력 사업인 에너지·건설이 모두 경기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이 절실할 때이다.

허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위기국면에서만 찾아오는 절호의 기회를 과감히 포착해야 한다"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GS그룹은 위기를 극복하고 2010년을 목표로 하는 중기 비전 달성을 위해 각 계열사의 ‘스마트 산업화'를 촉진할 수 있는 신규사업 및 주력사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GS그룹은 에너지, 유통 및 건설 등 주력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비전을 실현할 계획이다. 올해는 지난해 투자가 집행된 2조1000억원 대비 약 10% 늘어난 2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같은 투자 규모는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더라도 고도화시설 등에 대한 시설투자를 지속해 성장 잠재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허 회장의 전략이다.

그 중심은 역시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에너지 분야 사업이다. 그룹의 목표 투자액 2조3000억원 중 절반 정도가 이곳에 사용된다.

GS칼텍스의 제3중질유분해탈황시설(제3HOU) 건설 및 유전개발 사업, GS EPS의 연료전지 사업 등 에너지 부문에 1조7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반면 GS리테일의 신규 매장 확장과 기존 점포 개선, GS홈쇼핑의 브랜드 경쟁력과 국외 사업 강화 등 유통 부문에 4000억원, GS건설의 민자 사회간접자본(SOC) 출자와 중장기 성장기반 구축 등에 2000억원이 투입된다. 투자액만 놓고 봐도 에너지 사업의 비중을 알 수 있다.

또 GS리테일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교통, 날씨에 따라 배송 노선을 달리하는 배송관리시스템(TMS시스템) 구축, 전국 3400여 개 GS25, 108개 GS수퍼마켓, 14개 GS마트등에 최단 거리 배송을 실시하고 있다.

허 회장은 “지금 상황은 지나친 낙관이나 막연한 기대가 통하지 않는 국면이다. 기발한 전략보다 실행력이나 실천의지가 더 중요한 승부요인이다. 이럴 때 일수록 기본에 충실하고 위기 국면 속에 찾아오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쯤되자 업계에서는 허 회장이 변했다고 한다. 그동안 좀처럼 외부 활동에 나서지 않았던 허 회장이 본격적 행보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단에 합류하며 본격적인 대외활동을 시작했다.


현장경영 강화통해 위기극복 시나리오

허 회장은 현장 경영도 강화했다. 최근 허창수 회장은 문정동 GS스퀘어 송파점을 방문했다. GS스퀘어 송파점은 GS리테일이 지난 1월 새롭게 꾸민 복합쇼핑몰이다.

이번 방문에서 허창수 회장은 지하 2층 식품매장에서부터 2층 쇼핑몰과 문화센터까지 전 매장을 꼼꼼히 살폈다.

시찰을 통해 GS 주요 사업영역의 하나인 유통현장을 점검하는 한편 현장 직원들을 격려했다. 직원들과 대화도 나누며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고객과의 소통을 업그레이드시키라”고 주문했다. 허창수 회장은 평소에도 “경영환경이 어려울수록 현장이 강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지난 2월에는 태국의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터키에서 전지훈련 중이던 FC서울 선수단을 방문하기도 했다.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겼던 허 회장이 직접 경영에 간섭하며 참여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고 있는 기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인 셈이다.


마사이운동 애호가

허 회장은 자기관리가 철저한 CEO이다. 기상시간은 새벽 5시. 일어나자마자 전날 읽은 책의 내용을 정리한다. 그리고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운동과 아침 식사를 하고 출근한다. 이때가 오전 8시다. 이런 일과를 매일 반복한다.

또한 건강관리도 철저하다. 마사이운동 애호가이다. 틈날 때 마다 걷는다. 그것이 환갑을 지나도 건강을 유지하는 그의 건강비결이다. 인터컨티넨탈호텔에 약속이 있으면 역삼동 회사에서 걸어서 이동한다. 운동량이 부족한 임원들에게 만보기를 나눠주며 걷기를 권하기도 한다.

그는 또 오페라 마니아다. 국내에서 열리는 유명한 오페라 공연은 부인과 함께 꼭 챙겨본다. 아바 노래로 구성된 뮤지컬 <맘마미아>도 좋아하는 공연 중 하나다. 공연뿐만 아니라 홈시어터로 오페라DVD를 보는 것도 즐긴다. 오페라<아이다> 7번, <라트라비아타>는 5번이나 봤다고 한다.

허 회장은 자신에겐 엄격한 반면 남에게는 관대하다. 좀처럼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는 스타일이다.

경영활동에서도 소탈한 인간적 면모가 그대로 묻어난다. 사장단 회의에서도 참석자들의 의견을 모두 경청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그는 일일이 업무를 챙기기보다 굵직한 사안에서만 방향을 제시하고, 대부분 업무를 담당자에게 책임을 위임하고 맡기는 통 큰 경영활동을 펴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입보다 귀가 더 많이 열린 CEO'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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