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최대 히트상품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및 제안게시판은 지난 해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문을 열었다.

청와대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일정 규모 이상이 질문이나 청원이 있을 경우 책임 있는 정부 및 청와대 당국자가 답변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정 규모는 20만 명이다. 가장 최근에 20만 명을 넘은 청원은 이수역 폭행사건청원이다.

미국 백악관도 위 더 피플이라는 청원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졌는데, 처음에는 30일 이내에 5천 명 추천을 받으면 백악관이 공식 답변을 해줬다.

정책반영 가능성 없는 청원이 끊이지 않자 25천 명선으로 올렸다가 현재는 10만 명이 한 달 내에 추천을 해줘야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정책 반영 가능성 없는 청원들이 이어지고 있어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닫아 버렸다.

청와대는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청원 게시판을 열었다. 청와대는 청원게시판 상단에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모토를 내세우고 있다. 촛불민주주의의 세례를 받고 출범한 정부로서는 자연스러운 발상이다.

국민들도 아직은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tbs여론조사에서 60.3%가 운영을 지속하길 원한다고 답변했다. 적어도 문재인 정부에서는 닫을 일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효용 측면에서 고민이 없을 수는 없다.

이수역 폭행사건청원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의 민낯을 드러낸다. 이수역 부근 맥주집에서 남성 다섯이 여성 두 명을 처참하게 폭행한 사건이 발단인데, 사건 진상이 청원에서 밝힌 것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여성에 대한 혐오 범죄이거나 일방적인 폭행이 아니라, 여성들이 옆자리 커플에게 희롱과 막말을 하다 말리는 남성들과 난투극을 벌인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청와대가 어떤 답변을 내놓느냐에 따라 청원게시판의 앞날도 갈리지 않을까.

국민들의 목소리가 담긴 청원이나 민원은 행정부뿐 아니라 선출직 국회의원, 지방의원들에게도 크나큰 두통거리로 다가온다. 기초의원인 시, 구의원들은 거의 모든 일상이 민원으로 채워진다.

국회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민원인이 찾아오고 억울함이 담긴 민원이 접수된다. 국회에 접수되는 민원들은 대부분 해결이 쉽지 않은 편이다. 민원인들은 담당 기관에 민원을 넣고 가까운 시, 도의원에게도 진정을 넣어보다가 해결이 안 되면 국회를 찾는다.

민원 내용도 천태만상이다. 아들이 군대에 가는데 편한 곳으로 빼달라는 이제는 불가능한 민원, ‘황금쌀을 발명해서 우리 농업을 혁신할 수 있으니 정부예산을 지원해 달라는 기도 안 차는 민원, 이해도 안 가는 금융상품에 들어서 돈 벌 때는 좋았는데 피해 보니 본전 생각나서 정부가 책임지라는 민원, 멀쩡하게 잘 돌아가던 공장 옆에 어떻게 허가가 났는지 아파트가 들어서더니 주민 건강을 위협한다고 공장을 철거하라는 민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접수된다.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경기북부 외상센터가 민원때문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헬기 소리가 시끄럽다고 주민들이 항공청에 민원을 넣었고, 항공청은 병원에 민원을 해결하지 않으면 헬기장을 폐쇄하겠다고 하고, 보건복지부는 헬기장을 없애면 외상센터 지정을 취소할 거라고 한다.

병원은 어떻게 해야 할까? 쉬운 방법은 외상센터를 포기하는 것이다. 이런 답답한 뉴스를 다시 안 보려면 들어줘야 할 민원이 있고 막아야 할 민원이 있다. 들어줘야 할 목소리가 있고 무시해야 할 목소리가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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