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8개월이 지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 민심에 기대어 조기 대선을 통해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문 정부가 그동안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대인관계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남북미관계 개선이다. 현재는 다소 소강상태지만 남북한 3차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한반도에 평화 정착을 위한 진전을 보였다.

대내적 으로는 촛불 민심을 받들어 적폐청산의 칼날을 꺼내들었다. 일부에서는 전정권 인사들을 내치고 코드인사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정부부처 산하에 TF팀을 꾸려 근 10년 전정권의 적폐 청산에 나서면서 환호를 받기도 했다. 마침내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키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7주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단 위기론엔 경제 지표가 한몫하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 그에 따른 자영업자의 불만이 하늘을 찔렀다. 또한 9.14 부동산 대책 발표로 부동산 오름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광풍이라 부를 만큼 오를대로 오른 집값은 여전히 집없는 서민들의 시름을 깊게 만들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 1기 경제 사령탑을 맡았던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동시에 교체하면서 정부 스스로 소득주도성장의 한계를 시인한 셈이 됐다.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역시 점수를 박하게 받고 있다.

구정권과 단절을 위한 적폐청산이 가시적인 성과를 냈지만 실제로 입법화하는 데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집권 여당은 여소야대 정국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하소연하지만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집권 초 거만함이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다수다. 일례로 현재까지 7명의 장관이 야당의 반대로 인사 청문보고서 없이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임명을 강행했다.

또한 판문점 비준안, 남북경협을 위한 예산안 처리, 검경수사권 및 공수처 설치, 심지어 국정원 대공수사권 이양도 보수정당의 반대로 국회 내에서 표류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립유치원 비리를 폭로한 박용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유치원 3법도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자칫하면 연말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래서야 집권 여당으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 청와대와 정부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보다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할 수 있는 일은 산적해 있다. 그런데 야당과 협치를 포기한 듯한 모습은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민심에 기대어 탄생한 정권이다. 광화문을 비롯해 전국 도심에서 촛불을 든 민심은 과거 정권처럼 권력에 취해 오만에 빠지지 말고 서민들과 중산층을 위한 정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기 때문이다. 이제 18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서민들 삶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경제, 부동산, 일자리, 교육에 대한 가시적 성과는 미미하다.

집권 2년 차를 맞고 있는 정권 어느 것 하나 단기간에 되는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명확하게 답을 알고 있는 부동산과 일자리, 교육에 대한 처방을 뒤로 미루는 것에 문 정부 역시 기득권 세력에 몸을 낮추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지난주에 수능이 있었다. 60만명의 수험생이 자신의 인생을 위한 첫 번째 단추를 꿰는 자리였다. 그러나 한 학부모는 이렇게 말했다. “70%를 수시로 뽑고 30%를 정시로 뽑는 수능에 없이사는 사람들이 기대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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