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정부·여당과 민노총이 비로소 의절하는 모양새다. 민노총이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하고 총파업까지 예고하자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역시 반감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중이다. 문 정부 출범 이후 민노총 등 촛불 세력은 지속적으로 촛불 청구서를 내밀었다. 자신들이 촛불 집회를 주도했다는 명분에서다. 문 정부 역시 촛불 정권임을 자처하며 이들의 무리한 요구를 모두 들어줬다. 그 결과 1년 반이 지난 지금 세를 한껏 불린 민노총은 무소불위에 가까운 힘을 과시하며 안하무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 무소불위(無所不爲안하무인(眼下無人) 민노총, “정부가 자초’”
- 당내서도 의견 엇갈려... “이참에 선 그어야” vs “대립각 세우면 안 돼

 

촛불 청구서의 끝은 어딜까. 민노총의 불법·폭력적 행태가 도를 넘는 모습이다. 민노총은 집권 여당 원내대표 지역 사무실을 점거한데 이어 대검찰청도 접수했다. 정부기관과 국회의원 사무실을 제집 안방 드나들 듯 하며 폭력과 협박을 행사하는 민노총의 안하무인(眼下無人)적 행태가 국민적 공분을 야기하고 있다.

촛불 정권자처...
부메랑 돼 돌아오다

지난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촛불 정권임을 자임하며 친노동 정책을 구사해 왔다. 최저임금 2년 연속 대폭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무더기 정규직 전환 등 민노총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주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이들의 밀월 관계는 한상균 전 민노총 위원장 사면 논란을 두고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연말 민노총은 한 전 위원장의 사면을 요구했지만 정부가 난색을 표하면서 정부와 민노총의 갈등 씨앗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올해 중반 최저임금 논란이 불거지면서 갈등은 본격화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지키지 못한다는 내용을 선포하면서 민노총은 반발했다. 이후 민노총은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았고, 민노총의 불참 소식을 들은 경사노위는 민노총을 배제한 채 출범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그러던 중 야당에서 제기한 공공기관 고용세습 의혹 등이 불거지고 정부가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을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통해 합의를 하면서 민노총의 입지는 좁아졌다. 결국 벼랑 끝으로 내몰린 민노총이 최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인천 부평 사무실을 점거하면서 정부·여당과 민노총의 밀월 관계는 완전히 끝이 나고 말았다.

한 술 더 떠 한국GM 비정규직 노조는 고용노동부가 지시한 직접고용 명령을 사측이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지난달과 지난 12일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을 점거했다. 이어 지난 13일 민노총은 현대·기아차 불법파견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면서 대검찰청을 점령했다.

민노총은 앞으로도 정부를 상대로 촛불 청구서를 지속적으로 내밀 것으로 보인다. 만약 여기서 청구서를 다시 서랍 속에 집어넣는다면 결국 문재인 정부 밑으로 들어가는 것이기에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여당도 이제는 인내심이 다한 모습이다. 홍영표 여당 원내대표는 12폭력적이고 일방적이라며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노조원들이 자신의 부평을 지역구 사무실을 불법 점거한 것에 대해서도 “(노조가) 폭력을 잘 쓴다. 최근 사장을 감금했는데 미국에선 감금은 테러라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가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 노조 출신이고 또 노조가 여당의 지원세력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런 홍 대표의 직설적 민노총 비판은 매우 이례적이다. 앞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6일 국회 운영위에서 민노총과 전교조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노총이 권력을 휘두르면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와 여당 주요 인사들이 이처럼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놓는 것은 ‘2기 경제팀이 출범한 상황에서 민노총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여론은 정부에게 다소 유리한 편이다. 민노총의 요구가 너무 과도하다는 비판적 여론이 다소 우세하게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여론을 등에 업고 민노총을 거세게 몰아붙여 ‘2기 경제팀출범에 맞춰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는 해석이다.

지지율 ‘7주 연속 하락
결국 백기 들 것

하지만 상황은 결코 정부·여당에 녹록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12일부터 14일까지 조사한 2018112주차 주중집계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80주 차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주 주간집계 대비 1.6%포인트 하락한 53.8%를 기록하며 ‘7주 연속하락했다.

세부적으로는 부산·울산·경남(PK), 50대와 30, 정의당 지지층에서 상승했으나, 호남과 대구·경북(TK), 충청권, 경기·인천, 20대와 60대 이상, 무당층, 중도보수층과 진보층에서는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중집계로는 지역별로 광주·전라, 경기·인천, 대구·경북, 대전·세종·충청, 연령별로는 20, 60대 이상, 40, 지지정당별로는 무당층, 민주당 지지층, 이념성향별로는 중도보수 성향의 '모름·무응답' 응답층과 진보층에서 주로 하락했다.

이번 주중집계는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9921명에 통화를 시도해 최종 1503명이 응답을 완료, 7.5%의 응답률을 보였다.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지지율은 정권의 국정 동력이다. 자신들의 절대 지지층인 이들과 전면전을 선포한다면 잃을 게 많은 쪽은 문재인 정부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내에선 그들과 대립각을 세우면 안 된다는 의견과 이번 기회에 강성 노조와는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시작도 전에 결과가 나와 있는 게임이다. 절대 문재인 정부는 이들과 척을 질 수 없을 것이다라며 자신들이 촛불정권을 자처하면서부터 주객은 전도된 것이다. 본인들이 자초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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