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경제적 양극화…사라지지 않는 ‘불공정 범죄’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불공정 경영을 차단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작 공정경제 효과는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또 반대로 자영업자·소상공인·직장인들만 시름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여전히 공정경제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하는 경제 범죄들이 드러나고 있고, 빚만 늘어가는 소상공인과 직장인들의 한숨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기업 횡령·일감 몰아주기·프랜차이즈 갑질 등 문제 산적
세금 올라가는 소리에 우는 직장인, 빚더미 늪에 빠지는 사람들

공정경제를 저해하는 범죄 혐의는 올해 들어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례로 올초 검찰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된 삼양식품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전인장 회장과 김정수 사장 부부를 각각 업무상 횡령혐의로 기소했다.

갈길 먼 범죄근절

횡령과 배임, 임대주택 비리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 실형 선고를 받은 이중근 부영 회장 건도 마찬가지다. 모두 문재인 정부의 공정거래라는 정책 기조와 배치되는 혐의였고, ‘불공정경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문제라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또 대표적인 불공정거래로 꼽히는 ‘프랜차이즈 가맹본사’의 갑질 근절도 갈 길이 멀다. 그동안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관행처럼 요구했던 간판·인테리어 변경, 물량 밀어내기 등의 불공정거래행위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더욱 면밀히 살펴볼 점은 소상공인들와 직장인들이 느끼는 경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부분이다. 지난 1년 사이 중소기업 비은행 대출 규모는 매달 조 단위로 증가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대출심사가 강화돼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비은행에 손을 벌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은행에는 상호금융·상호저축은행·새마을금고 등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이 다수 포함돼 있다.

지난 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말 현재 자영업자 포함 중소기업이 비은행에서 대출받은 금액(대출금 잔액)은 137조4280억 원이다.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8월 102조1068억원보다는 35조2312억원(35.6%) 증가한 금액이다.

자영업자와 영세 중소기업의 비은행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영업을 계속 하기 위해 빚더미를 감수하고 고금리 대출을 받는 악순환이 지속하는 것이다.

올해 전체 비은행대출 가운데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9.3%에 달한다. 비은행에서 발생한 대출 10건중 9건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대상이란 얘기다. 고금리 대출금은 자영업자의 주요 폐업 원인이다. 특히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올해와 내년 2년새 최저임금이 29%나 올라 인건비 충격을 호소하고 있다.

지속적인 경기 침체까지 겹쳐 올해 폐업하는 자영업자 수가 1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자영업자 폐업률은 전년보다 10%포인트(p) 뛰며 역대 최대치인 87.9%를 기록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드러나지 않은 사채까지 포함하면 자영업자 같은 영세 중소기업의 빚 수준은 더 심각하다”며 “정부가 리스크(잠재적 위험 요소)와 ‘투자 회수율’을 고려해 재무 구조가 비교적 탄탄한 중소기업에 자금 지원을 집중한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늘어나는 4대 보험료 부담에 소득원이 투명한 직장인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일명 ‘유리 지갑’으로 불리는 직장인들의 월급에는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등 4대 보험료를 제외한 금액이 지불된다.

이 금액은 소득세처럼 물가 수준을 따지지 않은 명목 소득에 정부가 책정하는 요율을 적용해 부과된다. 급여생활자들의 연봉이 임금협상을 통해 매년 올랐지만 이보다 물가가 더 빨리 오르는 탓에 실질 소득은 지난해 3분기 전까지 8개월 연속 줄었다. 실질 급여가 줄자 평소엔 느끼지 못했던 4대 보험료까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분석한 국내  가구당(1인 가구 이상) 4대 보험료 지출액은 2006년 연간 147만 원에서 지난해 282만10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4대 보험료가 비소비지출(급여 중 생활비 외에 쓴 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5.5%에서 31.0%로 증가했다. 4대 보험료가 늘어난 탓에 생활비로 쓸 수 있는 돈도 줄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현 정부는 국민연금 인상안을 또 추진중이다. 유리지갑 직장인으로서는 이 소식만큼 숨 통을 조이는 일도 없다. 

한 경영대 교수는 “세금 등은 세원이 투명한 사람은 과하게 내고 기여가 적은 사람도 혜택을 받기 때문에 사회 갈등 요소를 안고 있다”며 “국민부담률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 이런 문제도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절실한 정책 변화

문제는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하려면 정부의 정책적인 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정부는 경제정책 기조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국회 시정연설에서 경제난국의 해법으로 소득주도성장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새로 선임된 홍남기 경제부총리-김수현 정책실장이 앞으로 펼칠 정책에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내년에는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는 데다 기업인들이 ‘최저임금보다 더 힘들다’고 토로하는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된다. 내년 상황이 더욱 암울하다는 말이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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