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실질적 피해자 인정”

 

서지현 부부장검사 [뉴시스]
서지현 부부장검사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올해 대한민국 화두는 ‘페미니즘’이었다. 그동안 사회 각계에 도사렸던 성적 악습을 피해 여성들이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근간이었다. 대한민국 미투 운동의 불씨를 지핀 건 서지현 검사였다. 해당 재판 현장을 일요서울이 찾았다.

 


재판부 “이 사건, 불이익 존재해…이에 서지현 검사 피해자 ‘인정’”

 

수원지검 성남지청 서지현 부부장검사(45·사법연수원 33기)는 올해 1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8년 전 법무부 간부로 있던 안태근(52·20기) 전 검사장에게 성추행을 당했으며, 이후 보복에 따른 인사 불이익 조치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후 서 부부장검사의 고백을 통해 용기를 얻은 이들이 하나둘씩 자신이 겪었던 피해 사실을 털어 놨고, 이는 사회 각계로 확대돼 세간의 반향을 불러왔다. 이로 인해 서 부부장검사는 대한민국 미투 운동의 ‘촉발제’라는 평가를 받는다.

가해자로 지목받는 안 전 검사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지난 5월 18일 처음으로 재판장에 선 이후 공판을 이어오고 있다. 성추행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로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부장판사 이상주)의 심리로 같은 곳 526호에서 이달 12일 안 전 검사장의 6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 주요 쟁점은 ▲증인 채택된 최교일 전 검찰국장(56·현 자유한국당)의  법정 불출석 ▲서 부부장검사의 실질적 피해자 지위 인정 두 가지였다.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전 검찰국장) [뉴시스]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전 검찰국장) [뉴시스]

 

최 의원, 무마 의혹에도
‘국회 일정’으로 불출석 

 

최 전 검찰국장은 법무부 재직 당시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에 연루됐다. 이에 대한 사실 규명을 위해 검찰은 최 전 검찰국장을 증인으로 요청했으나, 그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번이 세 번째다.

검찰은 지난 9월 3일과 지난달 15일에도 최 전 검찰국장을 증인 요청해 신문할 방침이었으나 당시도 그는 ‘국회 일정’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최 전 검찰국장이 두 번이나 불출석하자 검찰은 “최 의원의 증언은 이 사건의 동기 부분에서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한 차례 더 소환할 필요가 있다”며 재차 요구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최 전 검찰국장은 지난 9일 불출석 신고를 제출해 이번 공판도 비껴갔다.

이에 재판부는 “최 전 검찰국장이 진술서를 제출했는데 내용 대부분은 안 전 검사장에 대한 감사를 무마한 적 없다는 해명”이라며 “과거 사실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 의견 표명에 지나지 않아 사실 인정에서 관건이 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고 증인 신청을 철회했다.

최 전 검찰국장의 사건 무마 의혹은 올해 1월 서 부부장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를 통해 쓴 글을 통해 불거졌다.

아울러 임은정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10년 12월 당시 법무부 감찰 담당 검사의 요청으로 성추행 사건을 확인하려 했으나 최 전 검찰국장이 “당사자가 문제 삼지 않겠다는데 왜 들쑤시고 다니느냐”며 사건을 묻으려 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 전 검찰국장은 “임 검사를 불러 질책한 사실이 없고 성추행 자체도 알지 못했다”며 “사실을 은폐했다는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하는 입장이다.

 

서 부부장검사
다음 달 17일 법정 서

 

이날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서 부부장검사를 ‘실질적 피해자’로 인정했다. 이날 서 부부장검사의 대리인 자격으로 출석한 서기호 변호사는 “서 검사가 이미 한 차례 증인으로 증언했으나 이는 검찰 신청에 따른 것”이라며 “이는 형사소송법상 피해자 진술권이 아니고, (증언할 때도) 참고인 자료를 미리 보지 않아 반복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 변호사는 “피해자의 의견 진술권에 따라 서 검사에 대한 증인 신청을 허가해 달라”고 요구했고, 재판부가 이를 인정하면서 서 부부장검사는 다음 달 17일 피해자 자격으로 증언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서 부부장검사는 지난 7월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다.

현재 안 전 검사장에게 적용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국가적 법익에 해당한다. 법익이란 해당 법령에 의해 보호 받을 주체를 뜻한다. 현행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법익으로 두고 있다. 법리적으로 본다면 이 사건의 피해자는 서 부부장검사가 아닌 ‘국가’가 된다. 

다만 이 부장판사는 “이 사건에서 불이익을 받은 것이 존재하고, 서지현 검사가 이에 해당해 피해자로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서 부부장검사가 이 사건에서 ‘실질적’ 불이익을 받았다고 본 것. 서 변호사에 따르면 이것은 직권남용죄에서 실질적 피해자 지위가 인정된 최초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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