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의 귀환 “기업부터 살려야지”

최재원 SKE&S 부회장 · 김승연 한화 회장 ·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

최근 재벌그룹 총수들이 속속들이 경영복귀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총수들이 최근 주주총회를 맞아 귀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고 관망하다가 경기침체가 악화되자 일제히 복귀하는 모양새다. 이미 SK그룹, 한화그룹, 두산그룹 등의 오너일가가 경영 일선에 나섰다. 마치 재계의 유행처럼 번지는 ‘총수의 귀환’을 짚어봤다.

최근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재벌그룹 총수들의 경영복귀가 속속들이 이뤄지고 있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기업을 더 이상 전문경영인 손에만 맡길 수 없다는 의지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은 재벌 총수들의 움직임은 재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불황 잡으러 나선 총수들

특히 주목받는 것은 SK그룹이다. SK그룹은 창업세대 ‘최종건·종현’ 형제 이후 끊어졌던 형제경영의 전통이 부활했다. 최태원 SK회장과 세살 터울 친동생인 최재원 SKE&S 부회장이 경영에 본격 가세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년간 오너 2세인 최태원 회장 체제를 유지했던 만큼 SK그룹의 경영 구도가 형제경영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최재원 부회장은 지난 4월 13일 주주총회에서 그룹의 지주회사인 SK㈜와 주력기업 SK텔레콤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이에 따라 최 부회장은 그룹의 핵심 의사 결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며 친형인 최태원 회장의 친정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최재원 부회장은 2003년 SK글로벌 비자금 파문 당시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룹 경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15개월 만에 그룹 자문위원으로 복귀하면서 계열사인 SK가스 대표이사를 거쳐 다시 그룹의 전면에 나선 셈이다. 최 부회장은 정만원 SK텔레콤 사장과 함께 SK네트웍스 조기 경영 정상화에 기여해 사내 입지가 강화돼 왔다는 평가다.

지난 3월 27일 두산그룹도 주주총회를 열어 기존의 2명뿐이던 등기이사 수를 5명으로 늘렸다. ㈜두산 이사회는 이날 2006년에 공언했던 지주회사로 전환을 공식화하며,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 이재경 두산 부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 등을 신임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임기가 만료되는 박정원 두산건설 부회장도 이사 후보로 재추천되면서 5명이던 두산의 사내 이사는 기존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과 제임스 비모스키 두산 부회장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됐다. 이전에 오너 일가 구성원이 박용만 회장과 박정원 부회장 등 2명뿐이었다면 이제는 박용성·박용현 회장과 박지원 사장, 3명이 합류해 5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그룹의 대표는 현재 사실상 그룹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박용성 회장이 물러나고 박용현 회장이 올라왔다. 두산은 특히 오너 4세들이 향후 그룹 지주회사가 될 두산 이사진에 속속 합류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점도 주목을 끌었다. 박용성 회장은 이에 대해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 오너가 목숨을 걸고 경영에 책임지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3월 20일 열린 한화석유화학 주주총회에서 공동대표로 선임됐다.

김 회장이 한화석유화학의 대표가 되는 것은 2002년 이후 7년만이다. 이로서 김 회장은 한화 등 7개 계열사의 대표로 자리 잡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김 회장의 대표이사 취임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 실패 후 각 계열사에 대해 신성장동력 발굴을 적극 주문했던 김 회장이 일선에서 직접 책임 경영을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같은날 주총이 열린 농심그룹도 오너경영 체제를 강화했다. 신춘호 농심 회장과 아들 3명을 사내 등기이사로 선임한 것이다. 임기가 만료되는 신 회장과 장남인 신동원 농심홀딩스 부회장은 재선임 됐고, 차남 신동윤 율촌화학 사장과 3남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은 새로 선임됐다.


약이 될까 독이 될까

이같은 재계의 오너경영 체제 강화는 경기침체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전문경영인의 합리적인 의사결정 보다는 오너경영의 장점인 권한 집중에 의한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오너들의 귀환을 곱게 보지 않는 시선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 경영체제는 1997년 외환위기를 불러온 주요 원인”이라며 “오너 일가의 전횡이 심해지고, 이사회가 오너의 눈치만 보게 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영에 있어서 회사내 견제가 없다면 상황을 더욱 악회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총수들의 복귀가 어떤 결과를 빚을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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