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구 세상보기] 무(無)책임 정치의 극치를 본 듯했다
[고재구 세상보기] 무(無)책임 정치의 극치를 본 듯했다
  • 고재구 회장
  • 입력 2018-11-16 21:53
  • 승인 2018.11.16 22:02
  • 호수 1281
  •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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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변했다. 그는 탄핵정국 당시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여론몰이에 앞장서 진보진영에게 정권을 내주고 보수 궤멸을 불러왔다는 비판이 집중돼 왔음에도 “국민 82%가 (탄핵에) 찬성했고 당시 새누리당 의원 중 최소 62명이 찬성했으며 헌법재판관 8명 중 박 전 대통령이 지명한 2명과 당에서 추천한 1명 등 3명 모두 찬성했다"며 책임론을 부인했다.

김 의원은 또 “우리나라가 법치국가인데 법대로 국가가 운영돼야 하지 않느냐"면서 “당시 국정은 마비됐고 북한에선 핵 실험을 하고, 광화문에선 수십만 명이 모여 촛불시위를 하고 있을 때 광장의 분노가 폭발했으면 어떤 결과가 나왔겠느냐. 그 당시 광장의 분노가 비등점을 향해 막 끓어오르고 있는데 이걸 법의 테두리(탄핵 심판)로 끌어오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는 김 의원이 당시 정치권과 언론 발(發) ‘국정 흔들기' ‘촛불 성역화' 여론몰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자기고백이었다. 김 의원의 주장은 결국 자신을 비롯한 탄핵찬성파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기에 촛불이 잠재워졌다는 얘기다.

그는 자신을 비롯한 소위 비박계 탄핵 찬성파 의원들이 앞장서서 박근혜 정권을 흔들었던 일과 확인되지 않은 온갖 ‘가짜뉴스’들로 탄핵의 정당성을 선동한 사실에 대해서는 한 점의 회한도 나타내지 않았다.

김 의원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무슨 다른 말 못할 원한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인륜까지 저버리는 정치적 패륜 행위를 한 사실 앞에서는 일말의 가책을 느끼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전에서 패한 뒤 자신을 따르던 친박계가 2008년 총선 공천에서 대거 탈락하자 친박무소속으로 출마한 그에게 “살아서 돌아오라”고 했다. 공천 학살당한 친박계 인사 다수가 이에 힘입어 18대 국회에 재입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그 같은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의 김 의원도 있을 수 없었을 터이다.

그런데도 김 의원은 박 전 대통령 등에 끝내 비수를 꽂고 말았다. 당 대표 시절 줄곧 박 전 대통령의 반대편에 서 대립하다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는 당의 공천 과정에 반발해 대표 직인을 볼모로 한 희대의 옥새파동 코미디를 연출했다. 탄핵사태 때는 그가 앞장서서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주장한 대가가 오늘의 보수진영 분열 현상이다.

이제 보수 갈등이 보수궤멸의 위기에 이르자 그는 “우파가 구원(舊怨)을 씻고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고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와서 탄핵의 옳고 그름을 따져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그의 말이 무책임 정치의 극치를 보였다. 탄핵사태에 대한 정확한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그가 안쓰럽기까지 하다.

현실적으로 박정희,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드러나는 20% 국민 마음을 달래지 않고는 보수통합은 한낱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홍준표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의 새누리당 출신들이 영원한 배신자 그룹이 돼 자연 소멸될 것이라고 했다. ‘가짜 우파’로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는 인사들은 통합 대상이 될 수도 없고 들여서도 안 될 것”이라고도 했다.

김 의원이 정말 보수의 통합을 바란다면 더 이상 국민정서를 오도하는 발언을 삼가고 차라리 묵언(默言)으로 일관하길 바란다.

고재구 회장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