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도 넘은 옹호… 인내심 시험하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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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후 미국은 비핵화 첫 단계로 북한이 핵 기지, 무기, 생산 시설 및 미사일 기지의 리스트를 제공해 주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요구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공격 타깃 리스트를 달라는 소리”라고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일 뉴욕타임즈가 북한에 16개 탄도미사일 비밀 발사기지가 조성돼 있다고 보도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합참 “한미 공조 하에 감시하고 있는 지역”
미국, 북한에게 꾸준히 미사일기지 등 리스트 요구


뉴욕 타임스가 지난 12일 발표한 북한의 16개 탄도미사일 비밀 발사기지가 조성돼 있는 지역은 ‘삭간몰(Sakkanmol)’이다. 

신문은 미국 싱크탱크 CSIS를 인용해 이 장소가 휴전선 군사분계선에서 50마일(80㎞)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수도 서울 및 주한미군 부대로부터 80마일 거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CSIS 보고서에는 삭간몰 인근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 기지를 최근  운영 중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정치권에서는 정부의 북한 미사일기지 사전 인지와 폐기 여부 등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청와대
“새로운 것 하나도 없다”

  
청와대는 지난 13일 북한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 지역의 비밀 발사 기지와 관련해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CSIS 보고서의 출처는 상업용 위성인 반면, 한미 정보당국은 군사용 위성을 이용해서 훨씬 더 상세하게 이미 파악을 하고 있던 내용”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CSIS의 ‘신고되지 않은 북한’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번 인공위성 사진은 북한이 그동안 대규모 기만 전술(great deception)을 펼쳐 왔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김 대변인은 “NYT 기사 내용 중에 ‘기만(great deception)’이라는 표현이 있다. 하지만 기만이라는 것은 적절한 표현이 아닌 것 같다”며 “오히려 미사일 기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협상을 조기에 성사시킬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이(삭간몰)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며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는 게 의무조항인 어떤 협정도 아니고, 그런 협상도 맺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삭간몰 단거리 미사일 기지는 북한이 약속한 풍계리 핵시험장 폐쇄나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애초에 삭간몰 미사일 기지를 폐쇄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으니 기만이라는 비판이 성립할 수 없다는 게 김 대변인의 설명이다. 

김 대변인은 또 “미신고라는 표현도 나오는데 이것도 마찬가지다. 신고를 해야 할 어떤 협약과 협상도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신고를 받을 주체도 없다”며 “북의 위협을 없애기 위해 북미 대화를 비롯한 협상과 대화의 필요성을 더 부각시켜 주는 사실관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기만이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자신의 평가에 대한 구체적 의미에 대해 “기만의 주체는 북한이 될텐데, 북한이 기만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단거리미사일 기지 폐기를 약속한 적이 없는데, 그것을 기만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보유한 단거리 미사일은 현재 추진 중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과정에서 제외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지금 당장 급한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는 삭간몰 미사일 기지 자체가 핵시설과 직접 연계돼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1000기 넘게 확보하고 있단 것은 우리 정부가 매번 국방백서 낼 때마다 공개하고 있지 않은가”라며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서 그러지 그 1000기 안에는 삭간몰 등이 다 포함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약속한 핵시설만 폐쇄하면 비핵화 과정을 만족시켰다고 이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런 내용은 북미 간에 협상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동창리와 풍계리를 이미 폐쇄했다. 풍계리의 경우 폐쇄의 진실성 여부를 검증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면서도 “북한이 영변 핵시설까지 얘기했으니 그와 관련된 미국의 상응된 조처가 무엇이 나올 수 있을지 그것이 북미 협상에 필요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북한 미사일 기지 옹호?
“어설픈 민족공조 말라”

 

청와대의 이같은 해명에 자유한국당은 “청와대의 북한 비밀미사일 기지에 대한 도 넘은 옹호는 국민들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협정이 없으니 약속 위반이 아니라는 청와대 대변인은 과연 누구의 대변인이냐”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직격하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변인은 “북한 비핵화는 북한의 핵무기, 핵물질,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와 함께 미사일 같은 운반수단의 폐기를 포괄하는 것”이라며 “청와대가 북한 미사일 기지를 옹호하겠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옥현 한국당 국가안보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구두논평으로 “우리 정부가 민족공조를 강조하고 있는데 지금 한미공조보다 민족공조를 우선시하는 것 같다”며 “어설픈 민족공조를 하지 말고 북핵 문제는 반드시 한미공조 틀 안에서 다뤄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삭간몰 지역의 미사일 기지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이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3일 CSIS 보고서와 관련 “한미 공조 하에 감시하고 있는 지역”이라고 밝혔다. 노재천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

북한은 지난 2016년 3월10일 삭간몰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스커드 추정) 2발을 발사한 바 있다. 다만 노 실장은 “우리 군과 미군이 북한 지역에 (감시하는) 주요 감시 대상이 몇 군데라고 확인해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한미 군 당국이)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 드린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에 앞서 북한에게 꾸준히 미사일기지 등의 리스트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수십 년 동안 작성 보완해 온 상세한 북한 타깃 리스트를 가지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북한이 미국이 파악한 시설을 모두 공개하면서 정직하게 비핵화로 나가려는지를 가늠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이 새로운 위성사진으로 상황과 판단이 달라지게 됐다고 타임스는 지적한다. 이번 보고서를 주도한 빅터 차는 “이 기지들은 동결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는 말이다. 트럼프가 ‘나쁜 거래’를 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라고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북한은 정상회담 후 단 한 곳의 실험 기지를 없애고 서너 가지 것들을 해체하는 대가로 종전의 평화협정을 획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북한의 미사일 기지 개발에 대한 뉴욕타임스의 보도는 부정확하다”고 쓰며 논란을 일축했다. 

또 “우리는 언급된 미사일 기지를 완벽하게 인지하고 있다. 새로운 것은 없다. 정상 범주에서 벗어난 일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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