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대선 핵심 공약대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그는 청와대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청사로 이전해 “퇴근길에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 취임 이후 광화문 일대는 시위로 들끓고 살벌하다. 아직 광화문으로 집무실을 옮기지 않은 게 천만 대행이다. 만약 문 대통령이 광화문으로 이전했더라면 퇴근길에 마주치는 건 성난 시위꾼들이다. ‘격의없는 대화’가 아니라 격렬한 시위대와의 폭언과 격돌을 피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약속한 ‘광화문 대통령 시대’는 ‘광화문 시위 공화국 시대’로 전락된 느낌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작년 한 해 광화문 일대 집회 건수는 2563건이다. 문 정부 출범 이전 ‘촛불 시위’가 절정에 이르던 2016년 보다 무려 43%나 늘었다. 광화문 시위에는 민노총, 한노총, 전교조, 민중민주당 반미시위 등이 자주 보인다. 제주도 예멘 난민 수용 찬반집회, 보신탕 찬반시위, 중국·몽골 출신들의 직업비자 제도 개선 요구, 에티오피아 정권 반대, 캄보디아 정치인 석방 궐기대회 등도 열렸다. 광화문 시위로 이 일대의 버스노선은 갑자기 변경되고 교통이 마비되기도 한다. 토요일·일요일에는 서울시가 주관하는 문화행사들까지 겹쳐 난장판이 된다. 광화문 광장 시위행진 경로에 있는 종로구 청운동·효자동 주민들은 교통대란과 소음에 시달리고 상인들은 장사가 안 돼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

광화문 주변이 시위 굿판으로 전락된 배경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 시위’와 반대하는 ‘태극기 시위’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촛불 시위가 끝난 지 2년이 지나는데도 집회는 더 늘고 있다. ‘시위 만능주의 풍조’가 팽배한 때문이다. 시위하면 대통령도 감옥에 잡아넣는다는 시위 만능주의 확산이 그것이다. 그러다 보니 민노총은 대검찰청에 들어가 농성시위하는가 하면, 청와대 앞에서는 침낭을 깔고 국회 앞에선 텐트를 치고 시위한다

시위 만능주의 팽배 연유는 문 정부의 ‘촛불 시위’ 치켜세우기와 시위진압 경찰 당국의 무책임하고 보신주의적 대처와도 무관치 않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가 “촛불이 만든 것”이라며 촛불 시위를 미화했다. 그는 작년 9월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도 “촛불 혁명이야 말로 유엔 정신이 성취를 이룬 역사의 현장”이라고 치켜세웠다. 유엔 총회에까지 나가 되풀이하는 문 대통령의 촛불 시위 미화는 촛불 시위의 정치적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데 있지만, 동시에 시위 만능주의 풍조를 확산시켰다.

실상 문재인 정권의 고용노동부는 민노총이 지방노동청을 불법 점거해도 고소·고발을 주저한다. 경찰은 “집회 통제 때 사소한 불법에는 경찰력을 행사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일부 시위대가 경찰을 폭행하거나 진압용 방패를 부숴도 해산하지 말도록 했다. 촛불 시위를 미화하는 문 대통령을 의식한 탓이 아닌가 싶다. 노조 출신이며 친노동계로 분류되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조차도 노조가 기업의 사장을 감금하는 등 ‘감금 테러’를 자행한다며 개탄하기에 이르렀다. 대한민국의 법과 질서는 불법·폭력 시위에 의해 파괴되어 가고 있다.

정부의 첫 번째 책무는 법과 질서 유지에 있다. 그러나 정부의 시위만능 풍조 조장으로 광화문 일대는 물론 기업장·대검찰청·지방노동청 등에서도 기본 질서가 파괴된다. 불법·폭력 시위로 국가의 기본질서 마저 파괴되는 나라는 나라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 국민들은 “힘들었던 지난 날 이게 나라냐고 물었다.”며 오늘부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시위만능 풍조로 힘들어 하는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며 통탄한다. 문 대통령은 ‘오늘부터’ 엄격한 시위 관리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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