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장사 말짱 도루묵 “그래도 믿는 건 있다?”

GM대우자동차 부평공장

GM대우가 최근 위기를 맞이하며 각종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유례없는 2조3000억원대 파생상품 손실을 기록한 탓이다. 이 손실액은 미국 GM이 대우를 인수한 지난 2003년 이후 벌어들인 순이익 태반을 날려먹을 정도의 규모다. 이 유례없는 파생삼품 손실에 대해 업계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심지어 재계 일각에서는 GM대우의 손실금액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GM본사로 흘러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GM대우 파생상품 손실에서 비롯된 각종 의혹을 짚어봤다.

GM대우가 지난해 적자전환에 들어가며 입방아에 올랐다. 파생상품 손실 2조원이라는 재계에서 찾기 힘든 기록을 남겼기 때문이다. 지난 4월 7일 금융위원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M대우는 지난해 2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1조7억원대에 달하는 파생상품 거래로 인한 손실 때문에 8757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GM대우 유례없는 손실 왜

문제는 아직 처리되지 않은 파생상품평가 손실이다. 현재 GM대우의 파생상품평가 손실액은 무려 1조3227억원으로 향후 원화가치가 더욱 떨어진다면 이 규모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환율에서 평가손실을 모두 처리하게 되면 파생상품 손실은 모두 2조3234억원에 달하게 된다. 파생상품 이익과 파생상품 평가이익을 합친 3767억원을 빼더라도 약 2조원에 달한다. 이 규모에는 업계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유례없는 손실에 GM대우 안팎에서는 2조원의 행방에 시선을 집중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파생상품 손실로 처리한 자금이 GM본사로 흘러든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돌고 있다. GM대우의 매출 중 92%가 해외수출로부터 나오는데, 이때 판매를 전담하는 것이 대부분 판매망이 없어 GM본사의 딜러와 계약을 맡는다. 때문에 GM대우의 환율에 따른 파생상품 손실이 고스란히 GM의 수익으로 연결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GM대우 노조 관계자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런 손실이 발생하는지 모르겠다”며 “내부에서도 GM에 GM대우 자금을 퍼준 것인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GM대우 측은 이같은 내용이 어디까지나 근거 없는 추측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GM대우가 비상장사인 덕에 파생상품 내역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파생상품 손실 내역을 알 수 없는 탓이다. 때문에 GM대우 노조 및 인천지역 시민단체 등은 파생상품 손실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GM대우 측에서는 손실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GM대우 관계자는 “비상장법인인 관계로 파생상품 내역을 공개할 의무는 없다”면서 “현재까지 공개에 대한 어떠한 사안도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GM대우의 이런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GM대우는 산업은행에 1조원의 지원을 요청해둔 상태다. 기업의 운명이 산은의 추가지원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따라서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도 부족할 정도다.

GM대우가 이렇게 배짱(?)을 부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 4월 3일 GM대우 사외이사로 선임된 김창록 전 산은 총재를 지목한다. 산은 전직 임원이 GM대우 사외이사로 영입된 적은 있어도 총재 출신을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김 전 총재의 사외이사 선임을 GM대우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정치권으로부터 GM대우 구명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정부의 GM대우 지원을 유력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최근 국회의원 재보선을 두고 인천 부평을(乙)에서 격돌이 벌어지며 GM대우과 화두로 떠올랐다. 인천 지역에 연고를 둔 GM대우 특성상 지역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후보가 GM대우를 외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은 아예 “이재훈 한나라당 후보는 GM대우 회생을 위해 당에서 특별히 파견한 후보”라며 GM대우 회생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도 “홍영표 민주당 후보는 한 평생을 GM대우와 함께 한 일꾼”이라며 “GM 대우 지원을 위한 추경 예산 6500억 만큼은 반드시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GM대우가 각종 의혹을 씻지 않는다 해도 정부가 알아서 지원해주리라는 뒷말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셈이다.


잘 만든 차, 경영자 때문에

현재 GM대우 의혹에 가장 심기가 불편한 것은 GM대우 노동자들이다. 지난해 GM대우의 자동차 판매는 2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정작 경영진들의 오판으로 막대한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근로자들은 열심히 일해 이익을 남겼는데 경영진이 운용을 잘못해 벌어놓은 것을 모두 까먹은 셈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GM대우의 경영진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GM대우 노조 관계자는 “GM대우의 경영자들이 자동차 판매가 아닌 순전히 파생상품에 대한 오판으로 손실을 낸 만큼 경영상의 책임과 부조리를 물을 필요가 있다”며 “단순 지원금으로 경영진에 면죄부를 줘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GM대우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어떤 결과를 빚어낼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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