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축음향의 일인자


‘건물 하나가 도시 전체를 바꾼다.’ 세계는 물론 국내에서도 지금 랜드마크(land mark)를 앞세운 ‘문화도시’ 경쟁이 한창이다. 랜드마크 하면 두바이의 ‘버즈 두바이’를 비롯한 초고층 건물이 먼저 떠오르지만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은 건물이라도 문화도시를 담보하진 못한다.

문화도시의 랜드마크는 문화생활이 가능해야 한다. 복합 문화공간인 오페라하우스뿐만 아니라 미술관, 문화예술센터도 그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각광받고 있다.

건축과 예술의 조화를 통해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국내 건축음향의 일인자, 성(城)인터내셔널 안길찬 대표. 그는 지금도 ‘어떻게 하면 좋은 음질을 들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자연의 소리를 닮은 음향을 갈구하고 있다.


인간 중심의 공간문화 창조

부산광역시 수영구 광안동에 위치한 8층 사옥은 그야말로 건축음향의 ‘궁전(castle)’이다. 우수한 전문 인력을 확보한 전문가 집단으로서 인간 중심의 공간문화를 창조하는 곳이 성 인터내셔널이다. 축적된 기술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고품격 인테리어 전문업체로서 디자인과 건설의 감각적 요소들을 개발하고 창조하는 문화예술센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후한 체구에 예술가의 섬세함이 그대로 베어있는 듯한 그의 첫 인상은 ‘자연’의 아름다움처럼 순수해 보였다고나 할까. 그런 그의 향기가 마치 건축음향을 창조하는 영혼의 궁전에 가득 차 있는 것만 같았다.

“건축음향은 쉽게 말해 생활공간의 소음을 차단하는 것이죠.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 소음,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는 아파트, 쉴새없이 올라가는 공사장 소음까지 현대인의 귀는 하루도 편할 날이 없습니다. 건축음향은 시끄러운 소리를 차단하고 좋은 소리는 그 맛을 살리는 일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문화예술 공간일수록 공간 사용 목적을 명확히 설정해야 하지요. 콘서트, 뮤지컬, 오페라 등에 맞는 음향 기준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품격 넘치는 무대·객석

김해는 물론 인근 부산, 창원, 마산 지역의 시민들에게 ‘문화예술의 오아시스’가 되고 있는 ‘김해문화예술의전당’이 그의 대표작이다.

경남 김해시 내동 9천476평 부지에 연면적 1만3천244평으로 건립된 김해문화의 전당. 그 핵심 부분인 대공연장 ‘마루홀’(1천464석)은 품격 있는 실내 경관과 첨단 음향 시설, 가변성 있는 레일 시설들이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극장 내부가 목재로 마감된 가운데, 무대에서는 국내 최초 설치된 하부레일형 오케스트라 셸(Orchestra Shell)이 기품있는 디자인으로 분위기를 압도한다.

음향반사판 역할을 하는 이 시설은 클래식 공연 때는 셸을 설치해 음향을 통제하고, 뮤지컬 공연 때는 셸을 뒤편으로 밀어 앞뒤 무대 너비를 51m로 늘리는 등 공연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다.

최상의 음향을 구현하기 위해 국내 두 번째로 시공된 어쿠스틱 조인트(소음·진동 차단을 위해 극장과 로비 바닥을 띄우는 공법)도 쾌적한 감상 환경을 제공한다. 그런가 하면 무대 좌우에서 등장하는 보조 무대도 레일식 왜건 스테이지로 이뤄졌으며, 오케스트라 피트 역시 공연에 사용되지 않을 때는 간단히 관람석으로 전환되도록 설계됐다. 2억 원 상당의 무대막은 추상화가 김환기의 ‘항아리와 매화’를 자수로 제작한 것이어서 예술성을 더한다. 총 4층에 이르는 객석도 쾌적하다.

명물이 된 발코니석(박스석)은 일부 시야가 가려지기도 하지만 독립성을 추구하는 연인·가족들을 만족시킬 만하며, 공간미학적으로도 고급스럽다. 앞뒤 1m 간격으로 늘어선 좌석 역시 뒤판이 나무로 처리돼 있어 객석 뒷태를 아름답게 한다.

야외공연장인 ‘애두름마당’도 음향시설에만 5억 원이 투입됐다. 이 전당은 고급 공연장 지하에 스포츠센터를 설치한 파격적인 콘셉트로 지자체와 지역 예술계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생명수와도 같은 좋은 음향

소리의 향기를 사람의 마음속에 담겨 감동을 선사하는 그의 땀과 정성은 김해문화예술회관을 위시하여 창원문화예술회관, 마산3·15시민회관, 성주문화예술회관, 경희대 평화의 전당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지금도 강원도 태백의 국민안전체험테마파크와 진영문화센터, 해운대 인제대 백병원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아름다움을 창출하는 이사람, 성 인테리어 안길찬 대표. 일상에 지친 생활인들에게 삶의 피로를 풀어주는 생명수와도 같은 좋은 음향을 선사하고 있다.

“첫 직장을 GS건설의 전신인 럭키개발에서 시작했어요. 경남도립문화회관 건설 현장소장을 맡았는데, 짐통을 짊어지고 13층을 오르내리면서 일을 정확하게 제대로 배운 셈이죠. 오늘 이렇게 정도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럭키개발에서 배운 현장경영이 마중물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의 건축과 예술의 조화를 가르쳐 준 대표적인 인물이 김중업 선생이다. 자기만의 독특한 건축적 경지인 서양건축의 한국화 혹은 한국건축의 현대화를 이룬, 한국 현대 건축사에서 가장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는 건축가가 바로 김중업이다. 건축음향을 전공한 한양대 전진용 교수의 도움도 많이 받고 있다.

“사용 목적에 따라 건축물 하나를 완성하려면 건축주, 건축가, 건축음향 전문가가 부지 선정에서부터 최종 건축물이 창조될 때까지 팀웍을 잘 이뤄야 합니다.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 하면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관객의 입맛에 맞는 좋은 공간에서 제대로 된 음향을 들려준다면 그 가치는 이루 형언할 수 없지요.”

음악과 건축의 환상적인 결합으로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그의 장인 정신이 꽃을 피우기까지 내조를 잘해준 부인 황미현 씨와의 슬하에 1남1녀를 둔 안길찬 대표.

그는 지금도 스케치를 하며 눈보다 마음으로 고객이 맡긴 일에 충실하고자 열정을 쏟고 있다. 고객에게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의 순간을 제공하고자 하는 그의 가치 창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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