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 지분구조 보면 경영권 승계 보인다


한국의 비상장 회사는 저마다 몇 가지 눈에 띄는 공통점들이 있다. 첫 번째로는 이름 꾀나 알려진 비상장사 면면을 보면 내로라하는 국내 재벌그룹들이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재벌 후계자들이 하나같이 이곳 등기이사로 올려져있거나 지분율이 유독 높다. 문제는 이런 비상장사들이 그간 재벌 총수일가의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는 점이다.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어김없이 그룹 비상장사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도 이러한 탓이다. ‘묻혀 있는 흑진주’ ‘숨어 있는 황금알’로 불리는 대기업 비상장사 지분 현황을 낱낱이 파헤쳐 봤다. 다음은 현대ㆍ기아차가(家) 비상장사 지분 현황이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창업한 현대그룹은 현재 그 아들들에 의해 여러 개의 기업군으로 분리된 상태다. 비록 그룹이 알알이 쪼개지면서 외형상 규모가 작아지고 재계 서열은 떨어졌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전화위복’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우리나라 재계는 현대가(家) 사람들이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현대ㆍ기아차그룹-2남 정몽구) ▲유통(현대백화점그룹-3남 정몽근) ▲해운ㆍ제조(현대그룹-5남 고 정몽헌) ▲조선(현대중공업그룹-6남 정몽준) ▲금융(현대해상그룹-7남 정몽윤) 등 각 분야에 고루 퍼져있다. 이중 막내인 정몽일 회장이 맡았던 현대기업금융그룹은 현재 현대중공업그룹으로 흡수됐다.

여기에 고 정주영 회장의 형제들이 이끄는 ▲현대산업개발 ▲KCC ▲한라 ▲성우그룹들도 각자 독자영역을 구축, 승승장구하고 있다.


비상장 계열사로 실탄 마련?

먼저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잘 알려진 대로 주식 갑부다. 한 재계정보 인터넷사이트에 따르면 정 회장의 보유 주식은 현재 3조원이 훌쩍 넘는다. 아버지 정 회장만 못하지만 정의선 기아차 사장도 내로라하는 주식 부자다. 그중에서도 그룹 내 비상장사 주식을 유독 많이 갖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의선 사장이 가진 현대ㆍ기아차 계열 비상장사 주식은 △엠코 25.06% 250만6311주 △오토에버시스템즈 20.1% 20만1000주 △위스코 57.87% 34만7241주 △이노션 40% 24만주 △코렌텍 0.32% 8400주 등이다.

그렇다면 정의선 사장이 가진 비상장사 주식가치는 얼마나 될까. 사실 비상장사의 경우 정확한 값어치를 따질 수 없다. 다만 장외주식 인터넷 거래사이트를 통해 눈대중할 뿐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장외거래 주식사이트인 ‘38커뮤니케이션’ 비상장주식시세표를 통해 현대ㆍ기아차그룹 비상장사의 3년간 주식동향을 파악, 평균가를 매겨 계산했다.

38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알아본 정의선 사장의 비상장 주식 값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서민들 입장에서 입이 떡 벌어질 만한 금액이다.

38커뮤니케이션에서 알아본 정의선 사장 비상장 주식 값은 4월 16일 기준 대략 △엠코 1224억8843만1192원 (주당 4만8872원) △오토에버시스템즈 146억3380만5000원 (주당 7만2805원) △위스코 157억4008만7289원 (주당 4만5329원) △이노션 362억2128만원 (주당 15만922원) △코렌텍 510만7200원 (주당 608원)이다.

이렇게 해서 밝혀진 정의선 사장의 비상장 회사 주식 보유 가치는 자그마치 1890억8871만0681원 가량이다.


‘부 대물림’ 소리 없이 척척

정 사장뿐 아니라 정몽구 회장의 딸ㆍ사위들도 어마어마한 비상장사 주식 부호다.

맏사위인 선두훈 대전 선병원 이사장은 벤처기업 코렌텍을 설립, 이 회사 지분 11.25% 29만3590주 를 갖고 있다. 정 회장의 맏딸이면서 두훈 씨를 남편으로 둔 성이 씨는 △코렌텍 17.77% 46만3860주 △이노션 40% 24만주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두훈-성이 씨 부부가 가진 주식가치만도 △코렌텍 4억6052만9600원 △이노션 362억2128만원에 이른다. 이들 부부의 비상장사 주식값은 모두 366억8180만9600원이다.

정 회장의 둘째 사위로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금융부문을 이끌고 있는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 활약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정 사장은 현대캐피탈 할부리스 부문을 맡고 있는 현대커머셜 지분 10% 2000주 (주당 1만2800원)를 손에 쥐고있다. 또 부인 명이 씨는 △현대커머셜 지분 20% 4000주와 △코렌텍 지분 0.64% 1만68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주식 지분가치는 △현대커머셜 7680만원 △코렌텍 1021만4400원으로 모두 8701만4400원 가량이다.

반면 셋째 사위인 신성재 현대차 사장은 비상장사 지분을 갖고 있지 않지만 부인 윤이 씨가 △코렌텍 지분 0.32% 8400주 (총 510만7200원)를 갖고 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정몽구 회장의 부인 이정화 여사 역시 자녀들 못지않은 재력가란 사실이다. 이 여사는 현대차그룹 레저부문인 해비치리조트 지분 20% 62만주와 코렌텍 지분 0.32% 8400주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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