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VS 염경엽’ 역대전적 14승 36패...승률 0.280
2015~2018시즌 KIA 대 SK 전적 38승 26패 우위
염 감독 SK 복귀로 고개 드는 KIA의 'SK포비아'

지난 15일 염경엽 SK와이번스 신임 감독이 인천 미추홀구 그랜드오스티엄에서 열린 'SK와이번스 제6대 트레이 힐만 감독 이임 및 제7대 염경엽 감독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5일 염경엽 SK와이번스 신임 감독이 인천 미추홀구 그랜드오스티엄에서 열린 'SK와이번스 제6대 트레이 힐만 감독 이임 및 제7대 염경엽 감독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ㅣ 신희철 기자] 지난 15일 염경엽 전 SK단장이 SK감독으로 정식 계약했다. 이로써 2019시즌부터 SK의 사령탑은 엽경엽 감독이 맡게 됐다.

 

이와 동시에, KIA팬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KIA의 SK포비아(phobia:공포증. 특정한 물건, 환경, 또는 상황에 대하여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피하려는 불안장애의 일종)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조심스레 일고 있다.

 

염경엽 감독과 김기태 감독은 광주일고 동기다. 정확히 말하면 염 감독이 1년 선배다. 그러나 염 감독이 1년 늦게 광주일고를 졸업했고, 두 감독 모두 87학번으로 대학에 입학했기에 두 감독은 동기이자 절친한 친구가 됐다. 모두 젊은 감독임에도, 감독으로서 많은 실적과 경력도 쌓았다. 염 감독은 넥센 사령탑을 맡으면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시즌 연속 넥센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김 감독 또한 2013시즌에 LG를 10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킨 성과가 있다. 2013시즌 LG는 정규리그 2위, 최종 3위를 기록했다. KIA감독 부임 후 첫 해 2015년에는 7위, 2016시즌엔 5위로 마감했지만, 2017년 8년 만에 KIA를 통합우승 시켰다. 2018시즌엔 다시 5위로 마감했다. 분명 장점도 많고 감독으로서 실적도 뛰어난 두 감독이다.

지난 10월 15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KIA 김기태 감독이 각오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지난 10월 15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KIA 김기태 감독이 각오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그런데 두 감독 사이에는 오묘한 기록이 있다. 두 감독이 맡은 팀에 관계없이 두 감독이 사령탑으로 있을 때, 염 감독의 팀은 김 감독의 팀을 압도해왔다. 두 감독 사이의 통산 전적을 살펴보면, 김기태 감독이 ‘염경엽 감독 콤플렉스’가 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정도다.

 

두 감독이 사령탑으로 동시에 있었던 시즌은 2013시즌, 2014시즌, 2015시즌, 2016시즌이다. 물론 2014시즌은 김기태 감독이 LG감독직을 시즌 초(2014년 4월 23일)에 중도 사퇴했기 때문에 두 감독의 맞대결은 2경기가 전부다. 이점을 감안해서, 역대 두 감독의 상대 전적을 살펴보았다. 다음은 두 감독의 상대 전적과 염 감독이 떠난 넥센과 KIA의 상대 전적이다.

 

▲2013시즌 LG(김기태) 대 넥센(염경엽)의 전적 : 5승 11패 LG 절대열세

▲2014시즌 LG(김기태, 양상문) 대 넥센(염경엽)의 전적 : 7승 9패 LG 열세

(2014년 4월 23일 사퇴. 양상문 5월 11일 부임. 김기태 사퇴 전 4월 15일 1:3, 4월 16일 2:5, 넥센에게 2패)

▲2015시즌 KIA(김기태) 대 넥센(염경엽)의 전적 : 4승 12패 KIA 절대열세

▲2016시즌 KIA(김기태) 대 넥센(염경엽)의 전적 : 5승 11패 KIA 절대열세

▲2017시즌 KIA(김기태) 대 넥센(장정석)의 전적 : 10승 6패 KIA 우세

▲2018시즌 KIA(김기태) 대 넥센(장정석)의 전적 : 9승 7패 KIA 우세

 

맡은 팀에 관계없이 김기태 감독 대 염경엽 감독의 통산 전적은 50전 14승 36패다. 김 감독 입장에서의 승률은 0.280이다. 이처럼 김 감독은 염 감독에게 철저하게 당했다. 재밌는 사실은 염 감독이 넥센을 떠나자마자 KIA의 대 넥센 전은 곧바로 우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물론 우연의 일치 혹은 KIA의 전력보강 효과에 따른 결과일수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우연으로 치기엔 김 감독이 그동안 염 감독의 팀을 상대하는 모습은 상대 전적이 보여주듯 자충수가 많았다.

 

LG시절은 차치하고 KIA감독으로서 염경엽 감독의 넥센을 상대할 때, 김기태 감독은 유독 다른 경기보다 조급증을 느끼는 듯 했다. 평소보다 더 많은 작전과 선수교체, 수비교체 등을 지시했다. 그리고 그러한 세밀한 지시는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그 결과 두 감독 간의 상대 전적은 갈수록 벌어지게 됐다.

 

김 감독은 불안한 불펜을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초반부터 무사 주자 2루에 번트를 대거나, 6회, 7회쯤이면 팀의 핵심타자가 출루했을 때 대주자를 기용했다. 팀의 뒷문이 약해서 연장전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함에도 예외 없이 대주자, 대수비를 기용하며 승부를 걸었다. 때문에 불펜이 막아주지 못해 경기 후반이나 연장에 들어가게 되면 KIA의 공격은 거의 무의미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불펜을 소모한 KIA로서 후반 승부는 시한부 인생과도 같았다. 몇 회에 끝내기 점수를 주는 지가 관건이었지 결코 대주자, 대수비 라인업으로 경기를 뒤집지는 못했다. 주전이 대거 빠진 후 불펜의 방화로 경기 후반이나 연장에 돌입하게 되면 KIA는 필패했다.

 

이처럼 염 감독과의 대결에서 김 감독은 자신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지나친 대주자 기용, 지나친 번트작전, 지나친 수비교체 및 수비변동 등 유독 더 많은 경기개입을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염 감독은 차분하고 변함 없는 표정으로 무난히 경기진행에 집중했다.

 

어찌 보면 염 감독 입장에서는 김 감독의 경기운영이 자신을 편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김 감독은 패턴도 거의 정형화되어 있다. 염 감독 입장에선 모든 움직임이 예상됐고, 그에 맞게 무리하지 않고 순리대로 경기를 운영하면 되었을 것이다. 당연히 결과는 대부분 염 감독의 압도적 유리함으로 끝났다. 염 감독이 명장인건지, 김 감독이 자충수로 자멸한 것인지 따지기 힘들 정도다. 때문에 KIA팬들 사이에선 김 감독의 노력(?)이 염 감독을 편하게 해준다는 자조 섞인 탄식도 많이 나왔다.

 

이에 KIA팬들 사이에서는 벌써 2019시즌부터 SK를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고 있다.

 

KIA는 그동안 SK상대로 선전해왔다. 올 시즌 우승팀 SK를 상대로 KIA는 11승 5패라는 절대 우위의 성적을 냈다. 2017시즌에도 SK상대로는 9승 7패, 2016시즌에는 8승 8패 동률, 2015시즌에는 10승 6패의 우세를 거뒀다. 이처럼 김기태 감독은 KIA 감독 부임 이후 SK상대로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 김기태의 KIA는 SK와의 통산 전적에서 64전 38승 26패, 승률 0.593의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이제 염경엽 감독이 SK감독으로 부임했다. 두 감독의 역대 상대 전적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KIA가 SK와의 전적에서 열세 혹은 절대열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지금까지의 기록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김기태 감독이 학습효과를 무시하고 지금까지 염 감독과의 대결처럼 경기를 운영한다면, 팀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절대열세는 계속 될 것이다. 김 감독이 염 감독의 SK에 끌려 다니지 않기 위해선 경기 내 세부적이고 조급증 같은 개입을 지양해야 할 것이다. 경기는 어디까지나 선수들이 이끌어가는 것이다. 감독은 선수들에게 믿음을 주고 선수들에게 승부를 맡기는 것이 최선이다. 팀 관리자이며, 조력자 역할 정도만 수행한 힐만 감독의 드러나지 않는 리더십이 필요한 때이다.

 

◇ 김기태 감독과 염경엽 감독의 주요 이력

 

김기태 (1969년생 / 광주서림초-충장중-광주일고-인하대)

2012~2014. 4. 23. : LG 감독

2015~2018 : KIA 감독(진행 중)

 

염경엽 (1968년생 / 광주서석초-충장중-광주일고-고려대)

2013~2016 : 넥센 감독

2019~ : SK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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