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드디어 칼을 뽑아 들었다. 비대위는 이른바 진박(眞朴·진짜 친박)’ 의원들과 영남 다선(多選) 의원등을 인적 쇄신 우선 대상자로 검토하기로 했다. 진박 의원들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진박(진실한 친박) 감별사를 자처하며 낙하산 공천을 시도했다. 자연히 계파 갈등은 극으로 치달았고 이는 총선 참패로 귀결됐다. 영남 다선 의원들은 공천이 곧 당선인 상황에 안주, 지역 정치에 매몰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텃밭인 PK마저 민주당에 내준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이에 비대위는 진박 의원들에게 보수 몰락의 책임을 묻고 영남권에는 참신한 신인 정치인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다만 비대위의 이 같은 인적쇄신 방향은 사실상 친박 청산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돼 당내 반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심지어 일각에선 평가 기준의 공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도 나오는 실정이다.

 

- 진박 공천 연루자·영남 다선 ‘1순위’... 공정성·타당성 우려
- 윤상현 “‘반문 연대공고히 해도 모자란 판에... 과거 일로 자멸 초래


전국 253개 당협위원장 적격 여부를 심사 중인 자유한국당이 2016년 총선 당시 진박(진짜 친박) 공천 파동책임자와 영남 다선의원을 우선 쇄신 대상으로 삼겠다고 18일 밝혔다.

김용태, 우선 대상자 밝혀
홍문종·정종섭 등 진박지목

조강특위가 마련한 구체적인 기준은 미온적인 문재인정부·대여 투쟁 인사’, ‘반시장적 정책수립·입법 참여 인사’, ‘자유민주주의 및 안보의식이 부족한 인사’, ‘2016년 제20대 총선 진박 공천관여 인사’,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개입 인사’, ‘당 분열 관련 책임 인사’, ‘존재감과 활동이 미미한 영남 다선 인사등이다.

김 사무총장은 19당의 갈등과 분열의 시작점이고 당이 서서히 기울게 만든 2016년 총선 과정을 정확하게 살피고, 이에 핵심적으로 관여했던 분들에 대해 상세하게 심사할 예정이라며 또한 당이 공당이 아닌 사당이 되도록 앞장서고 최순실 국정농단을 방치하고 조장했던 분들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심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는 영남권을 중심으로 장관과 청와대 수석을 지낸 소위 진박 후보를 낙하산 공천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졌고, 당시 김무성 대표가 공천장에 직인을 찍지 않는 옥새 파문으로 연결돼 극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최경환·홍문종·조원진 의원 등은 지방을 돌면서 찬조연설을 통해 제가 가는 후보가 진실한 사람이라며 진박 감별사를 자처했다.

또 진박모임을 주도한 의원으로는 추경호·곽상도·정종섭 의원(이상 대구), 유기준·박대출·박완수·강석진·엄용수 의원(부산·경남) 등이 꼽힌다. 이들로 인해 친박·비박 갈등이 극심해졌고, 계파 갈등이 총선 참패 및 구여권의 몰락을 초래한 만큼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비대위의 생각인 것이다.

여기에 비대위는 중앙정치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영남지역 다선 의원들도 물갈이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당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텃밭인 대구·경북(TK)을 포함해 10명 안팎의 현역의원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조강특위 관계자는 18일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보수정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보장됐던 TK 등 영남에서 당선된 뒤 중앙정치에 기여하지 않고 지방에서 터줏대감 노릇만 한 사람이라면 초선이든 다선이든 가리지 않고 (당협위원장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능하고 참신한 신인을 영입하기 위해서라도 정치 지형상 유리한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친박·비박, 잔류파·복당파
계파 갈등 폭발조짐

다만 당내에서는 조강특위의 당협위원장 심사 평가의 공정성과 타당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종종 들리고 있다. 조강특위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전국 당협 현지 실사를 진행 중인 당무감사위원들이 현지 실사를 가지 못한 채 당직자들이 작성, 보고한 지역 현지 실사 보고서로 평가하는 상황이기 때문.

설상가상으로 친박계 내에서는 비대위가 사실상 친박계만 표적 제거하겠다는 것이라는 의구심까지 터져 나온다. 2016년 총선 당시 진박핵심이었던 윤상현 의원은 모두 힘을 합쳐 반문(反文)’ 연대를 공고히 해도 모자란 판에, 과거의 일을 가지고 책임을 따지다간 자멸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친박계 중진 역시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지난 7월 취임할 때는 인위적 인적 청산은 없다고 하더니 이건 사실상 친박을 학살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친박계 일각에선 영남 다선을 중심으로 탈당해 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상황이 이쯤 되자 정치권에선 비대위의 인적 쇄신이 당 내홍이 폭발하는 도화선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다음 달 중순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당내 계파 간 세 대결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내년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의 전초전 성격이 강한 데다, 202021대 총선 공천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 친박·비박, 잔류파·복당파 등 각 계파 모두 치열한 수 싸움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친박·잔류파에서는 심재철(5유기준(이상 4유재중(3) 의원이, 비박·복당파 중심으로는 강석호·김영우·김학용(이상 3)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비박계인 나경원(4) 의원의 출마도 점쳐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친박계 내부에서 나 의원에 대한 지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이는 나 의원이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평생을 감옥에 있을 정도로 잘못했느냐고 언급하면서 친박·잔류파와 심리적 거리감을 좁혀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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