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줄줄이 ‘적자’...구조조정 가속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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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김은경 기자] 국내 로드숍 브랜드들이 올해 3분기 ‘실적 충격’에 빠졌다. 국내 경쟁 심화로 매출이 감소한 데다 기존 매장 리모델링, 신제품 출시를 위한 연구 개발 투자 등으로 지출 비용이 늘면서 적자 전환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으로 성장세가 꺾인 상황에서 헬스&뷰티(H&B) 등 편집숍에 고객을 뺏기면서 원브랜드 로드숍들은 점점 더 설자리를 잃고 있다. 화장품업체들은 중소형사 중심으로 매장을 축소하고 온라인 판로를 확대하는 등 돌파구를 찾고 있다.

사드發 위기...편집숍에 손님 뺏기며 원브랜드 로드숍 설자리 잃어
그 많던 점포 올 들어서만 800개 이상 줄어...돌파구 위한 전략은?

국내 로드숍 업체들이 실적 악화의 늪에 빠졌다. ‘미샤’의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132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액은 731억 원으로 12.1% 감소했으며 당기순손실은 94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토니모리도 3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토니모리는 연결기준으로 올해 3분기 8억 원의 영업손실과 3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과 순손실 규모가 각각 17억 원, 20억 원가량으로 연간 적자가 예상된다.

잇츠스킨을 운영하는 잇츠한불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465억 원, 22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5%, 73.8% 줄었다. 스킨푸드는 자금난을 이기지 못해 지난달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했다.

매출액 감소는 매장 수 감소로 이어졌다.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미샤, 토니모리, 스킨푸드 등 주요 로드숍 브랜드의 매장 수는 2015년 말 4868개에서 2016년 말 4834개로 1.4% 증가했으나 지난해 4775개로 3.2%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는 감소 속도가 더 빨라졌다. 올해 3분기 말 현재 로드숍 매장 수는 4000~4100개로 추정된다. 9개월 만에 800~900개 매장이 줄어든 셈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존 브랜드 업체들 가운데, 중저가 매출 비중이 큰 메이저 또는 중견 업체들의 입지는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이미 어느 정도 조직화와 규모를 이룬 회사들이다. 그만큼 의사결정 과정이 리스크를 회피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며, 속도가 느리다. 조직이 커질수록 이런 보수성은 짙어질 수밖에 없으며, 하루에도 몇 개씩 튀어나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 제품들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실적 부진 이유를 꼽았다. 

이어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법인 성장률 저하와 에이블씨엔씨·토니모리·더페이스샵·클리오 등 국내 주요 원브랜드숍 업체들의 실적 부진은 각국의 중소형 벤처 브랜드의 약진이 핵심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국내 로드숍 브랜드의 부진은 사드 배치 보복 여파로부터 촉발됐다. 사드 보복 영향으로 성장세가 꺾인 뒤 국내 경쟁 심화와 온라인, 면세점 확대 등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영업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신규 매장 오픈과 기존 매장 리모델링, 신제품 출시를 위한 연구 개발 투자 등으로 비용이 늘어난 것도 적자 전환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화장품의 주가 하락에 기여한 요인은 3가지다. 미·중간 갈등 확산으로 위안화 변동성이 커지면서 중국의 소매판매가 둔화됐고, 한국으로 입국하는 중국인 입국자수가 기대치를 하회했으며, 면세점 매출을 책임지고 있는 ‘보따리상(따이공·帶工)’에 대한 단속 이슈가 불거졌다”고 설명했다.

헬스&뷰티 스토어 강세에...

이런 상황에서 H&B숍이 신규 브랜드들을 계속 입점하면서 기존 화장품 브랜드가 입은 타격은 더욱 커졌다. H&B의 시장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2010년 H&B 시장은 2000억 원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1조7000억 원으로 7년 새 8.5배 성장했다. 하나금융투자증권은 H&B 시장 규모가 2025년에는 4조5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H&B숍은 접근성을 바탕으로 젊은 여성들이 편의점만큼 자주 찾는 채널로 자리 잡았다. 현재 CJ올리브영이 약 1100여 개 매장을 보유하며 전체 H&B숍 시장의 약 과반 이상을 차지해 압도적인 1위다. 후발사업자로 나선 롯데와 신세계는 각각 H&B숍 ‘롭스’와 뷰티편집숍 ‘시코르’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GS리테일은 AS왓슨지분을 전량 인수한 후 ‘왓슨스’를 ‘랄라블라’로 바꾸는 등 발랄하고 활기찬 이미지를 강조하며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화장품 유통 구조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변화되는 점도 로드숍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온라인몰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온라인 몰에서의 화장품 구매는 전년대비 20% 정도 늘어 부진의 늪에 빠진 로드숍 업계와 대조됐다. 통계청의 ‘2018년 9월 온라인쇼핑동향’에서 화장품의 온라인쇼핑거래액은 전년동월 6940억 원에서 8302억 원으로 19.6% 늘었다.

로드숍 브랜드 각자도생 나서

이와 같은 시장 상황에서 브랜드숍들은 각자도생에 나섰다. 조직 개편 및 해외시장 공략을 시작으로 직영 몰 강화, 자사 편집숍으로의 전환, H&B숍 입점, 대대적인 브랜드 리뉴얼 등 살길을 찾기 바쁘다. 

먼저 에스쁘아는 멀티브랜드숍, H&B숍 등으로 유통 채널을 넓혔다. 에스쁘아는 올해 초부터 순차적으로 ‘시코르’에 입점했다. 지난 9월부터 ‘올리브영’에 들어갔고 전국 매장으로 입점을 늘려가고 있다.

또한 에스쁘아는 지난 9월 공식몰을 새롭게 단장했는데 편의성을 높이고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를 도입했다. ‘오프라인 프라이빗 메이크업 레슨 서비스’로 메이크업 강연을 사전 예약할 수 있고, 매장에서 강연을 받은 사람에게 사용된 제품, 선호하는 메이크업 스타일, 아티스트의 전문 코멘트 등이 담긴 온라인 리포트를 제공한다.

토니모리는 ‘세포라’, ‘부츠’ 등 세계적인 뷰티 편집숍에 입점에 집중하고 있다. 잇츠스킨(잇츠한불)은 중국 후저우 공장 가동과 ‘달팽이크림 생산허가’를 발판 삼아 ‘왕홍’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중국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를 인수한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는 유상증자와 사내유보금을 활용한 2289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브랜드 리뉴얼을 통한 정면 돌파에 나서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최근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e커머스 분야’ 강화에 나섰다. 화장품 유통구조 변화를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이니스프리, 에뛰드, 아리따움 등은 가맹점주들과 상생안을 찾기 위해 협의 중이다. 온라인몰 수익을 가맹점주와 공유하겠다고 점주 측에 제안해 잠정 합의에 이르렀다. 현재 저수익 매장 지원, 온라인몰 구입제품 매장서 교환·배송 등을 협의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고급화 전략에 나섰다. 로드숍 더페이스샵 대신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럭셔리 부문의 ‘후’, ‘숨’, ‘오휘’, ‘빌리프’ 등에 더욱 집중하는 전략을 펼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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