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한동 / 출판사 승연사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예부터 정치인이란 ‘스스로 아름다운 멍에를 짊어지는 사람’이라 했다. 권력이나 영달을 앞세워 자신의 이익을 취할 마음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정치인이 숱한 개그의 소재가 되어 흉내내기 대상이 었던 시절에도 그런 무리에서 제외되었던, ‘단칼’로 통한 이한동 전 국무총리가 가장 강조했던 가치이기도 하다.
대중에게 그는 특이한 습성도, 튀는 정치스타일도 없이 ‘원칙과 기본’을 중시했던 정치인으로 기억된다.
그런 그의 가정사와 법조인 그리고 정치인으로서의 애환을 솔직하게 담은 신간 ‘정치는 중업이다’가 출간됐다.
책에서는 격동의 5·6공시대의 숨막히는 정치현장에 얽힌 일화들을 비롯해 김대중 납치사건, 민주화운동과 6.29선언,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정책분석, 국무총리로서 갖는 활동상의 한계, 5공청산과 3당합당에 얽힌 한국현대정치사를 면면히 편견 없이 기록했다.
책속에서 이 전 총리는 41년간의 공직 생활에서 물러나 지난 세월을 반추하면서 자신이 얻은 커다란 깨달음인 ‘정치는 중업(重業)’ 사실을 대중에게 고한다.
더불어 “역대 선현들처럼 자신을 죽여 나라와 국민을 살리려는 살신구국(殺身救國)의 역사적 소명의식에 투철한 사람이 정치인이 되어 국정을 맡아야 험난한 국제정세 속에서 조국의 번영과 통일을 이끌 수 있고,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 넉넉지 않은 가정 환경에도 ‘측은지심’과 ‘자비심’으로 이웃을 돌보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은 훗날 ‘덕필유린’이라는 평생의 좌우명으로 정계를 돌보는 밑거름이 되었다.
17년간 법조인으로 활동하다 81년 정계에 입문해 6선의원, 집권당 사무총장, 정책위의장에 내무장관과 국회부의장을 거친 그는 여야, 언론으로부터 두루 지지를 받아 ‘포용의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아 온 인물이다.
외교 안보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치가 바르게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역동 정치학’의 구심점을 마련하고자 했고 ‘지역 패권주의’의 해소를 위해 역사적 ·사회구조적 관점에서 다각적으로 살폈다.
책에서 인상 깊은 부분은 ‘보수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 정치판’에 쓴소리를 남긴 부분이다.
여기서 이 전 총리는 “대한민국의 국체와 정체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자본주의에 있으므로 보수우파는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위기, 경제 위기, 재난 위기에서 벗어나 선진 통일을 위한 제2의 한강의 기적' 을 창조하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 보수우파가 바로 서기 위한 몇가지 제안을 남긴다. 가장 먼저 “긍정의 역사관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전 국민은 대한민국 현대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신념과 학습을 전개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이유는 주체적인 역사관 교육을 병행해야 뿌리가 깊어지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보수에게 철학이 없다’는 세간의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자본주의의 신장이야 말로 대한민국의 국력을 키우고 통일 한국의 유일한 이념이라는 사실을 온 국민이 확고히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 언론, 문화예술 등 다양한 방법을 구사하여 체득시켜 나가야 한다고 단언한다. 이를 바탕으로 신보수, 보수혁신의 운동이 곳곳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보수는 부패 타락 세력이라는 매도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배가되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중에서 세대 갈등과 소득계층화의 완화에 앞장서야 하며 특정 지역 정당 내지 지역 세력에서 탈피해 전국 정당, 전국 세력으로 가치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고 당부한다. 이어 젊은 보수를 키워 나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가야 하는 젊은이들이 보수 우파의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파 정당과 시민단체들이 많은 노력을 전개하고 젊은 인사들을 대거 정치권에 포진시켜 나가야 한다고 당부한다. 더불어 상류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실천되어야 한다. 나라가 어려울 수록 보수 우파가 앞장서서 희생하고 도덕적으로 책무를 다해야 선진 사회 선진 경제에 대한 동력이 생겨 난나고 강하게 어필하기도 한다.
그는 “어느새 팔순의 한가운데에 서고 보니 과거와 현실이 하나의 얼개로 엮여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고 후손들의 미래를 염려하는 마음이 더 깊어진다. 제 33대 국무총리를 지낸 사람으로서 국태민안과 국민복리에 늘 관심을 가지고 있다. 기우일지 모르지만 우리가 처한 현재의 답답한 정치 상황으로 인해 후배들에게 작은 보탬이라도 되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에서 무딘 붓을 잡아 보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