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인문학: 저자 김동훈 / 출판사 민음사]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신간 ‘브랜드 인문학'은 명품 소비라는 특정 문화 현상을 통해 동시대인의 철학과 고전 미학을 탐닉하는 방식을 다룬다. 과거의 브랜드는 신분이나 소속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몸에 새기는 타투에 가까운 것이라면 현대의 브랜드는 개인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창의력을 깨우는 키워드로 통한다.

‘브랜드 인문학’의 저자 김동훈은 단순한 소유를 넘어서 특정 브랜드에 집착하는 인간의 욕망을 들여다보았다. 현대인은 왜 특정 브랜드에 대한 개인적 취향을 형성하는지, 어떤 지점에서 한 브랜드가 개인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지에 집중한다. 혹은 정해진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특정 디자인을 선호하는 취향을 추적해 현대인의 욕망이 어떤 감각에 자극을 받는지 들여다보는 과정을 담아냈다.

전체 6부로 나뉘어진 책의 1부에서는 철학적 의미를 내포한 특정 브랜드 다수를 열거하면서 상이하게 표출하는 소비자의 정체성에 집중했다. ‘감각과 욕망’을 다룬2부에서는 브랜드가 지닌 감각적인 스타일을 표명하고 그것에 집중하는 욕망의 선을 들춰냈다.

‘주체성’으로 이어지는 3부에서는 ‘부속품이기를 저항하고 인간의 지문을 고집한다’는 의미를 지닌 브랜드를 제시하기도 하고 ‘어리고 약한 자아를 자기실현의 길로 이끈다”라는 의미를 내포한 브랜드를 예로 들면서 주체성을 지닌 각자의 성향을 이끌어 냈다.

4부에서는 ‘시간성을 간직한 브랜드’를 나열한다. 정지된 그림을 편집해 생명을 불어넣는 브랜드부터 ‘허무를 찔러 기억을 현실로 살려낸다'는 철학적인 의미를 지닌 브랜드에 집착하는 성향을 따라가 보기도 한다. ‘낯선 것에 오래된 미래를 접속하는 미학의 의미를 전달'한다는 뜻을 내포한 브랜드속에서 철학적 의미를 찾아내기도 한다.

‘매체성과 일상성’을 이어지는 5·6부에서는 일상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일상이 되는 브랜드와 냉철한 물음이 필요한 브랜드를 독자들에게 짚어주기도 하고 ‘긁힘의 공간감을 평면 구성에 심어 넣는 브랜드'로 이어지는 개인의 취향의 다양성을 들여다 보기도 한다.

저자 김동훈은 책을 통해 “이런 관점으로 브랜드를 이해한다면, 특정 브랜드와 접속해 얻은 정체성이 현실화 되어가는 메카니즘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일상의 권태와 탈진 속에서 어떤 욕망도, 어떤 삶의 의욕도 생기지 않을 때가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들뢰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활용하여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잠재력은 감각으로 자극받을 때 실현될 수 있다고 보았다.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 할지라도 감각 자극이 없거나 그 강도가 약하다면 그 능력은 발휘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감각에 자극받아 무엇을 욕망하게 되는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욕망은 저마다의 잠재력을 깨울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서양고전학협동과정에서 희랍과 로마 문학 및 로마 수사학을 전공했고, 현재 고려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플라톤과 키케로를 연구하고 있다. 또한 대학에서 라틴어를 가르치면서 푸른역사아카데미에서 서고원을 지도했다.

철학적 배경과 문학적 설명을 보강해 ‘별별명언: 서양 고전을 관통하는 21개 핵심 사유’를 출간했다. ‘몸젠의 로마사’, 장 보댕의 ‘국가에 관한 6권의 책’에서 희랍어, 라틴어, 히브리어 텍스트를 번역했고, 그리고 ‘세계시인선’에서 히브리어 및 라틴어 원문인 ‘욥의 노래’를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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