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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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양승태 행정처의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박병대(61·사법연수원 12기) 전 대법관이 19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공개 소환되면서 앞으로 수사 일지에 이목이 집중된다.검찰이 지난 6월 이 사건 수사를 진행한 이래 '윗선'으로 여겨지는 전직 대법관을 공개적으로 포토라인에 서게 한 것은 최초다.

박 전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 재임 기간인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2년간 사법행정을 지휘하는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했다. 이 때는 여러 가지 사법농단 의혹 행위들이 자행된 핵심 원인인 상고법원 도입 등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됐을 시기다.

이런 연유로 박 전 대법관은 사법농단 의혹 개입했단 의혹을 사는 전직 대법관 중에서도 중핵 인물로 평가 받는다. 그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및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등 재판거래 의혹부터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집행 등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개입한 혐의를 갖는다.

검찰의 박 전 대법관 공개 소환도 혐의에 중요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박 전 대법관의 전임 법원행정처장인 차한성 전 대법관의 경우 지난 7일 비공개 소환해 조사했다.

이날 검찰 조사에서 주목 받는 부분은 박 전 대법관이 당시 양 전 대법원장 지시를 받거나 그에게 보고를 했다는 구체적인 진술 유무다. 하지만 박 전 대법관이 사실상 혐의를 부인할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의 해석이다.

박 전 대법관은 이날 오전 검찰 출석 전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이번 일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스럽다"면서도 "법관으로 평생 봉직하는 동안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법원행정처장으로 있는 동안에도 사심 없이 일했다"고 밝혔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역시 검찰조사 등에서 혐의를 일체 부인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임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지난 14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회부됐다.

임 전 차장은 “기억 나지 않는다” "죄가 되지 않는다"는 등의 태도를 고수했다. 이를 고려한다면 박 전 대법관도 사법행정 업무의 일환으로 사익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대두된다.

박 전 대법관은 현재 많은 혐의가 지녀 이날 조사를 필두로 추가 조사도 실시될 것으로 예측된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을 상대로 각종 의혹의 사실관계와 경위 등을 파악하고 조사 내용을 분석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살펴볼 방침이다.

박 전 대법관은 지난 2014년 10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서 외교부·법무부 장관 등 정부 인사들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관련 재판 지연 방안을 논의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지닌다.

또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지위 확인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댓글 조작 사건 ▲서울남부지법 위헌제청결정 사건 등에 관여한 혐의도 있다. 이 밖에도 헌법재판소 내부 사건 정보 및 동향을 수집하고, 사법행정에 반대하는 법관·변호사단체 부당사찰 및 압박방안 마련, '부산 스폰서 판사' 비위 은폐 및 축소,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 및 집행 등 혐의도 적용됐다.

박 전 대법관의 검찰 조사로 후임 법원행정처장인 고영한 전 대법관 등도 조만간 소환될 계획이다. 고 전 대법관은 '부산 스폰서 판사' 비위 은폐 의혹 등의 혐의를 갖는다. 

이 사건과 관련해 거론되는 전·현직 대법관들의 조사가 마무리되면 당시 사법부 수장인 양 전 대법원장도 포토라인에 설 수 있단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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