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2개로 대폭 늘어…아파트값 ‘거품’ 빠질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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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은 뉴스 키워드를 통해 한 주 이슈를 점검하는 ‘生生 키워드 쏙! 생활경제’ 코너를 진행한다. 최신 IT트렌트부터 시사성 있는 생활경제 까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이에 대한 해법도 함께  알아 볼 예정이다. 이번호는 [‘분양원가 공개 확대’ 급물살 ]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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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항목이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가 관련 작업을 속도감있게 추진하면서 이르면 2019년 1월부터 공개항목이 현행 12개에서 62개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공공택지 내 공동주택의 분양가 공개 항목을 12개에서 62개로 늘리는 내용의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16일 입법예고한다. 국토부 측은 “입법예고 기간은 12월 26일까지로,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내년 1월 중 시행될 것”이라고 했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확대는 이미 예정된 사안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6일 국회에서 “내년 1월 중 분양원가 공개 항목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김수현 신임 대통령정책실장이 자신의 책에 “분양원가 공개를 미적거리는 통에 집값이 더 올랐다”고 쓸 만큼 적극적인 분양원가 공개주의자라 그동안 시장에서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확대가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많았다.

이번 조치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조성하는 공공택지에 짓는 아파트는 민간 건설사 물량이라도 분양할 때 62개 항목을 전부 공개해야 한다. 공개 방식은 기존 공개항목을 세분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정부, 논란 덮고 강행

예를 들어 기존엔 공사비 가운데 토목, 건축, 기계설비 비용 등으로 뭉뚱그려 공개됐던 항목이 앞으론 옹벽공사, 조경공사, 용접공사, 가스설비공사 등 공사 별로 세분화된다.

이렇게 되면 세부적으로 공개된 항목을 다른 분양 아파트와 비교하거나 공개 내역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쉬워져, 결과적으로 아파트값의 거품을 빼는 효과가 있다는 것.

실제로 지난 9월 경기도시공사가 공공택지에서 지어진 민간 건설사들의 분양원가를 공개했을 때, 경실련은 건설사가 실제로 쓴 건축비가 분양 당시 공개한 건축비보다 20-30% 높게 책정됐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분양원가 공개는 공급자 위주의 주택공급 구조를 소비자 중심으로 바꿀 수 있는 개혁의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실련은 분양원가 공개항목 확대를 넘어 세부자료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 감시팀장은 “상세한 분양 원가가 공개되면 국민 누구나 검증할 수 있기 때문에 공기업이나 건설사들이 과거와 같이 마구잡이로 분양가를 ‘뻥튀기’하는 것이 상당 부분 통제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기업의 영업 자유에 대한 지나친 제한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가격 안정 효과, 형평성 등 논란  

특히 분양원가 공개가 공공분야를 넘어 민간주택으로 확대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분양원가 공개가 민간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은 우려스럽다”며 “원가라는 것은 기업의 영업기밀인데 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자유시장주의와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항목별로 원가를 따지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 실장은 “항목별로 원가를 추산하기도 쉽지 않아 정확한 분양원가 산정이 어렵다”며 “분양가를 낮추는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분양원가 공개항목 확대는 주택공급 위축을 불러와 시장을 오히려 불안하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가 공개는 결국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이 시장 안정을 위해 분양원가 공개를 압박하고 있지만 되려 공급이 줄어 집값이 상승하는 역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분양가 상승의 핵심 요인은 땅값인데 정작 토지를 공급하는 정부가 땅값은 낮추지 않고, 효과도 크지 않은 민간의 ‘영업비밀’ 공개를 강요하며 건설사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매일경제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운영하는 주택정보포털(HOUSTA)을 분석한 결과, 2~3년 전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불과 30%대였던 ‘땅값’이 작년 말 5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06년 뉴타운 최초로 분양원가 공개를 결정했던 ‘은평뉴타운’은 땅값이 상승하면서 실제 분양가 인하 효과는 2~3%대에 그쳤다.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분양가를 20~30% 이상 낮춘다는 시민단체 주장은 허상이었던 셈이다.

부동산 관련 한 관계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분양가 통제로 로또 청약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듯이 (분양원가 공개 확대는)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분양원가 공개항목을 62개 이상으로 늘리는 것은 참여정부 시절로 돌아가는 일이다. 정부는 2007년 분양원가 공개 제도를 도입하면서 공공주택의 경우 61개, 민간주택은 7개 항목의 원가를 공개했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원가 공개항목은 서서히 줄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공공주택 분양원가 공개항목이 61개에서 12개로 줄었고 박근혜 정부 때에는 민간부문의 원가 공개항목이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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