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골프장 동영상 ‘수두룩’…재벌가 상대로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 범죄까지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불법 음란 동영상이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들을 괴롭히고 있다. 사실관계는 물론 출처도 불분명한 음란물이 ‘OO 회사 XX 녀’ ‘O 대표 불륜’ ‘XXXX 승무원’ 등 사명을 포함한 제목을 달고 유포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동영상에는 확인되지 않은 직원 이름 및 신상정보도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다만 해당 대기업들은 현실적으로 소극적인 대응 말고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실정이다.

심각한 명예훼손 우려…구체화된 대응 방법도 없어

유명 금융사 전 부사장을 지낸 50대가 자신을 지칭한 음란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0일 “전날 자신이 해당 동영상의 주인공이라는 소문을 퍼뜨린 인물을 찾아달라며 모 증권사 부사장 출신 이모씨가 제출한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고소인 조사를 받은 이모씨는 자신이 해당 동영상에 나오는 인물이 아니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동영상 유포자에 대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최초 유포자를 추적하고 있다.

동영상에는 야외 골프장에서 골프 복장을 한 남녀가 성관계를 하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대중의 관심은 자연스레 ‘대체 해당 금융사 이름과 동영상의 주인은 누구냐’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해당 동영상의 남성이 근무했다고 언급된 금융사는 괜한 소문에 골머리만 앓고 있다.

해당 금융사의 한 관계자는 “사실관계도 불분명하고 당사와는 전혀 별개의 사건이지만, 공식적으로 부인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제2의 골프장 동영상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은 더 심각한 문제다. 불법 음란물 사이트, 웹하드(Webhard),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지에는 ‘XXXX 녀’ ‘OOO사 OOO대표’ ‘OOOO 불륜’ 등의 제하의 영상이 여전히 올라와있다.

여성 직원 비율이 높거나, 특성상 단체복을 착용하는 대기업과 직업군이 거론되는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또 해당 동영상들은 대부분 성관계 장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데, 신체적 특징과 얼굴 생김새까지 확인할 수 있어 사생활 침해 우려가 높다.

해당 동영상 중 일부는 특정 대기업의 사명과 ‘OO부서, OO기 OOOO년 생 이름 OOO’ 등 구체적인 신상도 포함하고 있다. 해당 회사의 명예훼손은 물론 해당 부서의 실제 근무자들도 피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심지어 ‘분당 OO녀’, ○○공사 이쁜이’ 등으로 명명된 동영상은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직원의 실명까지 그대로 거론돼 수년간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몇몇 동영상이 존재하고 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모 백화점 운영사 이름으로는 여직원 한 명과 남직원 다섯 명이 언급됐다. 임직원 정보 등 정보유출은 해당 회사의 또 다른 직원 소행이라는 의혹도 있다.

결론적으로 대기업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피해자가 된 셈이고, 해당 직업군의 직원들도 보호받지 못한 것이다.

다만 해당 기업 중 한 관계자는 “개인 범죄나 동영상까지 당사 차원에서 관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기업의 관계자는 “불법적이거나 성적인 문제에 우리 회사가 연상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으나, 완벽히 근절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근거 없는 음란물들이지만 만일 사실관계가 모두 일치하고, 동영상 유포자가 당사자라고 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경찰 또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반으로 대응책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대기업 재벌가의 돈을 노린 ‘리벤지 포르노’ 범죄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리벤지 포르노란 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하기 위해 유포하는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 콘텐츠를 뜻한다.

실제 지난 2015년 미스코리아 출신 여성이 모 회사의 재벌가 자제를 상대로 “수십 억 원대의 돈을 주지 않으면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은 폭력행위등처벌법상 공동 공갈 등 혐의로 기소된 O모씨와 남자 친구 X모씨에 대해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년 3월 등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O씨에 대해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고 범죄 수익 중 2400만 원을 취득했다”면서도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X모씨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엄벌을 원하고 있어 상당기간 실형을 선고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해당 혐의자들은 2014년 6월부터 수개월에 걸쳐 “성관계 동영상을 갖고 있으니 30억 원을 안주면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대기업 재벌가 자제를 협박한 혐의로 구속됐다. 

둘은 재벌가 자제가 금품을 주고 성관계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나서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동영상을 찍은 뒤 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O모씨는 2010년 10월 재벌가 자제와 만나 수차례 성관계를 맺는 등 친분을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동영상에는 재벌가 자제가 나체로 돌아다니는 장면만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협박을 못 이긴 재벌가 자제는 총 3차례에 걸쳐 4000만 원을 O씨 등에게 보냈지만 협박이 계속되자 검찰에 고소한 것이다.

한편 해당 사례들처럼 반복되는 범죄 행위로 인해 불법촬영물과 리벤지 포르노 등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당국의 집중 단속에도 불구하고 해외 사이트들을 통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만큼 더욱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수사당국의 조사 전이라 하더라도, 대기업 등은 자신들의 명예와 말도 안 되는 소문에 직원들이 연루되지 않도록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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