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토론회 ‘인산인해’···“안보에 심각한 우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와 관련해 전 국방부 장관 등 예비역 장성 400여 명이 참석한 대규모 토론회가 열렸다. 행사 시작 30분전부터 행사장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홀은 물론이고 로비에 마련된 좌석까지 참석자들로 가득 차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남북 군사합의서에는 수많은 문제점이 있다면서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 연습을 중지하기로 한 것은 전쟁 한 번 없이 한국군의 군사력을 무력화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보 시민단체와 충돌 소동···야외에서 토론회 방청하기도

안보를 걱정하는 예비역 장성 일동21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1층 평화홀에서 ‘9.19 남북군사합의 국민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오후 130분 대토론회를 앞두고 전쟁기념관 평화홀이 1500여 명(주최 측 추산 3000)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600여 개 객석과 로비에 마련된 300여 석의 간의의자도 모자랐다. 많은 사람들이 로비에 서서 토론회를 방청하거나 심지어는 전쟁기념관 입구에 마련된 보수단체의 차량 스크린을 통해 경청하기도 했다. 토론회 자료집도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동이 났다.

토론회에 앞서 진보성향 시민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은 행사장 앞에서 ‘9.19 군사합의서는 새 평화시대를 여는 가교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다가 행사 참석자들의 거센 항의로 경찰이 출동하는 등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종구 전 국방부 장관이 개회사를 했으며,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축사를,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겸 재향군인 회장이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발표에서는 박휘락 국민대 교수가 남북 합의와 안보국방’,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이 군사 분야합의서와 국민 생존’,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이 문재인 정부의 국방정책을 주제로 나섰다.

국가안보 참사

이종구 전 장관은 개회사에서 현재 대한민국이 맞고 있는 위기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면서 그중에서는 국가안보 차원의 위기는 건국 이래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상훈 전 장관은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지금 국가안보 참사라는 국가적인 대재앙을 맞고 있다면서 현 정부의 안보 정책과 대북 정책은 지난 70여 년 간 피땀 흘려 구축해 놓은 우리의 안보 역량을 급속도로 붕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북 군사합의서는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한다라는 미명 하에 북한의 군사력은 그대로 방치한 채 우리의 군사력만 불능화시키고 있다면서 남한의 군사력만 불능화시키는 본 합의는 분명 비합리적이고 허구적이며, 대한민국의 안보 역량만을 붕괴시키는 이적성 합의서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지난 수십 년 간 남한의 안보 역량을 훼손하기 위한 숙원 과제로 북한이 주장해온 내용들에 그대로 합의하고 서명한 것이 9.19 합의서라며 우리 안보 역량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한미연합방위체제를 사실상 불능화시키려는 의도를 품고 있는 내용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안보분야에 종사했던 50여 년간 항상 북한한테 당하기만 했다. 북한이 항상 먼저 도발한 것이다. 우리가 도발한 적이 언제 있었는가. 한 번도 없었다면서 남북 군사합의서는 우리가 정찰 비행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는데 그러면 북측이 기습할 여지를 주게 된다. 기습을 하는 쪽이 전쟁에서 이길 확률이 80%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발 충돌 방지문구와 서해 평화수역 설정등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의 핵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우리가 스스로 무장해제하는 일을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퍼펙트 스톰우려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남북 합의와 안보국방이라는 발제에서 북한의 오판과 한국의 안일, 미국의 공약 불이행, 기타 요소가 결합해 제26.25전쟁이 발생하는 등 1975년 남베트남에서 일어난 사태가 한국에서도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복수의 크고 작은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현상)’으로 일어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양적으로 한국의 2배에 해당하는 북한의 재래식 기습공격 능력, 북한의 핵 사용 위협, 국민의 대북 경계심 약화, 정부의 안보 위기 불감증, 정치화되고 비전문적인 군대, 미 동맹의 약화와 북한의 전 한반도 공산화 통일이라는 목표는 불변으로 퍼펙트 스톰 가능성은 매우 커지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안보를 걱정하는 예비역 장성 일동은 토론회와 함께 예비역 장성 400여 명의 서명이 담긴 대국민성명서와 결의문도 발표했다.

토론회는 남북 군사분야 합의가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전무한 상태에서 한국의 안보여량을 일방적으로 훼손하는 조치라는 문제의식에서 추진됐다. 예비역 장성 뿐 아니라 보수 단체 회원들이 방청을 신청하며 토론회장을 가득 메웠다.

한편 대표적 예비역퇴역군인 단체인 대한민국재향군인회는 지난 19일 입장자료를 통해 “9.19 군사합의서가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일부에서의 지나친 부정적 견해가 국론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엇갈린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이 밖에도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군사분야 합의는 남북한 신뢰구축을 위해 시작된 것이다. 훈련을 제대로 안 하고 있거나 해야 될 일을 안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면서 훈련은 지속되고 있고 군가 안위를 지키고자 하는 우리 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자 하는 임무 자세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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