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 체험 이어 ‘反문재인’ 한노총 집회… ‘대권행’ 포석 다지기 논란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기 정치’ 도마에 올랐다. 앞서 문재인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노동자 집회에 참석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를 두고 문 정부가 집권 중반기로 접어들자 박 시장이 반(反)정부‧여당 기류에 서서 대권행을 위한 포석 다지기에 다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에서는 박 시장이 ‘대통령병(病)’에 걸렸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차기 유력 대선 주자에 대한 맹공세에 나섰다. 친문(親文) 진영을 중심으로 여권 내부에서도 박 시장에 대한 불편한 시각이 나온다. 여기에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을 둘러싼 국정조사까지 성사돼 박 시장에 대한 정치권의 집중 포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잇따른 논란으로 정치 생명에 위기를 맞은 이재명 경기지사에 이어 ‘박원순 숙청설’이 떠도는 이유다.
박 시장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등 문재인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2018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했다.
박 시장은 이날 자리에서 “서울시는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노동시간 단축, 생활임금, 노동이사제 등을 실시하며 ‘노동존중특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행동했다”며 “한국노총이 가야 할 어렵고 힘든 길에 서울시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노동 개악을 강행하는 문 정부를 규탄한다’는 구호 아래 진행됐다. 한국노총 조합원들은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등 현 정부 노동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여기에 박 시장은 지난 23일 부산‧경남(PK)을 방문, 오거돈 부산시장과 홍순헌 해운대구청장 등 지역 정치권 및 종교계 인사들과 잇따른 회동을 가졌다. 박 시장의 PK 방문은 6.13지방선거 이후 처음이다.
“與 소속 시장이 이래도 되나
”김병준‧김성태‧하태경 등 지탄
박 시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차기 대권을 향한 ‘자기 정치’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문 정부가 집권 중반기로 접어들자 박 시장이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의도라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 관측이다.
이는 그가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로 분류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은 지난 19대 대선 당시 민주당 예비후보로 당내 경선 직전 출마를 포기한 바 있다. 그는 당시 문재인 후보를 향해 ‘패권주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이를 기점으로 대표 ‘비문계’로 분류된 박 시장이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지지층을 확보해 가는 행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
야권에서는 특히나 박 시장을 “대통령병 환자”라고까지 지칭하며 맹공세를 펼치는 모양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경제가 어렵고 노동개혁이 시급한 와중에 박 시장이 탄력근로제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여당 소속 시장이 이래도 되느냐”며 “여당 시장이 노조 권력과 영합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박 시장에 대해 “대통령병에 걸려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그는 그동안 박 시장의 ‘옥탑방 체험’까지 거론하며 “문재인 정부와 자기는 다르다고 외치는 모양새가 시기상조 아닌지 보는 이들조차 민망하고 제1야당으로서 심히 걱정된다”며 “자기정치를 심하게 하다가 지금 낭패 보는 경기도지사를 잘 돌아봐라. 이러면 다음 차례는 박원순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당뿐 아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역시 “정치인은 갈 곳과 가지 말아야 할 곳을 가려야 한다”며 “박 시장은 잘못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손 대표는 “그 자리(집회)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반대하는 자리였다”며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는 정의당을 제외한 네 정당이 모여 여야 간 정치적 합의를 이뤄낸 사항이었다. 서울시장으로서는 가서는 안 되는 자리였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부 분열 진화
친문에선 볼멘소리 시끌
여권에서도 친문 진영을 중심으로 박 시장에 대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는 후문이다. 가뜩이나 일자리 정책 등을 둘러싼 노조와의 갈등이 문 정부의 골칫거리인 상황에서 집권 여당 소속의 시장이 굳이 그 자리에 참석해 논란거리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신만의 ‘정치적 그림’에 취해 정부‧여당의 기류에 역행했다는 지적도 크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요즘 안 그래도 노조와의 관계를 두고 말이 많은데 서울시장 대표로서 독단적으로 그곳에 참석한 저의가 의심된다”면서 “당연히 대권을 위한 포석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재명 지사 문제로도 시끄러운 당 상황을 전혀 고려치 않고 이번 집회에 참석한 것은 경솔했다”고 지적했다.
설상가상으로 민주당이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논란에 대한 국정조사 야4당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며 박 시장은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이게 됐다. 국조가 진행될 경우 결국 박 시장에 대한 집중포화가 자명하기 때문이다. 국회 난맥상을 풀어갈 다른 방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자기 정치’를 시작한 박 시장에게 ‘경고성’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도 많다.
이런 탓에 현재 정치권에는 박 시장을 두고 ‘제2 이재명’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앞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 등 비문계로 분류되는 여권 차기 유력 주자들이 각종 스캔들에 휩싸이며 정치적으로 치명타를 입자 ‘비문 살생부’라는 말이 공공연했다. 결국 다음 타깃은 박원순이라는 말까지 나온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이번 국조를 잘 넘길 경우 ‘전화위복’으로 작용, 대권 행보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