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 희망풍차 결연으로 다시 삶의 의지 다져

[대한적십자사 서울특별시지사]
[대한적십자사 서울특별시지사]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혜선 씨(만 38세/가명)는 평소 어린 아들 인수(만 5세/가명)에게 엄마가 갑자기 움직이지 못하게 되더라도 놀라지 않도록 교육하고 있다. 늘 아픈 혜선 씨의 허리에 언제 갑자기 숨도 쉬지 못할 정도의 통증이 찾아올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혜선 씨는 손 하나 까딱하지 못했던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엄마가 쓰러졌을 때 인수가 놀라지 않고 약을 가져다 줄 수 있도록 약이 어디에 있는지, 119에 전화는 어떻게 거는지 몇 번이고 알려주고 있다.

 

이혼의 아픔과 함께 찾아온 생활고

 

몇 년 전 까지 혜선 씨의 삶은 남들과 다르지 않았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자라 적당한 나이에 결혼을 했고, 아들 인수도 얻었다. 아주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남들과 비슷한 보통의 삶이었다.

인수의 육아에 정신없던 혜선 씨는 자신의 가정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든든한 가장인 줄 알았던 남편은 혜선 씨 몰래 1억 원의 빚을 만들었다. 그 1억 원이 고스란히 유흥주점에서 사용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혜선 씨는 이혼을 결심했다.

이혼 후에 혜선 씨가 마주한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아직 어린 인수는 엄마의 손길이 필요했지만 혜선 씨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일을 해야 했다. 혜선 씨는 “당장 일을 시켜준다는 곳은 어디든지 가서 일 했어요. 그런데 혼자 아이를 보는 상황이라 아이가 아프면 일을 쉴 수 밖에 없잖아요. 그러다보니 한 곳에서 오래 일하지 못했어요.”라고 말했다.

이혼한 전 남편에게서 인수의 양육비를 받아야 했지만 한 번도 받지 못했다. 혹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주민센터도 찾아갔지만 소득이 있는 전 남편이 인수의 부양의무자로 되어있어 그마저도 어려웠다. 혜선 씨는 “양육비 청구 소송도 생각해봤는데, 전 남편이 찾아와서 인수를 데려갈까봐 무서워서 못 하겠더라구요.”라고 말했다.

어떻게든 아이와 단 둘이 살아보려고 이리저리 애써 봤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혜선 씨는 갓 성인이 된 스무 살 때부터 허리가 좋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퇴행이 빨리 왔다고 했다. 벌써 허리 수술을 5번이나 했지만 통증은 멈추지 않았고, 이제 허리에 심을 박아야 한다고 했다. 혜선 씨는 “당장의 생활비가 없어서 걱정하고 있는 마당에 어떻게 허리 수술을 할 수가 있겠어요. 버틸 수 있을 만큼 버텨야죠.”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내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인수의 양육과 허리 통증으로 일정한 근로가 어려운 혜선 씨는 대한적십자사 ‘희망풍차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에서 활동하는 적십자 봉사원과 결연을 맺고 지원을 받고 있다. 혜선 씨는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해서 주민센터에 문의했는데 국가 지원은 자격이 안돼서 못 받는다고 하시면서 적십자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그렇게 지원을 받게 되었어요.”라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는 ‘희망풍차 프로그램’을 통해 4대 취약계층(홀몸어르신, 아동‧청소년 가정, 이주민 가정, 기타 위기가정)을 대상으로 각 가정별로 생계‧주거‧의료‧교육 등 맞춤형 통합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혜선 씨는 “복지 사각지대라는 단어를 뉴스에서만 들어봤어요. 그런데 이혼하고 아이랑 둘이 살려고 보니 제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더라고요. 적십자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저 같은 사람들을 많이 돕고 계시대요. 감사할 따름이에요.”라고 말했다.

이어 “저랑 결연을 맺고 있는 봉사원님이 한 달에 한 번 지금 제일 필요한 물건이 뭔지 확인하시고 가져다주세요. 적십자에서 물품이 나오는 건 한 달에 한 번인데, 이것저것 생길 때 마다 나눠주러 오세요. 다른 것 보다 자주 오셔서 안부를 물어봐 주시는게 가장 좋아요. 보살핌을 받는다는 기분이라서요.”라며 활짝 웃어 보였다.

현재 혜선 씨는 주민센터의 소개로 자활근로고용센터에서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혜선 씨는 “아무런 인연도 없는 저를 진심으로 걱정 해 주시고 도와주시는 적십자 봉사원님을 보니까 저도 뭐든 계속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열심히 해서 인수를 돌보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요. 그리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적십자 봉사원님처럼 봉사하면서 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