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채널A 캡쳐]
[사진=채널A 도시어부]

[일요서울 ㅣ 신희철 기자] 대중이 분노하고 있다. 분노의 화살은 처음에는 마이크로닷 부모를 향했다. 하지만 이후 마이크로닷의 언행 때문에 분노의 화살은 현재 양쪽 모두를 향하고 있다. 이 상황을 두고 어디까지나 부모의 잘못일 뿐, 연좌제처럼 마이크로닷까지 엮는 것은 지나치다는 여론이 있다. 이에 맞서 마이크로닷의 유명세와 부(富)는 부모의 부당한 재산과 무관하기에 그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도 끓고 있다.

 

◇ 연예인 가족의 불법행위

 

이 같은 연예인 가족의 불법행위와 그에 따른 '현대판 연좌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진 =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
[사진 =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

원더걸스 예은의 친아버지 박영균 목사는 본인이 담임 목사로 있던 교회 신도와 지인 등 150여명을 상대로 투자금 명목 197억 여 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됐다. 박 목사는 이 과정에서 딸 예은의 유명세를 이용했다고 한다. 교인들은 박 목사의 딸인 예은도 엔터테인먼트 사업 설명회에 참석하는 등 적극가담 했다고 주장하며 예은에 대해서도 사기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예은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배우 한효주도 가족의 불법행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2013년 발생한 '김 일병 사건'의 가해자로 한효주의 친동생이 지목됐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공군 성남비행단 단장 부관 실에서 근무하던 김 모 일병이 부대 내 가혹행위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그 부대 내 가혹행위에 한효주의 동생이 관련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이로 인해 한효주가 출연한 영화 '쎄시봉'은 2015년 개봉 당시 대중의 분노에 의한 평점 테러로 평점 1점을 받았다. 한효주 동생에 대한 분노가 평점 테러로 이어진 것이었다.

 

이러한 연예인 가족의 불법행위는 연예인의 유명세를 타고 대중에게 공개됐다. 물론 법적으로 연좌제는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본인이 가담하지 않은 이상 가족의 불법행위만으로 연예인 당사자가 법적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론에 의한 비난 자체가 연좌제의 성격을 띠기도 한다. 단순히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연예인들은 연좌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 마이크로닷 형제는 부모의 사기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마이크로닷 부모의 사기 사건의 경우 지금까지 연예인 가족의 문제와는 사건의 성질이 다소 다르다. 지금까지 연예인 가족의 불법행위는 연예인 당사자가 명성과 부를 쌓는 과정과 관련도가 낮았다. 하지만 이번 마이크로닷 사태는 여러 정황상 그렇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대중의 마이크로닷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식지 않고 있다.

 

마이크로닷 사태의 원죄는 당연히 그의 부모에게 있다. 20년 전 충북 제천 송학면에서 목장을 운영한 마이크로닷의 부모는 1997년 5월 경 친척과 동네 이웃, 친구, 동창 등 지인 10여 명에게 수억 원 대 돈을 빌리고 잠적한 혐의로 경찰에 피소됐다. 그러면서 충북제천경찰서에서 발급된 사건사고 사실 확인원도 공개됐다. 그 당시 마이크로닷의 나이가 다섯 살인 점을 고려하면 그가 이 사건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은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그간 마이크로닷이 보인 태도는 대중이 분노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지난 19일 마이크로닷은 온라인에서 마이크로닷 부모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글들이 확산되자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과 함께 "모두 선처 없이 법적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후 피해자들의 진술이 이어지자 마이크로닷 측은 즉시 사과문을 발표했다.

 

게다가 피해자의 딸이라고 밝힌 A씨는 "마이크로닷과 산체스가 부모 일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앞서 마이크로닷의 형인 산체스는 SNS에 과거 우리 가정의 피해사실에 대해 댓글을 단 적 있는데 이를 삭제했다. 이후 동생인 마이크로닷 역시 내 계정을 차단한 것으로 보아 형제가 예전부터 이 사안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A씨는 또 "친척분이 너희 부모님 제천 오면 진짜 칼 맞을 수 있다고 하셨다는데 왜 그런지 이유는 안 물어봤냐. 이미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또한 21일 한 매체는 이 사건 또 다른 피해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마이크로닷을 찾아간 한 피해자의 이야기를 전했다. 피해자는 "어떤 피해자가 방송국으로 마이크로닷을 찾아갔더니 마이크로닷이 '아버지 빚을 왜 나한테 얘기하냐'고 했다더라"고 전했다.

[사진=MBC에브리원]

이에 앞서 마이크로닷은 2017년 12월 방송에서 뉴질랜드에서의 초호화 주택을 공개하기도 했다. 방송에서 그는 “래퍼 중 나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없다”며 자신과 형이 모은 돈으로 25살의 나이에 뉴질랜드에 집을 샀다고 말했다. 보통 자신의 집 가격을 공개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19억 원이라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적시했다. 그리고 “가족들을 위해 산 집이고 이곳에 부모님이 살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래퍼 슬리피는 “저는 믿지 않는다. 저렇게 벌 수가 없다”면서 “제가 모든 행사의 페이와 음원 수익을 다 알고 있는데 원래 잘 사는 거다”라고 주장했다. 슬리피는 또 “가끔 패션위크 같은 행사에서 만나도 거의 제일 비싼 차를 타고 온다”면서 “절대 저렇게 벌 수 없다”고 못 박았다.

 

◇ 대중의 분노와 염증 폭발

 

마이크로닷이 이룬 명성과 부의 과정이 정당하지 않았다는 심증이 굳어지자, 대중의 분노는 폭발했다. 부당한 부의 축적에 대한 분노는 부모에게만 향하고 있지 않다. 대중은 마이크로닷의 부도 부모의 부당한 부를 토대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대중은 마이크로닷이 부모의 범죄를 인지했으면서도 그 사실에 대해 일체의 반성도 없이 뻔뻔스럽게 한국 연예계 활동을 통해 돈을 벌었다는 것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이처럼 마이크로닷 사태는 지금까지 연예인 가족의 연좌제 사건과 본질을 달리한다. 비슷해 보이지만, 기존 연예인들은 가족의 불법행위와는 무관하게 별개로 연예활동을 통해 부와 명성을 얻었다.

 

대중들의 마이크로닷 사태에 대한 감정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다. 그동안의 분노와 염증이 이 사태를 계기로 폭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분노와 염증은 우리사회에서 부당하게 부를 이룬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사회 지도층, 기득권이 사회 곳곳에서 부당하게 부를 쌓은 과정들이 공개되며 분노를 넘어선 염증을 느꼈다. 연일 터지는 기득권의 갑질과 부당한 부의 축적과 대물림을 접하면서 우리 국민들은 인내의 한계에 봉착했다. 게다가 일반인들은 부익부 빈익빈이 고착화되어 가며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점점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이 같은 부당행위에 대해 극도로 예민해져 있다. 예민함을 넘어 우리는 극도의 피로마저 느낀다. 이번 마이크로닷 사태는 이런 국민감정에 도화선의 불을 지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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