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한 전 대법관 [뉴시스]
고영한 전 대법관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양승태 행정처 '사법 농단' 의혹 수사를 맡은 검찰이 23일 고영한 전 대법관을 피의자로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사법 농단’ 대두 이후 전직 대법관이 공개적으로 포토라인 앞에 선 것은 박병대 전 대법관에 이어 두 번째 경우다. 박 전 대법관은 지난 19일 첫 공개소환된 이후 20일과 22일 잇따라 비공개 소환돼 검찰 조사에 임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 30분에 고 전 대법관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고 전 대법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고 전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인 지난 2016년 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했다. 고 전 대법관까지 검찰의 부름을 받으면서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전직 대법관 3명 모두 조사 대상이 됐다.

그는 지난 2016년 '부산 스폰서 판사' 비위 의혹을 무마할 목적으로 사건을 은폐하고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을 갖는다.

해당 사건은 당시 문모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자신의 후원자인 건설업자 정모씨의 재판 관련 정보를 유출했고, 법원행정처가 이를 확인했으나 감사 및 징계 관련 조치 없이 사건을 무마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고 전 대법관은 당시 윤인태 부산고법원장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변론을 재개하고 선고기일을 연기하도록 요청했고, 윤 원장은 이를 담당 재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고 전 대법관은 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과 관련해 고용노동부의 재항고 이유서를 대신 써줬다는 의혹에 연루된 혐의도 지닌다. 당시 대법원은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효력을 정지한 하급심 결정을 뒤집고 고용부의 재항고를 승인했는데, 당시 주심은 고 전 대법관이었기 때문.

이 밖에도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행정소송 관여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및 자료 수집 ▲헌재소장 관련 동향 수집 및 비난 기사 대필 ▲국제인권법연구회 및 인사모 대응방안 마련 ▲상고법원 등 사법행정 반대 판사 부당사찰 ▲정운호 게이트 관련 영장 및 수사 정보 수집 등 혐의도 연루됐다.

검찰은 고 전 대법관을 상대로 법조비리 무마 의혹 및 전교조 재판개입 등 혐의 전반을 아울러 면밀히 조사하겠단 입장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7일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첫 법원행정처장인 차한성 전 대법관을 상대로  비공개 소환을 실시했다. 뒤이어 9일에는 2015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의 주심이었던 민일영 전 대법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지난 14일 '중간 책임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기소했으며, 현재 추가 혐의 등을 계속 조사 중이다. 검찰은 임 전 차장 공소장에 양 전 대법원장과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공범으로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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