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해달라” 국민청원 잇따라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뉴시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 16일 강원도 양구군 동부전선 모 전방사단 GP(전방소초) 내 화장실에서 머리에 A 일병이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북측에 의한 타살이 아니냐는 의혹이 잇따랐다. 군 당국은 대공혐의점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절차를 지키느라고 의무 후송 헬기가 이륙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군 당국은 군사합의와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A 일병이 숨지기까지 20여 분가량 지체된 이유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남북 군사합의 절차 때문에 헬기 이륙 못했다주장도

지난 16일 오후 5시경 강원도 동부전선 전방사단 GP 내 화장실에서 A 일병이 머리에 총상을 당해 사망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총상을 당한 환자를 약 2시간 정도 걸리는 국군홍천병원으로 후송했지만 후송 중이던 538분경 사망했다.

사고가 난 GP는 시설물 보강공사 중이었으며, 사고 당시 A 일병은 TOD(열상감시장비)관측병으로 실탄이 든 탄알집을 받아 총에 넣은 뒤 야간 경계 근무조에 편성돼 투입됐다.

GP에 도착한 A 일병은 TOD 관측 임무를 위해 상황실로 들어가기 전에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혼자 간이화장실로 향했다.

이후 화장실 안에서 총소리가 났고 동료 병사들이 달려갔을 땐 이미 A 일병 머리에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고 한다. 군 당국은 “A 일병이 걸어가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물품은 사망자 총기(K2) 1정과 탄피 1개이며, 그 외 다른 인원의 총기와 실탄에는 이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사고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북측에 의한 타살이 아니냐는 의혹이 잇따랐다.

군 당국은 A 일병 사고가 발생했을 때부터 북한군의 특이 활동은 관측되지 않았으며 대공혐의점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글이 80여 개나 올라왔다. 대공혐의점이 없다고 발표한 것이 시기상조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18일 육군 관계자는 부대 내 통합보관 중이었던 (A 일병)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결과 포털 사이트를 통한 극단적 선택을 검색한 기록이 다수 확인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A 일병에 대한 부검은 지난 19일 이뤄졌다. 군은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이날 오전 9시 원주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유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A 일병의 시신을 부검했다.

부검은 오후 2시경 끝났으며 군은 부검 결과를 유가족에게 설명했다. 부검 결과는 유가족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아 군은 유가족에게만 설명했다.

진실을 밝혀라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 18SNS(사회관계망서비스)양구 A 일병 총기사망 진실을 밝혀라라고 글을 올렸다.

김 의원은 최전방 국군 병사가 총탄에 맞아 사망한 일이 발생했는데 군 당국은 쉬쉬하고 있다.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철수 직후이니 만일 북한군 도발이 원인이라면 비상사태다라며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군 당국은 지난 18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수사 중이라고 발표했지만 논란은 계속해서 확산됐다.

사건 당시 군 당국이 9.19 남북군사합의에 다른 비행 절차를 지키느라 의무 후송 헬기가 이륙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백승주 의원은 지난 20군 당국에 확인한 결과 이번 사건의 경우 군의관이 오후 538분경 사망판정 이전에 헬기가 이륙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군사합의에 따른 불필요한 국방부 승인 및 북측 통보 절차로 30여분이 지체됐고 헬기는 이륙조차 못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남북은 9.19 군사합의에서 군사분계선(MDL)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군용 헬기는 10km 이내에 비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다만 환자 후송과 산불 진화 등 비상 상황 발생 시에는 상대 측에 사전 통보하고 비행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과정을 거치느라 헬기가 이륙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방부 해명에도

논란 지속

군 당국은 지난 21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의무 후송 헬기가 이륙준비를 마치고도 실제 뜨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군 관계자는 환자 후송 등의 응급헬기 운용과 관련해서는 먼저 관련 조치를 진행하면서 북측에 전화통지문을 통해 통보만 하면 되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응급헬기와 관련해서도 기존의 응급헬기 운용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가운데 이와 병행해 대북 통보 절차가 진행된 것으로 합참에서 국방부에 비행 승인을 받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군은 A 일병 사고 발생 직후인 오후 519분에 응급의료종합센터에 헬기 운항을 요청했고 539분 운항 준비가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백 의원은 불필요한 국방부 승인 및 북측 통보 절차로 인해 시간이 지체됐고 헬기가 이륙하지 못했다고 했다.

백 의원에 따르면 사건 당일 대대에서 의무 후송 헬기를 요청한 것은 오후 519분이다. 국군의무사령부(의료종합상황센터)523분경 의무 후송 헬기부대에 헬기 이륙을 준비하는 예령을 내렸다. 예령 이후 통상 5분이내에 헬기 이륙을 뜻하는 본령이 내려지는데 사건 당일에는 이 과정이 없었다.

529분 조종사와 항법사, 군의관, 응급구조사 부사관 등 6명이 헬기에 착석해 본령을 기다렸다고 한다. 그러나 의무사령부로 본령이 나오지 않자 해당 부대장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해 38분 시동 지시를 내렸다고 백 의원은 밝혔다. 의무사령부는 A 일병 사망을 통보 받은 550헬기 임무 해제를 지시했으며 결국 헬기는 뜨지 않았다.

앞서 군은 오후 539분에 헬기 운항 준비가 완료됐지만 538분 군용 차량으로 A 일병을 후송하는 과정에서 군의관이 사망 판정이 내려져 이륙을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국방부는 군사합의와는 무관하다며 입장을 강조할 뿐 최초 후송헬기 지원 요청 이후 A 일병이 숨지기까지 20여 분 가량 지체한 이유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총상 환자의 경우 초를 다투는 급박한 상황에서 이륙 준비가 완료되면 사고 현장으로 급파하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이지만 이륙 승인이 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지체된 것.

이에 대해 군 당국은 백 의원의 주장과 달리 헬기 투입 여부와 9.11 군사합의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당시 현장 상황과 (헬기 패드) 가용 여건 등을 고려해 헬기가 이륙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확한 이유는 사고 경위를 조사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이 사고에 대해 지난 21남북군사합의서 무효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의 발의 예정 소식을 밝히며 남북군사합의 때문에 군 응급헬기가 뜨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군에서 계속 응급차량으로 후송했다. 38분간 생존했다고 하다가 군사합의 때문에 응급헬기를 못 띄워서 후송이 지연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자 응급헬기를 띄웠다는 식으로 발표했지만 실은 잘못된 발표였다면서 군 당국은 이런 식으로 진실을 은폐하는데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모든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군은 유가족이 2차 부검을 원하거나 진상 규명에 필요한 확인 작업을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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