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오석 문화적 가치 충분”

자유 (freedom)

작지만 강한 기업 ㈜보창(대표 권혁영)은 국내 몇 안 돼는 메세나 중소기업이다. 기업의 이윤을 사회적 환원이라는 기업윤리를 실천하기 위해 예술·문화·과학·스포츠 등에 지원 및 후원활동을 하고 있다. ㈜보창이 지난 6월 27일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에서 열린 ‘오석과의 만남’전시회를 지원해 화제다. 메세나 운동을 통해 회사의 문화적 이미지를 높이고 있는 (주)보창은 보창산업, 보창레미콘, 보창아스콘, 덕암해운 등을 운영하고 있다. 권혁영 대표를 통해 메세나 운동에 대해 들어봤다.

- 중소기업으로 메세나 활동하기 쉽지 않다. 지역 중소기업으로서 ‘오석과의 만남’을 기획하게 된 동기는.
▲ 충남 보령은 문화의 불모지이다.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작은 메세나운동에 나선 것이다. 특히 메세나 활동을 통해 1000년을 이어온 보령오석을 알리는데 목적이 있다. 예술과 실용이 결합한 조각전은 보령오석의 우수성을 보여줄 것이다. 특히 보령시의 다양한 축제와 더불어 관광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중요한 관광자원이 되길 바란다.


충남대전·보령지역 작가 9인의 작품전

- 작가 선정 배경은.
▲ 보창은 채굴에서 가공까지 석재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원석을 찾는 작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오석의 원석이 비싸다. 때문에 웬만한 작가들이 원석을 구해 작업을 못한다. 2년전 박수광 작가를 만났다. 그의 예술혼에 반해 원석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공사장 한편에 작업장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조각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당초엔 그를 위한 전시회를 기획했다. 그러다보면 보령오석보다 개인전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판단에서 ‘종합 전시회’으로 발전시켰다. ‘오석과의 만남’ 에는 충남과 보령지역에서 활동하는 고석만, 권주필, 김동렬, 김석만, 라인, 박수광, 박주부, 이해광, 전용선 등 9인의 조각가가 참여했다. 비용도 2억원 이상 들었다.

-전시회가 성공적이란 평가다.
▲ 보령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푸른 바다에서 만난 조각전시회는 신선했다. 보령시에서도 저를 포함해 작가들에게 포창을 수여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많은 관광객들이 전시회를 찾아 보령오석에 우수성을 알고 가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작은 비문도 보령오석 사용

-보령오석의 역사적 가치는.
▲ 오석은 흑색 사암으로 갈면 검은색 빛과 윤기가 난다. 풍화에 강하여 신라시대부터 최고급 비석용으로 사용됐다. 최치원의 ‘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도 1100년 전에 보령오석으로 만들어져 있다. 천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비문하나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돌이 십장생(十長生)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영원한 삶을 꿈꾸던 옛사람의 염원이 그대로 비석으로 남아 있다. 최근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작은 비석을 비롯해 박정희 전 대통령 등 유명 인사들에 비석으로 사용될 만큼 유명하다. 보령오석은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충분하다.

-보령 석재산업이 사양화된 이유는.
▲ 보령은 석탄과 석재가공업, 그리고 벼루 등 ‘돌 문화’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중국산 싼 제품에 밀려 사양화되고 있다. 중국 제품이 우리나라와 일본으로 대량 수출되면서 비교적 생산단가가 비싼 국내산이 경쟁력을 잃었다. 비석뿐만 아니라 건물 짓는데 들어가는 석재 대부분이 수입제품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산 제품의 질은 형편없다. 철분성분이 많아 풍화에 부식되면 녹물이 흘러내리는 현상이 생긴다. 특히 돌이 단단하지 않아 부셔지기도 한다.


보령오석 마케팅에 중점 사업전개

- 보령오석을 알리는데 중점을 두고 사업을 하는 동기는.
▲ 보령오석은 천년의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사람의 역사와 함께 한다. 때문에 박물관이나 기념관에 전시되는 역사 속 인물들에 기록문은 꼭 보령오석에 적어 남겨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부 박물관과 기념관에 값싼 수입산 제품이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다른 곳은 몰라도 역사인물에 대한 기록은 보령오석에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서 마케팅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그런 저희 마케팅에 결실을 맺어 남산에 복원 예정인 안중근 기념관 기념비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도 보령오석 사용을 약속했다.

-지역경제발전을 위한 제안은.
▲ 보령의 경제를 이끌어 왔던 석탄 산업의 사양화에 이은 석재가공업 산업까지 사양 산업으로 전락할 위기이다. 천년을 이어온 보령의 역사와 문화유산이 사라질 위기이다. 돌 산업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돌 문화 축제’가 그 대안이 될 것이다. 보령은 매년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바다와 산, 그리고 갯벌과 오석이 하나가 된 문화축제는 새로운 수요창출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 첫걸음이 대천해수욕장 여인의 광장에서 열린 ‘오석과의 만남’ 전시회가 될 것이다.


6형제가 일군 보창, 기업이윤 사회 환원 철학 실천

- 기업경영 철학은.
▲ 보창은 92년에 설립됐다. 처음 석산을 개발하는 사업에서 시작해 석가공, 레미콘, 아스콘 등의 사업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석산 개발업이 환경을 파괴한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복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채석과 동시에 복구를 한다. 한쪽에선 채굴하고, 그 다른 편에서는 복구를 한다. 비용이 많이 들지만 그것만이 환경을 살리는 최선의 방법이다. 일시적으로 보기 싫을 수 있겠지만, 저희 회사가 채굴이 완료되는 시점이면 대부분은 자연으로 복구될 것이다. 이번 ‘오석과의 만남’전은 채굴된 원석이 가공을 통해 또 다른 모습으로 인간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하는 그 의도가 있다.


#메세나 기업 [ mecenat enterprise ]

예술·문화·과학·스포츠에 대한 지원 뿐 아니라 사회적·인도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공익사업에 대한 지원 등을 행하는 기업을 뜻한다. 베르길리우스(Publius Vergilius Maro), 호라티우스(Quintus Horatius Flaccus) 등 문화예술가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은 로마제국의 정치가 마에케나스(Gaius Clinius Maecenas)에서 유래됐다. 1967년 미국에서 기업예술후원회‘메세나협의회’가 발족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메세나협의회가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 현대 등 재벌그룹을 비롯 총 204개 기업체가 참여한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가 1994년 처음 발족되어 메세나를 행하고 있다.

[박태현 기자] pth36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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