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호화 별장에서 황제휴가 즐기다

(위부터 차례대로) 이명박 대통령의 '황제 테니스'로 유명해진 현대 별장 · 김일우 서영주정 회장의 별장 · 애경그룹에서 운영하는 청평 AK리조트 · 연예인 이모씨의 별장 · 최신원 SK회장 소유의 별장

국내 내로라하는 부호들은 여름휴가를 어떻게 즐길까. 일반적으로 이들은 서울 인근에 별장을 한·두 채 가지고 바쁜 일정 속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의 별장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청평 일대 일부 건설되어 있다는 정도만 소문으로 전해질 뿐이다. 실제 이들의 별장은 철저한 관리를 통해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요서울>이 부유층의 초호화 별장을 들여다보기 위해 가평군을 찾았다.

“재벌들의 초호화 별장은 이 동네에서 유명한 이야기죠. 온갖 유명 인사들의 별장이 다 있어요. 날씨가 무덥다 보니 종종 총수들을 보는 경우도 있고, 모 재벌 회장의 경호원들이 인근 상점에 들른 모습을 목격하기도 합니다.”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 인근 주민들의 말이다. 이들에 따르면 청평호반과 호명산으로 둘러싼 절경으로 유명한 이곳에는 재벌총수들을 포함한 온갖 부유층의 별장이 산재해 있다.

서울에서 1시간 걸리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인적이 드문데다 청평호반의 절경이 빼어나다는 장점 때문이다.


철저하게 관리되는 별장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을 아는 인근 주민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청평호반 주변에는 별장보다는 수상스포츠 업체와 모텔, 펜션 등이 위치해 있기 때문. 이런 이유에서인지 청평면 고성리에서 조금만 멀어져도 초호화 별장의 존재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울창한 숲에 가려진 그들의 별장은 일반적 상식선의 오두막집이 아니다.

수영장은 물론이고 개인 요트시설을 비롯한 초호화 시설이 갖춰져 있다. 외부 뿐 아니라 내부도 만만치 않게 으리으리하다는 것이 재계 호사가들의 말도 무성하다. 물론 이를 확인 할 방법은 전무하다. 이들 별장은 철저한 관리 속에 외부인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하는 그야말로 '그들만의 성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취재진이 방문한 가평 고성리 일대와 선촌리 일대의 초호화 별장들은 접근이 쉽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일반적 펜션이나 콘도가 관광객의 접근성을 중요시 여기게 되지만 이들의 개인 별장은 고려사항이 아닌 것이다.

취재진도 초호화 별장 취재를 위해 수차례나 지도책을 펴야 했다. 하지만 시골길을 수십 분이나 내려가고도 확인은 쉽지 않았다. 별장이 도로에 인접하지 않았을 뿐더러 고성리 뒤편으로 솟은 호명산자락이 울창한 탓이다. 별장은 철저히 외부로부터 보호 돼 있었다.

특히 외부에 별장이 노출되는 것을 막은 일등공신은 바로 별장관리인이었다.

취재진이 사진촬영을 위해 한 별장에 접근하자 별장관계자가 재빠르게 뛰어왔다. 재차 사진 촬영을 하려하자 부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나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자신을 별장 주인이라고 칭한 A씨는 “내 집이니 함부로 찍지 마라”고 엄포를 놨다.

주차장에 서 있는 고급차량에 대해 물을 때에도 “젊을 때 사업을 통해 구입한 것이다. 현재는 농사를 짓고 있다”며 태연한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

하지만 인근 취재 결과 A씨는 최신원 SKC 회장 별장의 관리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의 한 주민은 “최 회장의 별장 뒤편에 별장관계자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보통 초호화 별장은 별도의 별장관계자가 인근에 상주한다”고 귀띔했다.

최신원 회장의 별장으로 알려진 이곳의 부지는 2797㎡(847평)에 달한다. 커다란 수영장과 고급 외벽, 위엄이 느껴지는 큰 대문으로 이뤄져 있는데, 최종건 전 SK창업주의 자녀들인 최신원 회장,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 등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초호화 별장으로는 김일우 서영주정 회장의 별장도 빼놓을 수 없다.

김일우 회장은 삼성가 차남 고 이창희 새한그룹 명예회장의 사돈으로 알려져 있다. 입구에서는 별장으로 내려가는 옥외 레일이 설치 돼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넓은 정원과 수영장, 요트시설을 어렵지 않게 확인 할 수 있었다. 수영장에는 최근 물놀이를 즐긴 듯 바람이 빠지지 않은 튜브 등이 눈에 띄였다.

최신원 SKC 회장 별장 인근에 자리 잡은 김일우 회장의 별장은 부지만 2430㎡(736평)에 달한다.

지난해까지는 인근에 삼성가 소유의 별장도 있었지만 현재는 매각한 것으로 알려진다.


온갖 유명 인사 수두룩

인근에 위치한 초호화 별장은 이뿐만이 아니다.

2005년, 이명박 대통령의 황제테니스로 유명해진 별장도 바로 청평호반 주변에 위치해 있다.

이 별장은 82.5㎡ 1동과 49.5㎡ 3동으로 이뤄져 있다. 인근에 야외 테니스장 1면도 마련돼 있다. 49.5㎡ 3동은 각기 두 명의 소유로 등기되어 있는데, 이는 현대건설이 장기 근속한 임직원들에게 보상 개념으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82.5㎡ 1동은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인 김재정씨 소유다.

이 별장은 지역 주민 사이에서는 ‘현대 별장’으로 통한다. 1988년 10월 현대건설이 별장을 신축하면서부터 그렇게 불렀다는 게 지역 주민들의 설명이다. 당시 마을 사람 상당수가 공사장 인부로 일했다.

마을의 한 주민은 "원래는 사업을 하는 한 모 씨가 송어양식장과 별장 등으로 사용하던 곳이었는데, 회사가 부도나면서 현대건설로 넘어갔고 그 자리에 별장이 신축됐다. 그때 현대에서 20년 이상 근속한 이사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라는 말을 들었다. 1개 동만 주인이 한 명이고, 나머지 3개 동은 주인이 두 명씩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곳은 별도의 관리를 받는 듯 잡초하나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관리가 돼 있었다.

이밖에도 청평호반 인근은 고급 별장이 즐비해 있다. 외국 대사들의 별장을 비롯해 국내 유명 대기업, 연예인이 구입한 부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GS칼텍스를 비롯해 STX그룹, 애경그룹, 대한전선 등이 바로 이들이다. 이들은 부지를 매입했거나 그룹 연구소, 연수원 등을 운용하고 있다. 유명 연예인 이모씨의 별장과 심모씨의 저택도 인근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부호들의 이런 청평호반의 선호는 해당지역 주민에게는 씁쓸하기만 한 일로 보인다.

지역 개발을 위한 움직임을 전혀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지역처럼 개발을 하려해도 초호화 별장을 지닌 유명인들이 찬성할 리는 만무하다. 더욱이 조용한 삶을 찾으려 찾은 유명인들은 곳곳에 숨어 있거나, 상주하지 않다보니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는 관리인이 없어 방치되다보니, 때로는 미간을 찌푸리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한다.

인근의 한 주민은 별장에 대해 묻는 취재진의 말에 “같은 동네 별장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누구 것인지, 뭐하는 사람인지는 소문으로만 들을 뿐, 한 동네 사람이라고 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 주민은 이어 “경기도 안 좋고, 우리는 휴가도 못갈 형편인데 정작 돈 있는 사람들이 별장을 왕궁처럼 지어놓고 노는 모습을 보면 씁쓸하기만 하다”고 하소연 했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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