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정계 복귀를 했다. 본인은 떠난 적이 없으니 정치 복귀라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의 복귀를 두고 격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진보진영이다. 정의당은 “격하게 환영하고 종신 대표직을 맡길 바란다”고 논평을 냈고 민주평화당은 “결국 자유한국당에는 골칫거리가 하나 늘어날 것”이라고 촌평했다.

‘정치9단’ 박지원은 의원은 “당대표 출마하라면 할 사람”이라고 치켜세웠고 바른미래당은 “오호 호재라, 홍 전 대표 복귀에 정부 여당만 기뻐하네”라고 비꼬았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반대편에서 큰 일 해주시리라 믿는다. 살신성인의 자세로 큰 웃음 선사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한마디로 홍 전 대표의 복귀에 대해 다수 정당들은 희화화하거나 냉소적인 반응을 보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당사자인 자유한국당은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논평을 보면 타 정당이 홍 전 대표의 정치 복귀에 대해 정치적 사건보다는 개그 소재로 삼는 모습이다.

그러나 웬지 여당의 ‘협치 부재’를 질타하는 야당과 ‘최고 수준의 협치를 하겠다’는 여당이 모습과 겹치면서 입맛이 씁쓸할 수밖에 없다. 정치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상대가 멋있어야 주인공도 빛난다. 그런데 작금의 정치는 서로를 깎아내리는 데 혈안이 돼 있다.

홍 전 대표는 제1 야당의 대표이자 대통령 후보였던 인사다. 그가 ‘막말정치’로 진보진영의 ‘미운털이 박혔다’고 해서 조롱거리로 삼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무엇보다 여권은 더 신중해야 한다. 정청래 전 의원의 홍 전 대표에 대한 평가가 집권 여당의 보편적 정서의 반영이라면 싸구려 사고다.

이런 사고로 제1야당에게 ‘협치’를 바란다면 염치가 없는 행위다. 시쳇말로 어린아이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다. 여야가 힘들게 국회를 정상화하고 내년 예산안에 대해서 머리를 맞대자고 합의를 했다. 하지만 제1야당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 정도라면 오래 가기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오죽하면 한국당 내 그나마 점잖다고 소문난 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이 나서 “다른 당에서 어떻게 이렇게 혐오를 하고 비아냥거리는지 그 자체가 좀 이해가 안 간다”고 할 정도다. 홍 의원은 오히려 “지레 겁을 먹고 있는 것 같다”고 까지 했다.

홍 전 대표는 ‘모래시계 검사’부터 ‘독고다이 홍준표’, ‘저격수’ ‘돈키호테’ 등 극과 극의 평가를 받으면서 정치를 해왔다. 정치 입문 당시에는 사람들 만나는 게 두려워 ‘여직원에게 식당밥을 가져오라’ 시킬 정도로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있었다. 

홍 전 대표를 옹호할 뜻은 없다. 다만 그가 한때 보수정당의 당대표였고 대선 후보로서 보수정당이 지금처럼 지리멸렬한 것에 대한 책임은 분명하게 물어야 한다. 그러나 책임을 묻는 주체는 자유한국당이고 그의 당 지지자들이어야 한다. 제3자가 무엇보다 야당의 협조를 받아야 할 여당, 그리고 권력을 잡겠다는 정의당과 바른미래당이 홍 전 대표를 조롱거리로 삼으면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이기적이다.

정치부 기자로 10년 넘게 있으면서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다. 정치는 ‘누구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 살자’는 것이다. 손에 피를 묻힌 자는 그로 인해 망하고 입으로 흥한 자 입으로 망한다고 했다. 홍 전 대표의 복귀에 대해 ‘격하게’ 환영한 인사들에게 '격하게'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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