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기업 땅 대금 지급 거부하다 피소

사진 - 산과들 홈페이지 캡처
사진 - 산과들 홈페이지 캡처

[일요서울|김은경 기자] 하림 계열사 팜스코가 중소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이 기존에 소기업(세움이엔지)과 체결했던 토지매매계약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버티며 ‘갑(甲)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움이엔지는 팜스코가 대기업의 지위를 악용해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소송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팜스코가 인수한 육가공전문 식품회사 산과들에프앤씨(이하 산과들)는 세움이엔지로부터 지급명령신청 소송을 당했다. 팜스코는 애초에 산과들이 토지를 너무 비싸게 샀고, 이중계약에 과도한 지연 이자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대금을 줄 수 없다며 버텼다. 결국 토지는 원래 주인인 세움이엔지에게 돌아갔고, 법원은 산과들에게 세움이엔지에 건축 자잿값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산과들 주장 대부분을 ‘증거가 없다’고 봤다.

세움이엔지 “팜스코, 대금 지급 차일피일 미루며 ‘갑질’…분통”
팜스코 “과도한 이자에 배임 행위까지…대금 줄 수 없었다”…항소 제기

문제가 된 부동산매매계약은 산과들이 팜스코에 인수되기 전 이뤄졌다. 산과들은 지난 2016년 10월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사정리 일대 토지를 세움이엔지로부터 약 3억7000만 원에 매매하는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두 회사는 매매대금을 지급받는 대신, 연 20% 이자, 변제기는 2017년 1월 10일로 정해 대여하는 것으로 약정한 뒤 공장용지 및 대지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했다.

이후 산과들은 2017년 2월 9일 팜스코에 인수됐다. 문제는 인수 후 팜스코 측에서 산과들이 시가보다 높게 토지를 매입했고, 20%라는 고율의 이자까지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토지계약 무효’를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팜스코는 인수 당시 지연 이자 20%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산과들 A 전 대표가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팜스코 측은 “실사 당시 차용금증서나 그 기재내용을 제공받지 못했다”며 “준소비대차약정으로 부동산매매대금 채무를 대여금채무로 변경했다면 이를 기준재무제표의 ‘차입금’계정으로 분류해 기재했어야 하고, 그랬다면 팜스코도 실사 당시 혹시 대여금에 대해 이자약정이 있는지, 있다면 연 몇 %인지를 확인했을 것이나 A 전대표가 이를 피고의 ‘미지급금’ 계정에 기재했으므로 차용금에 대한 20%의 이자약정의 존재를 인식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사 당시 매매 사실 알렸다

하지만 산과들 A 전 대표는 “당시 실사에서 과거 세움이엔지 토지를 매입했고, 그 대금을 아직 지급하지 못했다고 분명히 명시했다. 마땅히 지급해야 할 토지대금을 지급하라 했더니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며 돈을 못주겠다고 나온 것이다. 대기업의 이런 태도는 도를 넘은 갑질이며 하지 말아야 할 행위”라고 꼬집었다.

실제 인수 당시 작성된 팜스코 관련 실사단 보고서를 보면 토지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A 전 대표는 “M&A 교섭 당시 팜스코 측 인수총괄팀장에게 분명히 지연 이자 20%가 있다는 사실을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며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팜스코는 또 “A 전 대표가 업무상으로 필요하지 않은 부동산을 시가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매수하도록 하고, 매매대금을 지급하는 시기를 정하지도 않으면서 여기에 20%의 고율 이자까지 부담하도록 해 산과들에 손해를 가하는 배임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A 전 대표는 “주변시세보다 높게 샀는지 낮게 샀는지는 주변 부동산중개소를 통해 문의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팜스코는 토지매매계약 주주총회 결의에도 하자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팜스코는 “당시 A 전 대표는 세움이엔지 주식의 33.3%를 소유한 주요주주이면서 산과들 주식의 94.7%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에 따르면 이 사건 토지매매계약은 이사 등과 회사 간의 거래에 해당해 계약을 승인하는 회사의 주주총회 결의가 필요한데, 이와 같은 주주총회가 개최되지 않았거나 개최됐더라도 그 결의에 하자가 존재한다”고 했다.

팜스코는 이러한 이유로 부동산매매계약이 무효이므로 토지 매매대금 등을 지급할 수 없으며, 사건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결국 세움이엔지는 팜스코에 인수된 산과들을 상대로 토지대금 3억7000만 원에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는 지급명령신청 소송을 걸었다. 소송이 진행되던 도중 세움이엔지는 소송 변경 신청을 했다. 토지대금을 주지 못하겠다면 토지라도 돌려달라는 내용이다. 단, 계약조건에 명시된 대로 뜯어간 건축 자잿값을 달라고 했다.

 

 

법원, 산과들에 1억 지급 판결

법원은 지난 1일 “산과들은 손해배상금 1억 원 및 지연손해금을 세움이엔지에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토지매매계약이 무효라는 산과들 주장 대부분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고 봤다.

법원은 토지매매계약이 A 전 대표의 배임행위라는 팜스코 주장에 대해 “감정평가액이 이 사건 토지매매대금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점, 이 사건 토지매매대금이 위 감정평가액보다 다소 높고 차용금에 대한 이자율이 연 20%에 이른다는 사정만으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토지매매계약 당시 주주총회가 없었기 때문에 계약이 무효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 매매계약을 승인하는 내용의 주주총회 결의가 부존재하거나 위 주주총회 결의에 어떠한 흠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판결 뒤 세움이엔지는 건물 가집행을 신청했고 해당 토지는 부동산강제경매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통수’ 의혹도 불거졌다. A 전 대표는 판결 뒤 산과들이 항소를 하지 않겠다며 가집행을 풀어줄 것을 요청했는데, 알고 보니 요청 전 이미 항소를 한 상태에서 가집행을 풀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A 전 대표는 팜스코 담당자가 지난 9일 “항소 진행 안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니 가집행을 풀어달라고 했으면서 이미 하루 전 항소를 해놓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팜스코 담당자는 “항소장은 기한이 있으니 미리 제출을 한 것일 뿐”이라며 “오히려 A씨가 확정되지도 않은 소송비용을 달라고 하고, 항소장 제출을 안 하겠다는 내용에 도장을 찍으라고 하는 등 억지를 부렸다”고 반박했다.

항소를 두고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결국 산과들은 자잿값 1억 원을 변제공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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