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 형제의 난 막전막후

박삼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

금호아시아나그룹 안팎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화학부문 회장의 분란으로 소란스럽다. 형제경영으로 유명한 금호아시아나가 별안간 형제간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물론 이전부터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의 갈등 분위기는 꾸준히 조성됐었다. 하지만 박찬구 회장이 회장직에서 쫓겨나고 박삼구 회장이 사퇴하면서 사태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재계 일각에서는 현재 박찬구 회장 행보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그의 반격 카드가 그룹 판도를 뒤집을 정도의 후폭풍을 불러오리라는 관측이 대두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총수 일가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금까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화학부문 회장의 갈등 조짐만 관측됐다면 현재는 본격적으로 갈등이 드러난 양상이다. 지난 7월 28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사회의를 통해 박찬구 회장을 금호석유화학 대표에서 해임시켰다. 박삼구 회장도 도의적 책임을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이날 박찬구 회장의 사임 건은 내부 관계자들조차 예상하지 못할 만큼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특히 당사자인 박찬구 회장은 아예 사전에 인지조차 못하고 박삼구 회장의 ‘기습’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이사회의 전까지 조찬 일정 등을 소화하는 등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었다는 것이 주변의 관측이다.


동생의 반란, 형의 기습

같은 날 박삼구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강수를 둔 배경에 “금호아시아나그룹 ‘형제경영에 관한 협약’이 있다”고 밝혔다. 이 협약은 65세에 형제간 경영권을 이양하는 ‘65세 룰’을 포함해 일정지분율을 유지하는 것 등이 있다. 이를 박찬구 회장이 어겼기 때문에 형제가에서 축출을 결정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박삼구 회장은 이어 “형제경영이 아무나 경영한다는 원칙은 아니다”라고 말해 박찬구 회장 경영 가능성을 일축했다.

졸지에 박찬구 회장은 경영권은 고사하고 그룹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사태를 호전시킬 반격 수는 많지 않다. 박삼구 회장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자신한 바 있다. 이사들이 전원 참석했고 박찬구 회장도 참석해 가결된 것이기 때문에 절차상 위법성이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박찬구 회장이 법적 절차를 밟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점쳐진다.

금호석화에 대한 지분경쟁을 하기도 마땅치 않다. 지분 인수자금을 만들기도 신통치 않을뿐더러 외부세력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박삼구 회장 측이 보유한 지분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박삼구 회장과 나머지 형제들이 보유한 금호석화의 지분은 28.18%로 박찬구 회장 측 지분 18.47%를 크게 앞서고 있다.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박찬구 회장의 반격이 폭로전 양상으로 비화 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보고 있다. 이미 두산그룹 ‘형제의 난’에서 축출당할 위기에 놓인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은 ‘두산그룹 경영상 편법 활용’이라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해, 그룹 전반을 뒤흔든 바 있다. 이 사건으로 박용오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및 박용성 전 두산 회장은 형사처벌을 받아야 했다.

박찬구 회장이 반격할 수 있는 부분도 박삼구 회장의 도덕성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화 지분을 늘려갈 당시 이같은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다른 형제가문과 암묵적인 승인 내지는 협의를 거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금호아시아나 형제가를 적으로 돌리면 당연히 패배할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이들을 한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여부가 성패를 가른다는 설명이다.

형제가를 자기편으로 돌리지 않으면 싸움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주목받는 것은 박찬구 회장의 ‘반란’이 일어난 배경이다. 현재까지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다. 하지만 박삼구 회장이 밝힌 것처럼 형제가 내부 ‘65세 룰’이 있었다면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회장이 65세가 되는 내년 가만히 있어도 경영권을 물려받을 수 있었다. 박찬구 회장이 1년을 기다리지 못하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경영권 이양이 순조롭지 못하리라고 예상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즉, 형제간의 분쟁은 최근 금호석화 지분 매입 이전부터 조짐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형제가가 돌아설 수 있다는 추측도 이 때문에 불거지는 셈이다. 박삼구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났지만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세할 가능성이 크다. 3세경영도 형제경영이 이뤄질 가능성은 미지수인 것이다. 물론 이같은 추측은 현재까지 하나의 가능성으로 그칠 뿐이다. 박찬구 회장은 현재까지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박찬구 회장은 지난 29일에 이어 30일에도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 현재 그는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종적을 감춘 상태다. 측근들과 모처에서 현 사태에 대한 대응 방안 및 자신의 입장을 최종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만 알려졌다. 대대적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사퇴의 변을 내부 인트라넷에 공개한 박삼구 회장과는 상반된 행보다.


그룹은 반격원천 차단 중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찬구 회장 측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에서는 “해임 전 이미 3형제 일가간 뜻이 모아졌고 법적 절차 등에 대한 검토도 끝난 상황”이라면서 “박 회장 측 반응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박찬구 회장이 내놓을 반격 카드는 무엇이 될까.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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